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미정씨.
실제 무술의 고수들이 배우로 등장하는 액션영화 ‘거칠마루’에 제주도 출신 우슈 고수 오미정씨(27)가 홍일점으로 출연해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14일 오후 7시30분 시사회장인 프리머스시네마 제주 영화관을 찾은 오씨는 날쌔게 날아오르는 영화속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수줍은 얼굴에 조금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의 작고 여린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강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무술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부모님 몰래 대학교 때 무작정 무술에 입문했죠. 늦은 만큼 남들보다 2~3배로 노력했어요. 그러다 2001년 중국에 무술을 배우러 떠났고, 2003년 귀국하자 관장님께서 인터넷에서 배우를 찾는다며 추천하더라고요”라며 출연 동기를 설명했다.

실제 이 영화에는 전 택견협회 챔피언, 합기도 4단, 절권도 수련 2년 사범, 우슈 국가대표, 전 대학씨름 헤비급 챔피언, 신일본 킥복싱 랭킹 2위, 전 무에타이 밴텀급 챔피언 등이 출연해 NO와이어, NO스턴트, NO그래픽의 100% 리얼 액션을 선보인다. 이게 바로 저예산 영화이자 유명배우가 등장하지 않는 ‘거칠마루’의 매력이다.

극중 우슈 고수이자 유치원 교사로 나오는 오씨는 공중을 펄펄 날아오른다. 붉은색 도복에 머리를 쫑긋 묶고 강렬한 눈빛만으로도 상대방을 압도한다. 그는 무술에 대해 “무술을 선과 악, 승자와 패자로 구분하는 오해를 버렸으면 해요. 진정한 무술인은 패배는 인정하지만 결코 무너지지는 않아요. 더 나은 삶을 배워가는 순간이죠. 이게 바로 우리 영화가 지향하는바”라고 당차게 말했다.

▲ 시사회장을 찾은 오미정씨가 중국무술 시연을 보이고 있다.
이 영화 스토리는 이렇다.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만난 8명의 무술인들이 ‘거칠마루’라는 고수를 만나기 위해 토너먼트를 벌이는 과정에서 주먹과 발, 몸무게와 키 중 어느 것이 강력한 요소인가. 조폭의 막싸움과 도장무술 중 어느 쪽이 강한가 등 무인들의 삶에 대한 태도를 보여준다.

영화를 찍는데 어려움이 없었냐는 질문에 오씨는 “연기가 아니라 실전에서 했던 무술을 재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어요”라며 “영화는 제 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이었고, 중국무술을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생각에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오씨는 제주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우슈를 시작했지만, 제주도 대표선수로 발탁돼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장권 2위, 검술 3위, 창술 3위의 성적으로 종합 3위를 차지했다. 또 그는 무술솜씨 못지않게 일본어와 중국어 구사 능력도 탁월하고, 현재 해양경찰시험에 합격해 오는 19일 입교 예정이다.

한편 ‘거칠마루’는 최초 제작비 3500만원에 감독의 사재를 털어 만든 초저예산 영화이지만 전주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호평을 받은 독립영화계의 화제작으로 오는 15일 전국 15개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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