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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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화산섬이라는 것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오름. 도내 360여개에 이르는 오름 중 유난히 특별한 오름이 있다. 바로 검은오름이다.

1만년 전 제주 북동쪽에서는 작은 화산 폭발이 수 차례 일어났다. 분화구에서 분출된 용암은 지형경사를 따라 구불구불 흘러내렸고, 북동쪽 해안선에 와서야 서서히 굳어졌다. 오랜 시간이 흘러 용암이 지나간 자리에는 거대한 동굴이 만들어졌다. 주변은 울창한 숲이 형성됐다.

거문오름과 용암동굴계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대로 보존돼 있는 20여개의 동굴의 규모와 연장길이, 생성물 등은 학술적·자연유산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도내 오름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이같은 가치보전을 이유로 관련 동굴에 대한 출입은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동굴 8곳 중 만장굴 1곳이 민간에 공개되고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제2입구를 통한 1km만 탐방이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일반인도 태초 모습 그대로의 제주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오는 10월 1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2022 세계유산축전 -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통해서다.

문화재청과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 등이 훼손 우려에도 불구하고, 세계자연유산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축전 기간 동안 일반에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4개의 구간으로 준비된 '불의 숨길'을 중심으로 공연·전시를 목적으로 하는 가치 향유 프로그램과 직접 걷고 체험하고, 경험이 주가 되는 가치 확산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제주투데이>는 지난달 29일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가 축전 개막 전 도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팸투어에 참여, 관계자들의 동행 하에 비공개 구간 중 일부를 둘러봤다,

(사진=박지희 기자)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는 지난달 29일 축전 개막 전 도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팸투어를 진행했다. 웃산전굴의 벽면에는 붉은 빛의 퇴적암층이 겹겹이 쌓여있었다. (사진=박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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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는 지난달 29일 축전 개막 전 도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팸투어를 진행했다. 웃산전굴 주변에 울릉도와 도내 일부 곶자왈에서만 볼 수 있는 일색고사리가 자라고 있었다. (사진=박지희 기자)

거문오름탐방로에서 용암이 흘러간 길로 방향을 틀면 2구간인 '용암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 우거진 숲 사이에 만든 좁은 길을 따라가다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길로 들어갔다.

정돈돼 있지 않은 바위를 딛고 아래로 내려가니 습한 냉기가 느껴졌다. 고개를 드니 벵뒤굴과 연결되는 초대형 동굴 웃산전굴의 웅장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웃산전은 제주어로 '산의 밭'이라는 의미다. 밖에서도 훤히 들여다보이는 넓은 입구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동굴 주변에는 천장이나 벽면에서 떨어진 낙반들이 전구간에 겹쳐 쌓여 있었고, 벽면에는 붉은 빛의 퇴적암층이 겹겹이 쌓여있었다. 총길이는 약 2.5km에 이른다. 동굴의 천장이 무너져 2개의 입구가 형성돼 있다.

동굴내부에는 다층구조를 비롯해 용암교, 용암종유, 용암유석, 용암산호 등 다양한 생성물이 존재했다. 주변에는 울릉도와 도내 일부 곶자왈에서만 볼 수 있는 일색고사리도 곳곳에 자라고 있었다.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는 지난달 29일 축전 개막 전 도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팸투어를 진행했다.  굳어진 용암 위로 물이 고여 만들어진 웃산전못. (사진=박지희 기자)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는 지난달 29일 축전 개막 전 도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팸투어를 진행했다.  굳어진 용암 위로 물이 고여 만들어진 웃산전못. (사진=박지희 기자)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는 지난달 29일 축전 개막 전 도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팸투어를 진행했다. 용암교를 멀리서 바라본 모습. (사진=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 제공)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는 지난달 29일 축전 개막 전 도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팸투어를 진행했다. 용암교를 멀리서 바라본 모습. (사진=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 제공)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는 지난달 29일 축전 개막 전 도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팸투어를 진행했다. 도내 언론사 관계자들이 용암교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는 지난달 29일 축전 개막 전 도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팸투어를 진행했다. 도내 언론사 관계자들이 용암교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동굴 인근을 걷다보니 용암 위 물이 고여 만들어진 웃산전못이 나타났다. 용암이 여러번 걸쳐 흘렀던 흔적들이 있는데, 굳어진 용암 틈 사이로 지하수가 새어나와 약 100m의 폭 규모로 형성된 연못이라고 한다. 이는 비가 와서 만들어지는 육지의 호수와 큰 차이를 보인다. 그 덕에 이 호수는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구간을 벗어나 3구간 '동굴의 길'에 들어섰다. 길의 시작과 동시에 커다란 용암지형 용암교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킹덤 : 아신전' 등 몇몇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곳이다.

북오름굴과 웃산전굴 사이에 있는 용암교는 지상에 노출돼 있어 터널 혹은 다리 처럼 보인다. 사이로 들어가 랜턴을 비춰보면 특이한 동굴의 단면을 볼 수 있다. 원형 터널 위로는 여러 나무들이 자라 숲이 우거졌다. 마침 그 사이로 비친 햇볕이 원시림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한층 더해줬다.

안개가 고즈넉이 끼어있는 북오름굴 입구에는 일부 나무가 뿌리를 드러낸 채 자리잡고 있었다. 토층이 얇고, 바위가 많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식이다. 해설을 맡은 김상수 운영단장은 "강인한 제주인의 생명력과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용암류가 함몰하면서 생긴 커다란 천장창을 가진 대림굴을 지나면 만장굴 3입구를 만날 수 있다. 우거진 나무 사이로 햇볕이 동굴을 비춰 블랙홀 같던 동굴의 바닥이 드러나자, 그제서야 아찔한 규모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축전에서는 만장굴 3입구를 탐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는데, 동굴에 들어가기 위해선 '레펠'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깊이가 무려 15m 이상에 달하기 때문이다. 고소공포증 여부 등 엄격히 이뤄진 심사에서 통과한 사람만이 지구에서 가장 긴 동굴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다.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는 지난달 29일 축전 개막 전 도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팸투어를 진행했다. 북오름굴 입구에 안개가 껴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는 지난달 29일 축전 개막 전 도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팸투어를 진행했다. 북오름굴 입구에 안개가 껴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는 지난달 29일 축전 개막 전 도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팸투어를 진행했다. 북오름굴 입구에는 일부 나무가 뿌리를 드러낸 채 자리잡고 있었다. 강인한 제주인의 모습과 닮아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는 지난달 29일 축전 개막 전 도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팸투어를 진행했다. 북오름굴 입구에는 일부 나무가 뿌리를 드러낸 채 자리잡고 있었다. 강인한 제주인의 모습과 닮아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 축전에서 탐험대가 레펠을 타고 비공개 구간인 만장굴 3입구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 제공)

'2022 세계유산축전 -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한라산 어리목 광장과 거문오름용암동굴계, 성산일출봉 등 세계자연유산 일원에서 열린다.

특히 올해 행사는 전과 달리 세계자연유산마을 7곳(선흘1리, 선흘2리, 덕천리, 월정리, 김녕리, 행원리, 성산리) 등으로 구성된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가 운영을 맡는다.

강경모 총감독은 이와 관련, "마을주민들이 해설과 연출 등 프로그램 설계에 적극적 참여할 것을 유도하고자 한다"면서 "올해 첫 시도라 참여는 미약할 수 있지만 향후 지속가능한 축전을 통한 지역의 발전을 위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자생력 확보와 지속적인 확산을 위한 발전 기반 마련을 위해 참가자도 모집한다. 세계자연유산 순례단과 만장굴 전 구간 탐험대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번달 7일까지 지원자를 공모하고 있다.

또 세계자연유산 워킹투어와 특별탐험대는 오는 10일부터 24일까지 지원자를 선착순 모집할 예정이다. 추후 세계자연유산 마을을 탐방하는 '만장굴 아트 프로젝트' 프로그램 참가자도 모집할 계획이다.

참가 신청 및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2022 세계유산축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공식 홈페이지(worldheritag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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