무료한 표정의 오랑우탄(사진=pixabay)
무료한 표정의 오랑우탄(사진=pixabay)

제주에 동물원이 필요할까?

우리 아이들이 어릴 적이니 아마 십여 년 전쯤이리라. 우리 가족은 일산에 있는 J테마동물원에 자주 다녔다. 아이들은 오랑우탄 우탄이악수를 하고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섰다. 그리고 한참 뒤에 알았다. 사람과 악수하고 어깨동무하도록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우탄이의 손목인대를 강제로 절단했다는 사실을. 인간의 오락과 돈벌이를 위해 우탄이의 멀쩡한 손목인대가 희생됐던 것이다. 그 사실이 폭로되고 조사가 들어가려던 찰나, 우탄이는 갑작스레 죽음을 맞았다. 우탄이의 희생을 증명할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석연치 않았던 조사는 그렇게 흐지부지 끝난 것으로 기억한다. 우탄이와 사진 한번 찍은 것이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지금에 와서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제주에는 대형 동물원이 없다. 그래서 어린 자녀를 둔 많은 부모들은 방학을 이용해서 육지로 나가 동물원을 구경시킨다. 그러니 제주에 동물원이 생긴다니 반기는 이들도 혹 있을지 모른다. 한 여섯 살 남자아이의 말을 전한다동물원에 갔다 왔는데요. 북극곰이랑 펭귄이 더운 데 있어서 불쌍했어요.

동물원 구경은 과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교육적일까요즘 아이들이 받는 교육은 우리가 받던 교육과는 질이 다르다. 과거에는 그저 이것은 코끼리, ‘저것은 사자다하는 식으로 구경만 했다면, 요즘 아이들은 동물백과나 영상자료를 통해 코끼리는 무엇을 먹고 사자는 어떤 환경에서 살며 북극곰의 습성은 어떤지에 대해 충분히 학습한다. 알맞지 않는 환경 속에 전시된 동물들의 모습은 그런 아이들의 눈에 의아할 뿐만 아니라 안타깝게 비춰지는 것이다.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와 함덕초등학교 선인분교 학무모회가 지난 4월 12일 오후 1시 40분 제주도청 제2청사 앞에서 동물테마파크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제주투데이DB)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와 함덕초등학교 선인분교 학무모회가 지난 4월 12일 오후 1시 40분 제주도청 제2청사 앞에서 동물테마파크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제주투데이DB)

그렇다면 인간들이 동물들을 조금 더 배려해서 만들었다는 초록 숲 사파리에 사는 동물은 행복할까? 사파리의 나무는 전압선으로 감겨 있어 동물들이 만질 수도 올라갈 수도 없는 위장된 철책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환경이 좋아 보인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넓은 들판을 맘껏 누리고 다녀야 할 동물들을 습성에 맞지 않는 기후환경에서 콘크리트 벽과 전압철책 속에 가두어 놓는 동물원은 결코 교육의 장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다른 생명체를 인간을 위한 돈벌이나 오락의 수단으로 이용되어도 좋다는 그릇된 인식만 심어줄 뿐이다. 전세계적으로 동물원은 없어지는 추세다.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면서 굳이 제주에 동물원을 짓겠다고 한다.

수많은 생명이 움터 자라나는 곶자왈을 파괴하면서 종보전을 위해서 동물원이 필요하다라는 궤변은 펴지 말자. 외래종 동물의 보존에 앞서 제주의 생태계와 토종 동물의 보존을 먼저 생각함이 마땅하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제주를 지켜내고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관람'형 동물원이 아니라 생태계 보호구역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제주의 자연 속에서 제주의 동식물들이 타고난 습성에 맞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참교육이며, 그런 제주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생명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며 결코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대표>

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대표
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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