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제주본부와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나오미)센터는 25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주 공연예술비자(E6)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박지희 기자)
민주노총 제주본부와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나오미)센터는 25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주 공연예술비자(E6)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도내 모 공연장에서 이주노동자가 일을 하다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자가 치료를 방해하는 등의 인권침해를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노총 제주본부와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나오미)센터는 25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주 공연예술비자(E6)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공연장이 산업재해를 은폐하고 노동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산업재해 은폐·노동안전보건법 위반"

민주노총 제주본부 법률지원센터 소속 김혜선 노무사에 따르면 해당 공연장에서는 현재 20여명의 외국인 공연예술노동자가 다이빙 등 곡예 공연 업무를 맡고 있다.

우크라이나 출신 노동자 A(32)씨도 1년  계약 조건으로 지난해 5월 25일부터 일을 해왔다.

사건은 A씨의 계약기간이 약 한달 남은 지난 4월 14일 발생했다. 공연 연습을 하던 A씨가 왼팔 이두근 인대가 다치는 등 부상을 입고 병원 이송을 요청했지만 사업자 측이 거부했다는 것.

이후 센터의 도움으로 수술일정을 잡은 A씨가 이 사실을 사업자 측에 알리자 사업자 측은 "사업장을 이탈했다"는 이유로 출입국관리소에 신고했다.

이후 A씨는 이 사고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 그러자 사업자 측이 "주변에서 만류했으나 본인이 우겨서 진행한 연습"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단은 지난 8월 31일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A씨는 "여러 나라에서 일해봤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면서 "그동안 스포츠지도사로 일해왔지만 부상으로 인해 이 일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몸 상태가 악화됐다. 사업자 측은 이조차도 믿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와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나오미)센터는 25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주 공연예술비자(E6)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고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우크라이나 출신 공연예술노동자 A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민주노총 제주본부와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나오미)센터는 25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주 공연예술비자(E6)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고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우크라이나 출신 공연예술노동자 A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노동시간·임금, 근로계약서와 달라"

민주노총 제주본부 등은 해당 사업장의 문제가 이 뿐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노동시간이 근로계약서 내용과 다르고, 임금 역시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매일 15분씩 3회 공연 업무에 월 임금 100만원으로 체결됐다. 공연 준비·정리·연습 시간은 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주 7일 근무이지만, 주휴일이나 연차휴가도 지급되지 않았다.

김혜선 노무사는 "공연예술초청비자는 계약된 내용 이외의 취업을 하지 못한다"면서 "정부는 미등록취업을 막기 위해 최저임금 수준 이상의 임금계약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어 저임금 상황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주노동자들은 본인의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노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이마저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도 "근로계약서 상에는 달러로 임금을 지급받기로 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원화로 받았다. 그런데도 사업자 측은 국내통장을 몇 달 동안 만들어주지 않았다"면서 "돈이 필요한 때에는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서 돈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일을 시작한 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돼 가족들에게 돈을 꾸준히 보내야 했다. 하지만 이같은 과정을 거쳐야 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덧붙였다.

제주도내 공연장 내 이주노동자 기숙사 모습. (사진=민주노총 제주본부 제공)
제주도내 공연장 내 이주노동자 기숙사 모습. (사진=민주노총 제주본부 제공)

"이주노동자 숙소, 반인권적 환경"

민주노총 제주본부 등은 이주노동자의 숙소도 반인권적인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법률상 이주노동자의 기숙사는 건축물 대장상 주거용으로 명시된 곳이어야 한다. 그런데 노동자들에게 실제로 제공된 숙소는 공연장 내 일부를 판넬과 지지대를 이용, 개조된 곳이었다는 것.

김 노무사는 "이 사업장의 기숙사는 채광과 환기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연장 소음에 그대로 노출되는 장소"라면서 "침실과 화장실, 목욕시설 등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적절한 잠금장치도 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숙소에는 식사를 만들 공간이나 취사도구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이곳 소속 이주노동자들은 거의 매일을 식빵과 통조림 등을 구입해 커피포트 등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놀라운 사실은 도내 수많은 공연장의 이주공연노동자들이 불법적이고 반인권적 상황에서 지내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점검조차 안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제주본부와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나오미)센터는 25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주 공연예술비자(E6)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고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김혜선 노무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민주노총 제주본부와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나오미)센터는 25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주 공연예술비자(E6)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고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김혜선 노무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도·고용노동부, 공연예술 이주노동자 실태파악 해야"

민주노총 제주본부 등은 제주도와 고용노동부에 해당 공연장의 노동환경 실태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며, 도내 150여명의 공연예술 이주노동자 실태 파악도 촉구했다.

김상훈 천주교제주교구 나오미센터 사무국장은 "지난 2019년 세네갈 출신 공연자들을 도운 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은 "회사가 공연허가를 받는 과정 중에 서류를 위조한 것이 밝혀져 공연을 못하게 되자, 입국한 공연자들을 강제로 출국시키려고 한 사건"이었다면서 "엄연히 계약서가 존재하는데도, '외국인은 해외로 쫓아버리면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도 외국인 공연노동자인 A씨가 연습 중 사고로 인대가 파손됐다. 수술이 필요했음에도 사측은 '몇일만 버티면 이 외국인은 비자가 만료돼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해 노동자의 고통 호소를 무시했다"면서 "다행히 노조의 도움으로 산재를 인정받아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기자회견이 평화의 섬 제주에서 관광산업 일꾼으로 살아가고 있는 공연예술 비자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지역사회에 알려지고 바로 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이주노동자는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지역 노동자와 똑같이 바라보면 안된다"면서 "이런 상황은 A씨에게만 한정돼 있지 않다. 이들은 값싼 노동력이 아니라 도민과 함께 제주를 지탱하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사용자의 법률 위반사항과 인권침해 내용을 모두 정리,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사업주 "사실 아니 ... 형사고발 검토 예정"

해당 사업주는 쏟아진 문제 제기에 대해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업주는 제주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A씨는 예술흥행비자 가운데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하는 E-6-1가 아닌 E-6-2로 입국했다"면서 "또 A씨는 임금을 가불받은 횟수가 잦았다.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모두 지급했다. 이 내용은 내부 문서대장에 모두 기록돼 있다"고 반박했다.

또  "A씨가 부상 치료를 위한 수술비를 요구해 '함께 병원에 가서 진단받은 내용을 보고, 수술비를 직접 내주겠다'고 전했다"면서 "그런데 다음날 A씨가 규정을 어기고 사업장에서 이탈해 출입국관리소에 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숙소 불법 개조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사업장 규모가 커 행정에 특별관리대상으로 등록돼 있다. 소방과 시청으로부터 정기점검을 받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업주는 이들 단체와 A씨 등을 대상으로 형사고발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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