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지수 꼴찌인 한국 언론

‘가짜 뉴스’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메이저 언론의 뉴스라면 일단 믿는다. 게다가 반복 보도는 확신으로 이어진다. 이 경우 주입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견해’라고 착각까지 하게 된다. 

이런 위험성은 언론의 본성 안에 이미 내포돼 있다. “매체를 통해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해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을 가리키는 일반용어”라는 게 언론의 일반적인 정의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론 형성 활동’에서 문제는 발생한다.

‘여론’은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형성’활동을 한다. 정부기관일 수도 있고, 사회단체일 수도 있고, 앞의 정의에 나온 것처럼 언론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언론은 무엇을 위해서 여론을 형성할까? 

명분은 공공성 추구다. 하지만 한국 현실이 그러한가? 단언컨대 아니다. OECD 40개국 조사 중에 5년 이상 신뢰도 꼴찌인 점이 이를 증명한다. 

왜 이 모양인가? 언론사 운영 실상을 보면 알 수 있다. 기업 광고로 생존하는 게 한국 언론이다. 그러니 기업의 이익을 위해 여론을 만든다. 또한 정부 비판 기사는 시늉뿐이다. 정부가 자본의 이익을 위해 정책을 집행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팩트에 근거해 형성한 여론이라면 봐 줄만도 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경우가 가짜 뉴스다. 그리곤 다시 그 가짜뉴스를 근거로 여론을 조성한다. 아니 조작한다. 더하여 정치권력의 파트너가 되어 정치공작도 마다 않는다.

메이저 언론이 그게 심하다. 큰 덩치를 움직이려면 그 덩치만큼 기업에 의존해야하기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그러니 오히려 메이저 언론일수록 신뢰할 게 아니라 더 의심하고 봐야 한다. 

오래된 역사, 한국 언론의 정치공작

가짜 뉴스의 역사는 오래다. 일제 강점기의 것은 논외로 하자. 강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일단 수긍해주자. 나치에서 벗어난 프랑스가 나치 결탁 언론인과 지식인을 가장 먼저 숙청했다는 외부 역사는 기억하면서.

1945년 12월 27일 동아일보가 생산한 신탁통치 가짜뉴스   (사진자료=금성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사)
1945년 12월 27일 동아일보가 생산한 신탁통치 가짜뉴스   (사진자료=금성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사)

해방 직후 대표적 가짜뉴스는 신탁통치 관련이다. 모스크바 3상회의에서 소련이 신탁통치를, 미국이 즉각 독립을 주장했다는 보도 말이다. 거짓이다. 미국은 1943년 이래 줄곧 신탁통치를 주장해왔다. 반면 소련이 즉각 독립을 주장했다. 

결국 타협하여 소련은 미국의 신탁통치안을 받아들이되, 그 전제로 먼저 한반도에 임시민주정부를 수립하고, 그 정부와 협의하여 신탁통치를 최장 5년만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게 팩트다.

그런데 이 가짜뉴스는c가 생산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여기까지는 한국 현대사를 조금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이미 상식이다. 이제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도 이게 나온다. “동아일보의 오보”라고 기술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보’는 ‘그릇되게 전하여 알려줌’이란 뜻으로 가치중립적이다. 고의인지 실수인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분석해보면 이 보도는 사전에 기획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단순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말이다. 

서울대학교 정용욱 교수의 연구 결과다. 당시 <동아일보>만이 아니라 <조선일보>도 똑같은 1면 톱기사로, 똑같은 위치에,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똑같은 내용을 게재했다고 한다. 같은 내용이 미국 현지 언론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도쿄 미육군을 위해 발행하던 <Pacific Stars and Stripes>에만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발행일이 한국 신문과 동일한 12월 27일이다. 

도쿄 미육군을 위해 발행하던 'Pacific Stars and Stripes' 1945년 12월 27일자 (사진자료=정용욱 '한국 현대사와 민주주의')
도쿄 미육군을 위해 발행하던 'Pacific Stars and Stripes' 1945년 12월 27일자 (사진자료=정용욱 '한국 현대사와 민주주의')

정용욱 교수는 “현재에는 전산방식으로 뉴욕과 서울에서 동시에 편집이 가능하지만, 당시 12월 27일 도쿄에서 나온 신문과 똑같은 기사가 같은 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나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 불가능”이라고 말한다. 3개의 신문에 누군가가 동시에 기사를 줬다는 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동아일보의 보도가 참인지, 거짓인지에 대해서만 주목했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가짜뉴스가 생성 전파되었다는 점이다. 권력과 언론이 합작한 정치공작이라 보는 게 맞다. 

여전히 이어지는 정치공작, 진보 인사들에 대한 마녀사냥

윤미향 의원은 평생을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살았다.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삶이다. 그런데 그가 지난 3년간 언론에 의해 지독한 마녀사냥을 당했다. 정부보조금을 사적으로 챙겼다는 기사, 후원금으로 자녀 유학을 보냈다는 기사, 치매 위안부 할머니를 속여 돈을 빼돌렸다는 기사 등 온갖 파렴치를 동원하여 지면을 도배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14개 혐의 중 단 1개에 대해서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1억37여만 원 횡령’이라는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그 중 ‘1718만 원만 횡령’으로 인정했다. 나머지 13개 항목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일부 유죄라는 ‘1718만원 횡령’도 사실은 횡령이 아닌 것 같다. 그는 정의연 활동을 하면서 1억5000만 원 가량을 기부했다. 그런 그가 1718만 원을 횡령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횡령이 인정된 것은 영수증 처리를 못했기 때문이다. 범죄라기보다는 불찰인 것 같다. 

그런데도 검찰은 피의사실을 창작해서 불법적으로 언론에 흘렸고, 언론은 검증 없이 지면을 채웠다. 선정적인 제목을 달아가면서. 이 역시 부패한 기득권 세력과 언론이 합작한 정치공작이다. 부패 기득권 세력의 영속화를 위해서는 양심 진보세력의 제거가 필요했다. 

공안탄압 저지 및 민주수호 제주대책위(이하 대책위)는 2023년 1월 12일 제주국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대책위 관계자가 '윤석열 정부는 정권위기 탈출용 공안탑압 중단하라'는 문구가 써진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공안탄압 저지 및 민주수호 제주대책위(이하 대책위)는 2023년 1월 12일 제주국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대책위 관계자가 '윤석열 정부는 정권위기 탈출용 공안탑압 중단하라'는 문구가 써진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현재 제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국정원이 제주지역 진보정당 인사 2명과 농민단체 소속 1명에 대해 간첩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여기에 장단을 맞춘 부패 언론은 불법적으로 피의사실을 보도하고 있다.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은 윤미향의 경우, 법적으로는 명예회복이 많이 이뤄졌다. 하지만 실제 그의 삶은 이미 망가졌다. 지독하게도 반복적으로 쏟아졌던 가짜뉴스로 인하여 대중들의 뇌리에서 그는 이미 파렴치한 진보인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에 대한 뒤늦은 무죄 판결은 제대로 보도되지도 않았다. 

제주 진보 인사 3명에 대한 재판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부패언론은 윤미향에게 했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국정원과 정부의 뻔한 의도를 읽을 수 있을 텐데도 말이다. ‘북한의 지령을 받아’라는 소설보다는 ‘대공수사권 이양 1년을 앞두고 수사권을 빼앗기기 않으려는 국정원과 위기 탈출 국면전환용으로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윤석열 검찰’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훨씬 타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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