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북초등학교(사진=김재훈 기자)
제주 북초등학교(사진=김재훈 기자)

제주 최초의 초등학교인 북초등학교. 올해 입학생 수는 33명에 불과하다. 1980년대에 3000명대 학생 수를 자랑했으나 이제는 옛말이 됐다. 오히려 폐교 우려가 따를 정도다. 학생 수 감소는 전국적인 현상이며 저출생 문제가 따르고 있지만, 북초등학교의 학생 감소는 인구 유출이 핵심적인 요인이다.

북초등학교 인근 인구가 줄어든 이유는 도시 팽창 정책과 생활 인프라의 부재, 인근 주택들의 노후화 등이 주요 요인으로 거론된다. 공공실내수영장이나 공공실내체육관도 없다. 인근에 있던 제주의료원도 시 외곽으로 옮긴 지 오래다. 주변 영화관들이 사라졌고 은행들도 터를 옮기고 있다. 생활인프라의 부족은 거주지의 매력 저하와 연결된다. 거주지의 매력을 찾지 못한 주민들은 지역을 떠난다. 이는 비단 북초등학교 인근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학교만의 문제도 아니다. 도시정책의 문제다.

무분별한 팽창 중심의 도시계획으로 인한 전국 각지의 원도심의 공동화 현상은 오래 된 일이다. 원도심은 저마다 상권 붕괴와 주택의 노후화, 인구 감소 문제를 겪고 있다. 저출생으로 인해 학교 재학생 수가 줄어들고 인구 이탈은 심화된다. 누구보다 먼저 청년 세대가 원도심 외곽으로 빠져나간다. 활력을 불어넣을 세대를 만나기 어려워진다.

제주시 서문공설시장(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시 서문공설시장(사진=김재훈 기자)

원도심의 매력은 늘 뒤늦게 발견된다. 오히려 충분히 낙후한 뒤에야 '재발견'된다. 획일적인 신규 상권 및 주택단지에서는 볼 수 없는 시간의 더께가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매력 요인으로 작용하고도 있다. 원도심의 역설이다. 제주시 원도심 역시 마찬가지다. 생활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해 인구가 유출됐다. 인구가 줄어드니 상권이 위축됐다. 은행이나 일반 기업들도 원도심을 떠나 인구가 밀집한 곳으로 빠져 나갔다. 생활 인프라 역시 원도심 밖 인구 밀집 지역이나 다른 상권으로 옮겨갔다. 이는 다시 원도심의 인구 이탈을 야기한다. 굴레다.

최근 들어 행정이 나서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지만, 충분히 낙후한(?), 그래서 임대료가 비교적 낮은 지역에는 행정의 개입 없이도 새로운 상권이 조성되곤 한다. ‘힙지로’라 불리는 을지로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런 경우 영광의 시간은 잠깐이다. 급격한 임대료 상승과 젠트리피케이션의 굴레가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한다. 개성 있는 상권으로 사랑을 받는 거리가 순식간에 프렌차이즈 매장으로 뒤덮인다. 마치 불변의 도시법칙이라도 되는 양. 임대 상인을 보호하는 제도는 아직 한참 미흡하다. 풀어야만 하는 숙제다.

오래된 도시가 매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도시를 개발하는 행정과 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주민, 그리고 원도심의 가치를 지키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협의와 동의가 필요하다. 그런 과정은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도시를 바라보는 세대별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조용한 주거 환경을 바라는 거주민과 유동인구 증가를 바라는 상인, 임대료 상승을 기대하는 임대인과 반대 입장인 임차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로 묶여 있기도 하다.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상생모루(사진=김재훈 기자)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상생모루(사진=김재훈 기자)

그런 상황이다보니 원도심에 대한 논의는 뒤로 밀리기 일쑤다. 그동안 도시는 팽창을 지속했다. 신규주택단지가 우후죽순 조성됐고, 조성중이며, 추가적으로 계획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낙후한 원도심은 어떤 꿈을 꾸어야 하는가. 2015년 도시재생법이 시행되고, 이후 각 지역마다 도시재생지원센터가 들어섰지만 아직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요원하다. 현재까지 정립된 도시재생의 상과 그 한계점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은 또 다시 재생되어야 한다. 이에 <제주투데이>는 도시재생 현장 취재 기획보도를 통해 제주 도시재생이 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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