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흘 신과세제 1995. (사진=강정효)
와흘 신과세제 1995. (사진=강정효)

제주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공동체’다. 척박한 환경 탓에 먹을 것은 항상 부족했고 변방으로 밀려나 외부로부터 착취당하기 십상이었다. 그런 제주가 공동체로서의 주체성을 잃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가.

지금의 제주가 있기까지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굳건한 공동체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공동체를 지켜온 배경에는 신앙이 있었다. 그리고 신앙을 이어온 바탕엔 ‘단골’이 있었다. 

대학시절부터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제주를 담아온 강정효 사진작가. 오는 10일까지 제주문예회관 제3전시실에서 개인전 ‘단골’이 열리고 있다. 

‘제주다움’을 항상 고민했던 그가 이번에 주목한 건 제주의 무속신앙, 그리고 ‘단골’이다. 강정효 작가에 따르면 단골은 본향당 또는 한 무당에 딸린 신앙민(信仰民)을 이르는 말이다. 

(사진=강정효)
(사진=강정효)

그는 작가노트를 통해 “굿은 심방과 단골, 그리고 공간적 의미로서의 신앙이 어우러져야 한다”며 “많은 이들이 굿을 이야기하며 심방만을 말하고 있다. 단골의 중요성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한다. 

이어 “물이 없으면 물고기가 살 수 없듯이 단골이 없으면 심방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제주의 굿을 지켜온 것은 심방만이 아닌 단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며 심방이 아닌 단골을 주제로 담은 사진전시회를 준비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제주의 정체성은 특정 계층이 아닌 기층민인 민중들에 의해 지켜져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이번 전시는 제주문화예술진흥원이 ‘2022 우수작가 초청기획전’을 통해 선정한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행사로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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