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닷가. (사진=제주투데이DB)
제주 바닷가. (사진=제주투데이DB)

무더웠던 여름의 끝 무렵이다. 이제 제법 날씨도 선선해지고,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큰 불편함이 없는 시기다. 얼마 전 친구와 술 한잔하면서 올여름의 무더위에 관해 얘기하다, 앞으로의 여름 더위는 그 수준이 점점 높아져 올해의 여름 날씨를 그리워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했다. 앞으로 지구는 더 뜨거워질 것이고, 지구는 복구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한 상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탈리아는 섭씨 48.8도를 기록했고, 공식 인정이 되면 유럽대륙 역대 최고 기온의 ‘역사’를 쓰게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터키는 무더위로 비롯된 산불로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게다가 터키는 그 후 100년 만의 폭우라는 자연재해까지 발생했고, 미국은 앞으로 나타날 허리케인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간간이 찾아오던 기상‘이변’은 어느새 ‘기후위기’라는 이름으로 우리 일상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날씨다 표지.
《우리가 날씨다》 표지.

최근 감명 깊게 읽은 책 <우리가 날씨다>는 과도한 육식으로 파괴되고 있는 지구를 이야기한다. 육식을 줄이는 삶으로의 변화로 기후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되자는 것이 이 책이 담고 있는 주요한 내용이다. 무엇보다 (환경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실천하지 않은 앎이란 진정한 앎’이 아니라는 메시지는 나에게 강력한 한 방을 날렸다. 

시험 문제에선 정답을 맞혔지만 사는 동안 기상악화로 고생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내게, 그동안 무심하게 지내오는 동안 알게 모르게 지구를 괴롭힌 책임을 묻는다. 그래서 아직 부족하지만 조금씩 노력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이기는 귀찮음이 발현될 땐 부끄러운 감정이 자연스레 든다.

기후위기뿐만이 아니라 코로나19, 그리고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혐오의 문제에 대해 노래한 곡이 있다. 작년 나에게 최고의 음반이자 18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된 정밀아의 <청파소나타>(2020)에 수록곡인 ‘환란일기’이다. 그야말로 작년과 올해를 정확하게 대변하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이 지경’이 된 현재를 보며 “지구의 경고였는지 무언가의 절규였는지 / 멈추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 항상 한발 늦은 깨달음”을 얻고, “이렇게 많은 걸 잃고 겨우 조금을 배우고 / 보통 아닌 것들이 보통이 되는 /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노래한다.

청파소나타 앨범 재킷 이미지.
《청파소나타》 앨범 재킷 이미지.

화려한 사운드나 (다양한 방면으로) 과장된 감정으로 넘쳐나는 최근 한국 음악시장 안에서, 그저 간결한 멜로디와 사운드, 결정적으로는 훌륭한 가사가 버무려서 극적인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담백함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앨범이 <청파소나타>이다.

컴필레이션 앨범 <바라던 바다>(2019)는 제주의 바다를 담았다. 비치코밍(해변(beach)을 빗질하듯(combing)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모으는 행위를 뜻하는 말)에서 콘셉트를 가져왔다. 제주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주워 이를 LP로 만들고, 그 안에 바다의 음악을 담는 프로젝트이다. 

쓰레기 없는 제주의 ‘바라던 바다’와 재활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 우리가 ‘바라던 바다’라는 의미를 담은 흥미로운 설정과 작명이다(예능 프로그램 ‘바라던 바다’와는 관련이 없다). 과거와 현재 한국 포크 음악의 중심이라 말할 수 있는 뮤지션과 제주와 가까운 뮤지션들이 참여하였다. 김일두, 조동희, 재주소년, 김목인, 장필순, 시와, 권나무, 세이수미…. 내 취향으로 정말 ‘바라던 바’의 참여진이다. 결과적으론 LP를 만드는 계획은 무산됐지만,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감상할 수 있다.

바라던 바다 LP.
바라던 바다 LP.

모든 지역이 그렇지만 특히 제주도는 지리적 특징과 삶의 방식 때문에 예로부터 환경에 아주 민감한 지역이었다. 가장 먼저 태풍을 맞이하는 제주도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규모가 커질 태풍의 강풍과 강수량에 긴장해야 한다. 

쓰레기 문제를 비롯한 환경문제는 우리 삶의 터전을 위협한다. 제주도와 지구를 위해 어떤 노력과 고민을 해야 하는지는 익히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실천하지 않는 앎이란 진정한 앎이 아닐 것이다. 작은 실천이라는 한걸음에 위 음악들이 간단한 몸풀기가 되었으면 한다.

강영글.
강영글.

잡식성 음악 애호가이자 음반 수집가. 중학생 시절 영화 <School Of Rock(스쿨 오브 락)>과 작은누나 mp3 속 영국 밴드 ‘Oasis’ 음악을 통해 ‘로큰롤 월드’에 입성했다. 컴퓨터 앞에 있으면 음악을 계속 들을 수 있다는 이유로 컴퓨터과학과 입학 후 개발자로 취직했다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기획자로 전향. 평생 제주도에서 음악과 영화로 가득한 삶을 꿈꾸는 사람. 

 

한 달에 한 번 제주와 관련된 음악을 이야기합니다. 가끔은 음식, 술, 영화에 대해서도...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