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을 솔선해서 10% 줄이겠다고 했지만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특수활동비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 의장은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명박 정부가 예산을 10% 절감하겠다고 공언했지만 2009년도 예산에서 영수증을 제시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특수활동비가 지난해 보다 115억원이 증가한 8,624억원으로 책정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CBS 취재결과 청와대는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117억원을 배정했고 검찰은 203억원, 감사원과 관세청은 각각 43억원과 7억 5천만원의 예산을 잡아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 수집이 본업인 국정원은 청와대나 검찰보다 두 세배 이상 많은 수백억원의 특수활동비가 책정됐고 경찰청은 공식적으로는 5억 5천만원에 불과하지만 국정원 정보 활동 예산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도 지난해 대비 8% 증가한 29억원을 특수활동비로 책정했다. 이 밖에 국방부와 기획재정부 등 다른 부처와 기관들도 일정 액수의 특수 활동비를 잡아 놓고 있다. 국회도 내년도 특수활동비로 91억원을 잡아 놓고 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와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 등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정부의 예산안 작성지침에는 사건수사, 정부수집, 각종 조사활동 등을 위해 다른 항목으로는 원활한 업무수행이 곤란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특수활동비를 편성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문제는 영수증을 구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제대로 쓰였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감시가 곤란한 불투명한 돈이라는 것. 

이 때문에 이 특수활동비가 공식적인 업무추진비(판공비) 외에 장관.기관장들의 쌈짓돈이나 사용자 개인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일례로 CBS가 입수한 감사원의 계획안에 따르면 첩보 제보자 등에 대한 사례금, 면담 비용이나 고위공직자 복무동향 파악, 비리혐의자 대인감찰활동에 특수활동비를 쓰도록 되어 있다.

건설.세무.소방 등 고질적인 비리분야에 대한 암행감찰활동이나 공공기관 임원 등에 대한 복무동향 파악에도 특수활동비를 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특수활동비도 국민의 세금을 지출하는 것이므로 전체규모를 파악하고 불투명성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제도의 개선을 추진하고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바로잡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 운영위의 예산안 심의에서 당초 117억여 원이던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오히려 2억원 증액하는 데 합의해 주면서 실제로 실행에 옮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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