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제주본부는 26일 오전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박지희 기자)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26일 오전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지역 노동자들이 "윤석열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면서 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26일 오전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30일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위험 요인을 발굴·통제하는 '위험성 평가'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위험성평가는 노사가 함께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스스로 파악해 개선대책을 수립·이행하는 제도다. 

정부는 2013년 강제규정 없이 도입된 이 제도를 개편, 기업 규모와 작업 특성에 맞는 핵심 위험요인을 발굴하는 방향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대기업은 올해부터, 중소기업은 오는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 한다.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위험성평가 미실시 사업체에 대한 시정명령 또는 벌칙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위험성평가를 했음에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이를 수사자료에 적어 검찰·법원의 구형과 양형에 반영되도록 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따라 지난 11일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를 발족했다. 학계와 법조계 인사 8명으로 구성된 TF는 오는 6월까지 5개월간 해당 법 개선방안을 집중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이를 두고 "노동자의 실질적 참여 보장이 없는, 실패한 자율안전 정책의 답습"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단체는 "대기업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는 중대재해 예방에 힘쓰기 보다 경영 책임자 처벌을 피하기 위해 형식적 작업에 열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또 "노동부도 지난해 11월에는 법 개정을 하더라도 노사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로 TF를 구성하겠다고 했지만, 한 달도 안돼 전문가로만 구성한 TF를 발족했다"면서 "발족식에서는 '제재 방식의 변화',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전 개정' 등 법의 개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제주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동안 노동부가 30여건의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은 그동안 단 10건만 기소하는 데 그쳤다"면서 "이마저도 대기업은 빠졌다. 정치적 사안에는 대규모 검찰력을 투입하지만 노동자가 죽어나간 민생 현안은 장기간 방치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 단체는 "중소기업 사업주 중 80%는 하청이 아닌 원청의 책임을 강조해 실질적 예방 주체를 밝힌 해당 법을 찬성한다"면서 "노동자의 60%도 일터의 안전을 위해 법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한다고 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개악 시도를 멈춰야 한다"면서 "중소사업장에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기 위한 실질적 지원대책을 강화하고, 신속한 법 집행을 통해 경영책입자를 엄정 처벌하는 등 법이 실질적 효과를 발휘하도록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중대산업재해'란 노동자가 업무·작업 도중 크게 다치는 사고다. 

법률 상 중대산업재해는 업무로 인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같은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는 재해를 뜻한다.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중대재해 발생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제주도내 첫 사건은 이른바 '제주대 기숙사 철거 사망사고'다. 지난해 2월 제주대 기숙사 임대형 민자사업 신축공사 현장에서 약 10m 높이의 굴뚝을 철거하던 중 건물 일부가 무너져 굴착기 기사가 숨진 사건이다. 제주지검은 지난해 12월 이 사건 경영책임자를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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