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학원 스포츠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종목을 든다면 단연 축구다. 고교 팀만해도 제주시지역의 제주제일고, 오현고, 대기고, 제주상고가 있고 서귀포시에 서귀포고가 있다.

어디 그뿐이랴. 매년 1~2월이 되면 제주에 전지훈련을 온 팀과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대회를 갖고 3월이면 교육감기에 이어 백호기, 도민체육대회, 종별대회, 백록기 전국고교축구대회가 열린다. 선수들은 숨 쉴 틈이 없다. 일부 팀들은 전국 춘계연맹전, 대통령 금배, 문화관광부장관기, 부산MBC 고교축구대회 등 1년에 3차례 이상 원정 대회를 치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서귀포고등학교는 올해 제42회 부산MBC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제주제일고는 제33회 문화관광부장관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일궈냈다. 값진 성과였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기형적인 선수수급 문제가 그렇다. 고교 팀이 탄탄해지려면 중학교 팀이 잘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도내에는 제주중을 비롯해 제주중앙중, 제주제일중, 오현중, 서귀포중, 대정중 등이 축구부를 운영한다. 그러나 엘리트 스포츠의 전형이 되고 있는 제주지역 고교 축구의 선수수급에는 한계가 따른다. 일부 선수들은 선수들은 과도한 운동으로 조기에 선수생명이 끝나거나 아예 학업과는 담을 쌓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대기고의 경우 14명이 뛴다. 3학년이 1명이고 2학년이 7명, 1학년이 6명이다. 대기고는 한때 K-리거 장영훈·신병호를 배출하며 96~97년 고교축구를 평정했던 팀이다. 그러나 선수가 부족해 팀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 기존 선수가운데 몇명이 부상을 당한다면 경기를 포기해야 한다.

서귀포고는 선수 25명 가운데 14명이 제주출신 선수 일뿐 나머지 11명은 다른 지역 출신이다. 또 제주출신 선수 가운데 2명은 고교에 진학한 후 축구를 한 경우이며 서귀포중 선수 가운데 일부는 중학교 떄 다른 지역에서 전학을 했다.

특정학교 쏠림 현상도 나타난다. 제주제일고의 경우 전체 25명 선수 가운데 10명이 제주중 출신이다.

게다가 학교체육이 지나치게 엘리트양성 위주로 운영되면서 오전에 학업, 오후에는 운동이지만 시합일이 가까워지면 아예 수업을 전폐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기량이 좋은 신입생을 입학시켜야 한다. 스카우트를 잘 해야 하는데, 이 때는 돈이 필요하다. 물론 학교에 스카우트를 위해 따로 책정한 예산은 없다. 전국 대회 출전 경비도 학부모나 동문회에서 나온다. 그리고 잘 나가는 팀의 감독은 학부모들에겐 신 같은 존재가 된다.

팀 운영은 학교장 재량이다. 그리고 체육특기자를 받아 들일 때 종목별로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인기 있는 특정 종목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제주도축구협회 관계자는 이와관련 "고교별 감독·코칭스태프의 능력이라든지, 축구선수를 둔 학부모들간의 유대, 대학 진학율, 전국대회 출전 지원 등이 감안되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같은 현상의 강장 큰 이유는 엘리트 스포츠로 성장한 한국 스포츠가 프로 스포츠로 변모하면서 돈이 되지 않으면 포기하는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학원 스포츠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지고 있다. 지금 제주지역 고교축구판이 어쩌면 한국 스포츠의 현주소를 그대로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표현한다면 지나친 논리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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