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옥발토마토. 예쁘게 자라던 토마토가 노지에서는 갈라지고 터져 익을때까지 제대로 된게 한 알도 없어 씨앗도 건지지 못했다. (사진=김연주)
토종옥발토마토. 예쁘게 자라던 토마토가 노지에서는 갈라지고 터져 익을때까지 제대로 된게 한 알도 없어 씨앗도 건지지 못했다. (사진=김연주)

소비자들의 요구에 토마토가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선호품목은 당근·감자·브로콜리·양배추 등이다. 몇 년 전부터 참외와 수박을 판매하다 보니 토마토 문의도 제법 많아 재배를 해볼까 고민 중이던 참에 비닐하우스를 얻게 되었다. 

작년에 노지에 옥발토마토를 심어보았는데 비와 습한 날씨가 이어져 맛보기는커녕 씨앗 한 알도 건지지 못하였다. 비닐하우스 시설을 하여 적어도 비가림을 한다면 가능할 텐데 하는 생각을 줄곧 가지고 있었다. 

자연재배 농민임을 자부하면서 비닐하우스 농사는 어림없는 일이라고 혼자 뿌듯해하고 있었건만. 토마토를 재배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어느덧 자부심을 물리치고 말았다. 300평 비닐하우스를 얻고 밤마다 작부계획을 짜 보았으나 무엇을 심어야 300평을 채울 수 있는지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고작해야 100평 정도의 밭에 참외를 심거나 수박을 심고 70평쯤 되는 밭에 오이·가지·고추·토마토 등 여러 가지 작물을 혼작해 오던 나로서는 300평은 축구경기장만큼이나 넓고 광활했다. 우선은 노지재배로 어려움이 많은 토마토와 고추를 재배하기로 결정하고 노지에서는 재배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작물을 시험재배해 보기로 했다. 

토마토 씨앗을 사야 했는데 어마어마한 씨앗 값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길지 않은 농민 이력에 씨앗을 사서 심은 것이라곤 당근 정도였다. 당근도 신품종이나 인기 품종은 가격이 비싸지만 저렴한 것으로 조금 심는 것이니 크게 부담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잘 자라고 있는 토종진안토마토. (사진=김연주)
잘 자라고 있는 토종진안토마토. (사진=김연주)

당근3종을 재배하면서 주황색 당근 씨앗을 한 통 사고 보라 당근 씨앗을 한 봉 샀다. 보라 당근은 주황 당근에 비해서 가격도 비싸지만 양도 적었다. 당연히 토종 흰당근은 작년에 재배하면서 자가 채종해 둔 씨앗이니 나의 노력과 노동이 조금 들어갔으나 가격은 0원이다. 

이번에 새삼 알게 된 사실은 씨앗 값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많은 작물을 토종으로 재배하다 보니 씨앗을 사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된 것이다. 

토마토가 그리 비싼 과일이 아니다 보니 씨앗이 그리 비쌀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농가에서 토마토 농사를 하려면 도대체 씨앗 값으로 얼마를 부담해야 할 것인지 감도 오지 않는다. 자가육묘를 하지 않고 모종을 사야하는 경우엔 농가 부담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해는 비싼 씨앗을 사서 토마토재배를 하겠지만 내년부터는 토종의 비중을 늘려나가야겠다고 또 한 번 절감하고 다짐하게 된다. 

진안토마토와 옥발토마토 그리고 노랑 대추토마토는 채종한 씨앗으로 육묘 중이다. 고맙게도 진안토마토와 옥발토마토는 토종씨드림 책임증식 농가의 증식 씨앗을 받아볼 수 있었다. 양이 부족하기도 하고 재배해 보지 않은 것이라 시장의 다른 토마토 씨앗도 조금씩 구입하였다. 

하우스는 경운하고 녹비작물인 메밀과 밀파종을 뿌려두었다. 한 달 동안만 자랄 수 있다. (사진=김연주)
하우스는 경운하고 녹비작물인 메밀과 밀파종을 뿌려두었다. 한 달 동안만 자랄 수 있다. (사진=김연주)

비닐하우스에는 한 달 동안 자라서 비료가 되어줄 녹비작물이 자라고 있다. 비닐하우스에도 무경운 무투입 농사를 실천하려고 하고 있다. 첫해는 딱딱해진 밭을 갈지만 다음 해부터는 경운을 하지 않을 것이다. 비닐멀칭 없이 풀을 키워 풀멀칭을 하려고 한다. 

지금은 멀칭재료가 없어서 맨땅이 드러나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작물을 키우면서 유기물 양도 서서히 늘려나가도록 하겠다. 토마토와 고추 농사가 순조롭게 잘 되기를 빌어본다. 더불어 멜론, 샐러리, 공심채, 오크라 등 여러 가지 작물 시험 재배를 하려고 한다. 

노지에서는 재배가 어려운 여러 가지 작물을 조금씩 재배하고 소량 다품종으로 비닐하우스 밭을 경작하고 싶다. 나는 비닐하우스 재배를 시작하면서 토종에 더 집착하게 되었다. 

김연주.
김연주.

전업농이 된 지 5년 차. 농민으로 살면서 느끼는 일상을 가볍게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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