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두 마리의 개가 자동차에 달린 줄에 끌려가는 사진이 SNS에 공유되며 도민들의 공분을 샀다.(사진=제주동물친구들 제공)
지난해 가을 두 마리의 개가 자동차에 달린 줄에 끌려가는 사진이 SNS에 공유되며 도민들의 공분을 샀다.(사진=제주동물친구들 제공)

딱 일 년이 흘렀다.
어느 평범한 토요일 아침이었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여유롭게 SNS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다가, 한 장의 사진에 할 말을 잃었다. 어둑어둑한 저녁에 두 마리의 백구가 자동차 뒤에 줄로 묶여서 도로 위를 질질 끌려가는 사진이었다. 사진만으로는 현장의 위치도, 차량 번호판도 식별할 수 없었다.

다행히 목격자와 연락이 닿았다. 그 즉시 제주동물친구들 활동가들과 함께 현장을 찾아갔다. 비가 내린 후였지만 도로 위에는 핏자국이 선명했다. 핏자국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한 4km를 걸었을까, 정말 기적같이 용의 차량과 마주쳤다.

도로 위의 핏자국(사진=제주동물친구들 제공)
도로 위의 핏자국(사진=제주동물친구들 제공)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2019 년 10월 2일, 이 사건을 저지른 동물학대범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례적인 실형 판결에 혹시 “집행을 유예한다”라는 문구가 없는지 판결문을 눈을 씻고 보고 또 보았다. 최근 동물보호법이 개정되었지만 동물학대범에 대한 판결은 벌금형, 집행유예, 혹은 약식기소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사진=제주동물친구들 제공)
용의 차량의 바퀴에서 확인된 핏자국(사진=제주동물친구들 제공)

사실 이번 실형 판결은 범인이 동물 학대 외에 방화의 전과가 있고, 재판 기간 동안 택시기사 폭행, 음주운전 등의 다른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가능했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사건에서 눈여겨 봐야할 지점이 있다. 이 동물학대범은 결국 사람도 폭행했다는 점이다. 동물 학대 성향이 각종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사건의 유일한 단서였던 목격자의 사진이 인터넷을 휩쓸었을 때, 사진만 찍고 용의자를 따라가지 않았다며 비난하는 댓글들이 있었다. 하지만 어두운 중산간 도로에서 개들이 피를 질질 흘리도록 끌고 가는 사람을 용감하게 따라가서 제지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사진으로 차량 번호판을 식별할 수 있었더라면 하면 아쉬움은 남는다. 동물 학대 현장을 목격했을 때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학대받는 동물을 구조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시민들이 많으면 좋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동물학대를 목격 했을 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증거를 확실히 수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현장 사진이나 영상, 녹음 파일이 결정적 증거가 된다. 동물 학대범이 제대로 처벌받기를 원한다면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과거에는 누구나 그렇게 해 왔던 일들이 현재에는 죄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인종 차별, 성 차별 등 약자에 대한 강자의 횡포가 대부분 그렇다. 동물 학대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개를 나무에 매달아 두들겨 때려잡고, 홧김에 길고양이에게 발길질하고, 훈련을 시킨다는 명목하에 동물에게 폭력을 행사해도 묵인되기 일쑤다. 하지만 동물에 대한 폭력은 명백히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2년,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동물학대범은 폭력, 살인, 방화, 강간 등 사람에게도 범죄를 저지르는 성향을 보인다. 지구라는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다른 종의 동물들의 안위를 위하여, 그리고 인간이라는 동물의 안위를 위해서도 동물 학대는 근절되어야 한다. 이번 판결이 보다 강력한 동물보호법 집행을 이끄는 선례이자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김유진 <제주동물 친구들 교육홍보팀>
제주동물친구들 교육홍보팀 김유진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