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 시장에 일련의 변화가 일면서 조만간 황금노선으로 불리는 ‘제주-서울' 노선을 둘러싸고 각 항공사가 불을 뿜을 기세다.

내년 4월로 다가온 경부고속철도 개통을 앞둬 지방 노선을 제주 노선으로 선회할 조짐을 보이는가 하면, 지역항공사설립에 따른 여론을 전환하기 위한 ‘물타기용 할인제’가 나오는 등 미묘한 조짐이 일고 있다.

내년 4월 고속철도 개통되면? = 서울-대전-대구-부산을 경유하는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되면 항공기의 경쟁력은 현저히 떨어질 전망이다.

실제 서울-대구간 292.4㎞가 1시간40분대로 좁혀지는데다 고속철도 요금도 3만6000원(한국철도기술연구원 추정·세금 제외)으로 주중 5만6000원인 항공료와 비교할 때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항공사 관계자는 “쾌적성, 소요시간, 운임 등을 비교할 때 고속철도의 경쟁력은 높다"며 “공항 이동시간, 탑승 시간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고속철도가 빠르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하루 17편을 운항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승객 감소를 우려, 서울-대구 노선 폐지를 심각하게 검토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노선 승객이 80~90%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루 8편을 운항 중인 아시아나 역시 대체노선으로 서울-제주노선에 치중, 내년 항공스케줄 때 하루 5편 정도 증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지역항공사 출현(?) = 제주지역항공사설립 추진은 대한항공(A300-300석 규모)에 비해 기종상 탑승규모가 적은 아시아나항공(B737-140석 규모)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6일부터 제주도민 대상 10% 할인제를 도입, ‘도민 달래기’에 나섰지만 복합적 의도가 깔린 때문인지 사실상 도민 반응은 냉담하다.

실제 공무원(10%), 학생(10~20%), 경로우대(10~20%), 장애인 및 동반승객 (50%), 국가유공자(30~50%), 단체(10~30%) 등 다양한 할인제가 있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도민이 별도의 혜택을 누리겠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아시아나의 10% 할인제는 최근 지역항공사 최종용역보고서가 나오자 지역항공사 설립을 견제하기 위한 ‘물타기’ 및 ‘생색내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관련 아시아나항공 본사 홍보부는 “가격 할인인 만큼 평생 갈 수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인 반면 제주지점 관계자는 “제주도민을 위해 계속 시행할 것”이라는 입장차를 보였다.

▲ 요금 하락 이어지나= 특히 지역항공사 설립 용역 결과 제주-서울 항공료가 기존 요금의 30% 할인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기돼 ‘제주노선’ 집중 투입을 앞둔 양대 항공사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제주기점 노선 확충은 불가피하다”며 “특히 관광 및 생활노선으로 여기는 서울-제주 노선 강화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형기종(80인승 이하)을 기반으로 한 지역항공사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대한항공은 국제요금처럼 국내선 요금의 다양한 차별화 등 특단의 방안을 모색 중이다.

대항항공 제주지점 관계자는 “단순한 가격문제가 아니라 관광객 수용 방안 등 실질적으로 제주도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 고려될 것”며 제주노선의 활성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대해 한 도민 승객은 “속히 지역항공사가 출현해 3파전 양상에 돌입, 치열한 서비스 경쟁으로 서로 자극을 받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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