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7일 제주도가 진행한 민간특례사업 심의 모습과 관련 지침 (사진=홍명환 의원실 제공)
2020년 1월 17일 제주도가 진행한 민간특례사업 심의 모습과 관련 지침 (홍명환 의원실 제공)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내정자가 제주도지사 재임 시절 허가를 내준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호반건설 측이 평가지침을 어기고도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선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당시 원희룡 측근 인사와 제주도 공무원이 민간 사업자 선정 심사를 맡아 공정성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제주도는 2020년 1월 17일 민간특례사업 사업자 선정을 위한 사업제안서 비계량 평가를 진행했다. 당시 일부 민간 위원들이 호반건설이 제출한 제안설명서가 지침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한 정황이 회의록을 통해서 드러났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작성한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지침에는 제안자를 인지할 수 있는 특정 색채나 기타 어떠한 표기도 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그러나 호반건설만 컬러 표지로 된 제안설명서를 제안평가심의에 제출한 것.

당시 제안심사위원회의 위원장은 이양문 전 서귀포 부시장. 

회의록에 따르면 이양문 위원장은 “우리 지침에는 이렇게 컬러표지를 못하도록 돼 있다. 이게 유사표시로 업체명이라든가 이런 CI는 없지만 특별하게 이거 하나만 컬러로 왔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저희들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이걸 감점처리를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위원님들 생각이...”라고 묻는다.

이어 “우리가 표지는 무색 색상으로 하도록 했기 때문에, 무광택, 비닐 코팅 같은 거 사용 못하도록 돼 있고, 참고적으로 했다가 이따 평가할 때 어떻게 할지 의논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제주도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지침에 명시된 감점 기준 및 평가제외 사항

관련 지침에 따르면, 업체 명기 또는 유사표기일 경우 1회 4점, 2회 5점 감점하게 돼 있으며 3회 이상은 평가에서 제외하게 돼 있다.

그러자 다른 일부 민간 위원들이 “지침위반 아니냐”면서 “접수 자체가 안 됐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지만 이후 상황은 역전된다.

이양문 위원장은 업체 설명이 전부 끝나자 “실무팀에서는 유사표시가 없는 거로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 평가 기준이나 지침에 어떤 감점이라든지 이런 게 없으므로 우리 위원회에서 협의를 하는 건데, 실무 쪽에서는 이게 유사표시라고 볼 수 없다고 하니까 그냥 평가하는 건 어떻습니까?”라고 묻는다.

“유사표시는 없지만 호반건설만 컬러로 제출해 감점처리를 해야한다”고 말했던 위원장이 “제주도가 유사표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으니 평가를 진행하자”고 한 것. 

이양문 위원장은 당시 도시건설국 국장이었으며, 도시건설과장이던 2017년에는 민간특례사업 추진방안을 검토한 인물이기도 하다.

문제는 1위 호반건설(95.58)과 2위 A업체(93.72)간 제안평가 총점 차이는 1.86점으로 컬러 표지 제출을 유사표기로 인정해 4점을 감점하면 순위가 2위 업체로 바뀐다.

또한 평가위 심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B업체의 경우 제출서류에 도장이 찍혀 있었다는 이유로 평가에서 제외됐다.

홍명환 제주도의원은 “해당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관련 자료들을 제주도에 요청했지만 감사원 감사를 진행중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인 만큼 B업체 평가 제외 관련 자료와 평가에 대한 세부 내용 등 본 의원이 요청한 자료들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제주시 민간특례 TF 관계자는 제주투데이와 통화에서 “오등봉 사업과 관련해서는 어떤 말도 해줄 수 없다”면서도 감사원 감사 진행에 관해서는 담당 공무원들도 잘 모르고 있었다. 

현재 전국 민간특례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중으로 제주 오등봉 민간특례 특정 사안에 대한 감사는 포함이 안 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평가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총 15명이다.  

이중 2018년 지방선거에서 원희룡 선거 공신으로 꼽히는 이승택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이 제주도가 지정한 4명의 평가위원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

평가위원 당시 제주도경관위원장을 맡고 있었으며 심의 진행 약 4개월 만인 2020년 5월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으로 지명됐다.

당시 도 도시건설국 국장이던 이양문 위원장은 같은해 8월 서귀포 부시장에 임명됐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