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연주)
(사진=김연주)

토종씨앗 나눔행사가 지난 토요일에 있었다. 봄이 되기도 하였거니와 마스크해제로 이제 완연히 일상 활동이 회복되어서 여기저기서 행사소식이 많았다. 여성농민회는 윤석열 심판의 날 전국대회에 참여하였고,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자연그대로 농민장터는 200회를 맞아 뜻 깊은 행사가 치러졌다. 

봄이 되면 들썩들썩 어딘가로 가고 싶은데 맞춤하게 벚꽃이 만개하여 춘상객들의 눈을 호강시켜주기까지 하였다. 우리는 토종씨앗을 가지고 여러분을 만나는 행사를 작은 동네 종달리에서 가졌다. 

준비과정에 종달리사무소를 찾았더니 이장님이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우리 행사가 마을로 쑥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씨앗나눔행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일년 농사를 함께 해 가는 과정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담고.

한림, 남원, 봉개 등 제주도 전역에서 토종씨앗 이야기를 나누고 들으러 찾아와 주셨다. 아프고 나서 재활차 농사를 지으신다는 분의 이야기는 감동이었다. 투입을 하지 않고 경운을 하지 않는 자연농을 실천하고 있다 하시며 농사가 자연농이듯이 우리 몸에도 자연농방식을 적용하자 하셨다. 늙고 병들고 나서 실천하면 늦고 지금 당장 실천하자며 목소리에 힘을 주셨다. 

젊은 청년 둘은 퍼머컬처 밭을 실험적으로 만들어보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한명의 친구가 더 있어 총 3명이 함께하고 있는데 안타까운 것은 집과 밭이 너무 멀다는 것이다. 집은 남원과 봉개동인데 밭은 안덕 어디쯤이라 너무 멀어 다른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우리도 그런 적이 있었다며 밭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농사지었다며 입을 모았다. 곧 집 근처에 좋은 땅을 얻어 행복한 농사를 지을 수 있기를 모두 바랬다. 

(사진=김연주)
(사진=김연주)

 

대안학교 학생들이 텃밭 선생님들과 함께 방문해 주어 모든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었다.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학교근처의 밭에서 농사를 짓기로 했다하니 듣기만 했는데도 벌써 기분이 좋았다. 

작년에는 콩농사를 지어 된장담기를 해 보려했으나 콩농사 실패로 콩을 사서 장을 담았다고 한다. 밭이 노루길목인걸 모르고 콩을 심었다가 노루 밥상을 차려준 셈이 되었다는 것이다. 올해는 밭을 옮겨 콩농사는 못 짓고 채소나 꽃을 키워보려 한다고 했다. 

토종 흰당근을 몇 뿌리 가지고 가서 밭 둘레로 심어 씨앗을 받아보라고 권하였더니 흔쾌히 받아주었다. 흰당근 꽃이 크게 피어 있는 아이들 텃밭이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농사지을 계획을 가늠하며 토종씨앗을 조금씩 챙기고 토종 달래파와 흑밀가루로 만든 파전을 맛보고, 당근주스도 한잔씩 갈아 마셨다. 둘러 앉아 씨앗이야기를 나누었다. 토종씨앗이 왜 중요한지 씨앗의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지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다. 

육종을 거듭한 F1씨앗은 다음해 농사에 씨앗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점 때문에 해마다 종자회사의 씨앗을 사야한다. 균일한 상품성 있는 농산물을 얻기 위해선 꼭 필요한 과정이다. 해마다 사는 씨앗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와 농사지어 전업농으로 살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함께하면서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해보기도 했다. 단호박 씨앗은 한 알에 700원이 넘고 아주 조그만 토마토 씨앗도 신품종은 한알에 300원이다. 

(사진=김연주)
(사진=김연주)

그동안 씨앗을 사보지 않았는데 이번에 조그맣게 비닐하우스를 임대하게 되어 토마토 씨앗을 검색해보다가 알게 된 가격에 당황스러웠다. 파프리카 씨앗이 금보다 비싸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었지만 내가 그 비싼 씨앗을 사야하는 상황이 되니 느낌이 사뭇 다르다. 

올해 농사짓고 나서 씨앗을 받아 내년에 그 씨앗으로 농사지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 씨앗으로는 다음해 농사를 이어갈 수가 없다. 또 새로운 씨앗을 사야하는 것이다. 다음해에 농사지을 씨앗을 채종해 이어갈 수만 있다면 꼭 토종이 아니어도 좋다. 수확하다 한 켠에 남겨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그 씨앗이 잘 영글면 수확하여 채종한다. 

어렵고 번거로운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럴 수 있다면 해마다 비싼 F1종자를 사지 않아도 충분히 농사가 가능하다. 그 첫 발걸음을 이제 내디딘 셈이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 머리를 맛 대고 씨앗 이어갈 이야기를 나누니 더 없이 좋은 하루였다.  

농사지어 자재비로 70%를 지출한다는 통계를 본적이 있다. 씨앗을 사야하고, 비료, 농약을 사야하고 인건비도 지출해야하니 1억을 벌어 7000만원은 남에게 죄다 줘 버리고 고작 3000만원을 손에 쥐게 된다. 

다음해 농사를 지으려면 다시 7000만원이 있어야 하는 상황인데 나에게는 3000만원밖에 없다면 한해 농사 어찌 지을까 걱정에 한숨이 절로 나오겠다. 자재투입비가 70%라는 것이 사실인지 지금으로서는 확인이 어렵지만 50%여도 상황은 비슷하다.

농사지어 벌었다 생각했는데 다시 투입자재비로 들어가는 상황이니 농가에서 쓸 수 있는 돈은 없어 보인다. 농민으로 산다는 게 팍팍한 일이긴 하지만 자재 투입비를 더 줄여 가능하면 투입하지 않는 농사를 지어야 지속가능하지 않을까 더 와 닿는 날이다.

김연주.
김연주.

전업농이 된 지 5년 차. 농민으로 살면서 느끼는 일상을 가볍게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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