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총 1,494건의 기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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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숨결이 살아야 제주가 산다
‘도시재생’의 이름으로 마을이 죽어가고 있다.도로가 넓어지고, 벽화가 그려지고, 낡은 집이 새로 단장된다. 겉보기에는 발전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정작 ‘사람의 삶’과 ‘마을의 문화’는 점점 메말라가고 있다.제주는 도시가 아니다. 섬 속의 마을마다 이어져 온 공동체의 질서와 생활방식이 제주다움을 지탱해왔다. 밭일을 함께하던 품앗이, 정자 목 아래에서 모여 회의를 하던 마을 사람들, 제의와 축제를 함께 나누던 풍경들—그것이 제주 공동체의 숨결이었다.그러나 지금의 ‘도시재생’은 이런 문화적 토양을 되살리기보다, 행정의 실적과
양인택(사단법인 제주관광진흥회 기획이사)11-19 14:12 -
쏟아지는 비도 막지 못했다, 제주의 심장을 울린 드럼 비트
2025년 11월 8일, '제3회 제주드럼페스티벌'의 본 공연이 열린 제주탑동해변공연장에는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 공연 시작 시간인 저녁 6시 30분, 야외 공연 기획자가 밤낮으로 가슴 졸이며 확인했을 '날씨'라는 변수가 결국 가장 피하고 싶었던 답을 내놓았다.하필이면 가장 중요한 그 순간, 빗줄기는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하지만 기적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비옷과 우산으로 무장한 수많은 관객이 객석을 가득 메우고 행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 것이다. 최현철 PD를 비롯한 스태프들은 쏟아지는 비에 즉각적인
락하두11-18 15:44 -
제주 차산업! 대박날 수 있을까?
협력의 시작, 청정제주녹차산학연협력단의 공헌제주 차 산업이 현재와 같은 역량을 갖추게 된 배경에는 바로 청정제주녹차산학연협력단의 노력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2007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이 협력단은, 이름 그대로 산업체, 학계, 연구기관이 힘을 합쳐 제주 녹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 꾸준히 달려왔다.이들은 단순히 재배 기술 지도뿐만 아니라, 제주 녹차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다양한 연구와 기술 보급에도 앞장섰다. 차의 고품질 안전생산 체계 확립과 산업화 촉진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역점을 두고 녹차 생산자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컨설팅을 실시해
강지형11-04 09:01 -
드러머가 꿈꾼 음악 공간 누웨마루 RnR(Rock n Roll pub)
제주 음악 씬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늘 '열정'과 '가능성'을 말해왔다. 하지만 그 열정을 마음껏 터뜨릴 수 있는 '무대', 특히 뮤지션의 필요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에 대해서는 갈증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여기, 그 갈증에 대한 가장 묵직하고 진심 어린 대답이 등장했다.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거리(연동7길 41, 3층)에 문을 연 'RnR(Rock n Roll pub)'이 그 주인공이다. 330.58㎡(100평)가 훌쩍 넘는, 제주시내권에서는 단연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한다. 훌쩍 넘는, 제주시내권에서는 단연 손
락하두10-27 21:15 -
제주의 심장을 뛰게 하는 공간'JEJU INDIE’
제주 시청의 활기찬 골목 안, 광양11길 10 2층에 자리한 'JEJU INDIE'는 단순한 라이브 클럽이 아니다. 2013년 문을 연 이래, 이곳은 제주 인디 뮤지션들의 성지이자 창작 에너지가 폭발하는 용광로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들의 음악이 라이브 공연이라는 가장 뜨거운 형태로 대중과 만나는 소중한 공간이다.시간을 1990년대 초로 되돌려 보면, 당시 제주 밴드들에게 허락된 무대는 제주 문예회관 소극장이 거의 유일했다. 멤버들이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십시일반 모아 대관료를 내고, 빡빡한 스케줄의 빈틈을 찾아야만 겨우 무대에
락하두10-20 23:14 -
말차의 시대, 도약하는 제주 茶 산업
천혜의 자연이 빚어낸 명차의 땅, 제주, 그리고 그 가능성제주도는 누군가에겐 감귤과 돌하르방, 누군가에겐 푸른 동백 숲길과 에메랄드빛 바다로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이제, 이 섬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차(茶)의 섬’이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달고 있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풍성한 차밭을 산책하거나, 직접 따온 싱그러운 잎을 우려 마시며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모습은 이미 일상 풍경이 되었고, 제주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차는 육지와 먼 세계의 찻잔까지 자신만의 고유한 향기를 전하고 있다.제주 차, 특별한 자연이 주는 특별
강지형10-10 13:16 -
'차례'와 '다례'...차이는 뭘까?
우리가 매일 무심코 쓰는 말 가운데 은근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차(茶)’라는 단어다. 누군가는 “다도는 배워봤다”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차 좀 끓여라”라고 한다. 같은 한자를 두고 어떤 때는 ‘다’라 하고, 또 어떤 때는 ‘차’라고 부른다. 같은 글자를 두고 왜 발음은 둘로 갈라졌을까? 이 질문에는 단순한 언어의 습관을 넘어서, 동아시아와 세계 무역, 우리말 역사, 사회문화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오늘은 ‘다와 차’라는 두 발음이 어떻게 생겨나고 살아남았는지 살펴보자.삼국시대,
강지형09-02 19:05 -
녹차밭에 '녹차나무'는 없다
어디선가 들어본 문장이거나 아니면 우리가 흔히 쓰는 언어표현 중에 ‘녹차밭에 놀러 가요’라는 말을 한다. 또는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여행을 준비하며 ‘녹차 따기 체험하자’고들 말한다. 그런데, 잠깐. 정말 녹차밭엔 녹차나무가 있을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주변에선 매일 쓰이는 표현이지만, 차(茶)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차밭에 찻잎 따러 간다’가 올바른 말이다.실제로 식물학적으로 ‘녹차나무’라는 명칭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전 글에서 소개했듯이 차를 만드는 나무의 공식 이름은 ‘카
강지형08-05 18:08 -
홍차 한 잔이 뒤집은 세계사
“차 한 잔이 뭐라고, 역사가 바뀌었다고?”차(茶: tea)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우주와도 같다. 단순한 음료를 넘어 철학, 문학, 음악, 미술, 문화는 물론, 깊은 역사를 품고 있다. 이번 연재에서는 이 신비로운 차의 세계 중에서도 미국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한 잔의 차가 어떻게 거대한 변화를 일으켰는지 살펴본다.믿기 힘들겠지만, 18세기 미국에서는 정말로 ‘홍차 한 잔’이 거대한 혁명의 불씨가 되었다. 미국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을 차 한 잔의 시선으로 쉽고 흥미롭게 풀어
강지형07-10 17:34 -
2025년 봄의 모허
2025년의 봄은 그 정체가 모호했다.달력에서 보이는 숫자들은 분명 봄을 가리키고 있지만 살갗으로 느껴지는 공기의 성질과 정서적인 체감은 낯선 봄을 받아들이길 주저케 했다.분명 봄이지만 끝나지 않은 겨울처럼 추웠으며 어떤 날엔 여름의 더움과 습함을 경험케 하는, 2025년의 봄은 혼란이었다.그 까닭에 대해 여러 원인들이 거론되겠지만 필자는 작년 12월에 우리 모두가 강제적으로 겪어야 했던 그 말도 안 되는 사건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사악한 겨울의 심술 가면 봄이 온다는 계절의 순리를 막아 버렸으니 계절 또한 우리네처럼 패닉에 빠진
락하두06-12 13:53 -
차 한 잎이 품은 세계
지난 연재에서는 진정한 차가 차나무(Camellia sinensis)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살펴봤다. 이번에는 차나무의 식물학적 특성과 분류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자.6월이 되면 서울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차 박람회가 열린다. 몇 해 전, 나는 이 박람회에서 한 부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아포차’라는 차를 맛보게 되었는데, 담당자께서 이 차도 sinensis라고 설명하며 내어주셨다. 담당자는 차 전문가이기에 그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아포차는 sinensis가 아니라 taliensis이기
강지형06-02 17:15 -
'활기 프로젝트', 제주 인디씬의 미래를 밝히다
2025년 5월 17일 토요일 저녁, 제주시내 사설 인디 공연장 ‘제주 인디라’에서는 유독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바로 제주의 인디 밴드 감귤서리단(WE STEAL ORANGES)이 기획한 공연 시리즈 ‘활기 프로젝트’의 무대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활기 프로젝트’는 단순한 공연이 아닌, 제주의 인디 음악 문화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공연문화에 목말라 있는 문화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지향하는 특별한 취지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이름 그대로 ‘활기’를 되찾고, 나아가 확산시키겠다는 의도를 담은 선한 영향력의 무대인 것이다.이날의
락하두05-28 16:55 -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사철쑥에 기생하는 '초종용'
무슨 말이 필요할까?모래언덕에 독특한 모습의 하얀색 '초종용' 해마다 달리 모습을 보여주는 환상적인 모습에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국토 최남단 마라도와 마주하는 대한민국 최남단 마지막 산인 바다 올레길이 아름다운 송악산이 보이는 해안가 오랜 세월 동안 시간과 바람, 파도가 머물다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용암 위로 이끼 낀 바위가 연출하는 바다정원, 물이 빠져나가면서 넓은 암반지대가 펼쳐진다.신비롭고 독특한 색감의 자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작품, 해안가를 둘러싼 모래가 쌓여 언덕을 만들었다.바닷가 모래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
고은희05-20 11:21 -
차나 한 잔 할까...근데, 차가 뭐지?
차(茶)의 정의차(茶)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이해하는 것은 진정한 차 문화를 즐기기 위한 첫걸음이다. 우리가 흔히 '차 한 잔 할까요?'라고 말하며 카페에서 마시는 음료들 중 상당수는 실제로 '차'가 아닌 '대용차'에 해당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진짜 차와 대용차의 구분법, 그리고 차 문화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자."차 한 잔 할까요?"이 친숙한 표현을 들으면 카페에서 커피나 다양한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우리가 이때 마시는 콜라,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과일 주스는 과연 '차'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엄밀
강지형05-15 15:46 -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봄의 여신 '새우난초'
어두운 숲 속 겨울나무들은 연둣빛 잎을 만들며 초록으로 물들어가고 땅을 밟을 때마다 느껴지는 건강한 흙내음, 나뭇잎 사이로 살짝 들어오는 고운 햇살에 바람도 잠시 쉬어간다.하늘을 가린 우거진 나무 사이로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숲길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밀림의 한가운데 서 있는 듯 원시적인 자연을 오롯이 느끼게 해 주고 일찍 피었던 봄은 흔적을 남기고 또 다른 봄이 이어달리기를 한다.봄이 무르익어가는 낙엽 수림대 아래에는 봄 향기를 가득 담은 눈을 사로잡는 한 무리의 '새우난초' 우아하고 품위 있는 자태, 은은한 향과 오묘한
고은희05-13 06:22 -
가족이 아니라면 파양하세요
프롤로그'가족'하면 어떤 느낌이 떠오를까.따스하고 아련하고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만 한가득인가.때로 '가족'이란, 징글징글하고 떼어내려야 떼어낼 수 없는 계륵같은 존재일 경우도 있다.동물사랑교육을 진행하면서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있다.그 느낌이 따스하게 다가오는 건 유아나 초등 저학년 까지일 뿐 정작 성인으로 갈수록 가족의 의미를 이야기하기란 쉽지가 않다.가족의 해체벌써 8년 전 이야기이다.사회복지사님의 도움요청으로 알게된 한 가족이 있었다.엄마는 집을 나가 연락 두절인 상태였고 아빠는 수감되었다. 그리고 그 집에는
김미성05-09 14:49 -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가파도 청보리축제
바람과 이야기가 있는 섬 속의 섬 '가파도' 매년 4~5월이면 청보리축제로 봄소식을 전해주는 청보리 섬 3~4시간 여유를 가지면 가파도 해안길과 마을길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지만 축제 기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기 때문에 2시간 정도 머물게 된다.시시각각 변하는 바다 날씨는 가파도로 떠나기 전 배편을 확인하고 신분증은 필수이다.본섬과 마라도 중간에 위치한 가파도(5.5km)는 모슬포 운진항을 출발하여 뱃길로 15분 정도면 상동포구에 도착한다.모슬포 운진항을 떠나는 도항선 검푸른 물결이 넘실대고 거센 파도의 포말이 선상 위까지 튀겨
고은희05-02 06:49 -
쓰레기더미 위의 냠냠이
냠냠이는 고양이다. 어엿한 집사가 있는 반려묘다.냠냠이의 집사는 특별하다. 냠냠이의 집사와 집사의 어머니 모두 어린아이 정도의 지능을 가진, 사람들이 흔히 지적장애인이라고 부르는 사회취약계층이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함은 이런 가정에 늘 공식처럼 따라온다.냠냠이는 친구들과 함께 집안에서 산다. 냠냠이네 마당에는 개도 몇 마리 산다. 냠냠이의 집사들이 냠냠이와 친구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 못지 않다. 냠냠이의 목에 걸린, 집사가 직접 만든 목걸이를 보시라! 반려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하지만 집사 가족은 냠냠이
김유진04-28 07:45 -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예래생태공원 '봄꽃나들이'
용천수의 보고라 할 수 있는 서귀포시 예래동은 자연경관과 해안절경이 빼어난 산과 바다가 조화를 이루고 해안을 따라 마을이 조성되어 있는 전형적인 농어촌마을이다.제주올레 8코스의 길목에 있는 예래동의 아름다운 해안길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제주시 왕벚꽃축제는 끝이 났지만 서귀포시 봄꽃축제는 이제 시작이다.벚꽃과 유채를 함께 만난 수 있는 '대왕수천 예래생태공원' '제2회 예래사자마을 봄꽃나들이' 축제가 한창이다.2025년 4월 5일(토)~6일(일) 양일간 예래생태공원 주차장 일원에서 진행된다.계단을 내려와 생태
고은희04-22 07:30 -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제주시티투어버스 타 고 '도심여행'
지금, 제주여행! 제주특별자치도는 봄 관광 성수기를 맞아 3월 28일~4월 6일까지 10일간 특별 여행주간 '2025 지금, 제주여행 제주에 폭삭 빠졌수다'를 진행했다.이번 행사는 제주의 아름다운 봄 풍경과 다채로운 관광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기획되었다.제주의 선물 1: 제주공항에서 '제주와의 약속'과 함께하는 탐나는전 이벤트 제주의 선물 2: 제주여행 릴레이 '항공권' 할인 이벤트 제주의 선물 3: 남방큰돌고래와 함께하는 제주 여행 '스탬프 투어' 제주의 선물 4: 제주여행 공공 플랫폼 '탐나오'를 통해 240여 개 관광지 입장
고은희04-12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