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스(SARS)의 확산 등으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매출저하에 시달려온 외국인 면세점 업계가 떨어진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뜨거운 판촉전을 펴고 있다.

이들은 올해 해외여행시장이 살아난다 하더라도 급격한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 면세점 시장의 전체적인 규모를 키울 수 있는 내국인 출국객을 대상으로 한 고객유인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떨어진 매출을 끌어올리고 시장 규모 확대를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업계 1위 신라면세점.

지난 2000년 6월, 매장을 호텔이 자리하고 있는 중문권에서 벗어나 신제주권으로 옮기며 업계 1위로 부상한 신라는 그러나 9.11테러와 사스 발생에 따른 해외여행시장 위축으로 매출액이 크게 줄어 고민해 왔다.

# 부진탈출 '해외출국 도민을 잡아라'

신라는 매출부진이 심화되자 이를 만회할 방법으로 지난 6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신년 첫 명품 바겐세일을 진행하고 있는데 내국인 출국객을 대상으로 한 판촉을 한층 강화했다.

신라는 올해 '첫 명품 바겐세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1장으로 된 전단지를 제작, 신문에 삽입해 도내 전역에 뿌리는 등 여행이나 비즈니스로 해외로 출국하려는 도민들에게 할인행사를 홍보하고 있다.

면세점이 리플렛을 제작해 도민을 상대로 판촉에 나선다는 것은 잘 나가던 과거와 비춰볼때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줄어든 매출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업계가 얼마나 매출저하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물론 거기에는 외국인 면세점이 출국하려는 내국인도 여권 등을 소지하면 이용에 제약이 없는데도 아직까지 외국인만 이용하는 곳으로만 인식되고 있는 것을 전환시키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세일내용도 시선을 붙잡게 하기 위해 파격적인다. 세일기간동안 세계적인 유명브랜드인 구찌가 품목별로 30~70%까지 할인되고 파라다 역시 30~70%, 크리스찬 디오 20~30% 등 모든 브랜드를 최저 20%에서 최고 80%까지 할인판매하고 있다.

또한 일정금액 이상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보온병을 비롯해 고급타올세트, 헤어드라이기, 다기세트, 여행용 가방 등을 사은품으로 증정하고 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전체 연간 매출에서 출국하는 도민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5~6%에 불과하지만 당장 매출을 신장시킬 수 있는 해외의 호재가 없는 만큼 최근 들어 도민들의 해외나들이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겨냥한 궁여지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간 3500여명의 해외출국을 하려는 도민이 면세점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제는 연간 4~5만명이 해외여행을 하는 시대가 된만큼 도민을 대상으로 한 판촉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춘추전국시대 면세점 업계 흥망성쇠

그동안 춘추전국시대를 보이던 도내 외국인 면세점업계는 지난해 5월 한진에 이어 관광공사 면세점이 시장에서 나감으로써 2개 체제로 재편됐다.

1999년까지 조용하던 도내 면세점 업계는 2000년을 맞이하면서 전혀 새로운 구도를 맞이하게 된다.

2000년 3월 롯데면세점이 시장에 뛰어들고 4두체제로 전환된데다 신라면세점이 6월에 매장을 호텔이 소재한 중문권에서 탈출해 신제주권으로 옮겨오면서 경쟁의 신호탄을 쏘았다.

치열한 순위경쟁속에 2001년 매출을 결산한 결과 그때까지 부동의 업계 선두를 지켜오던 한진을 밀어내고 신라가 1위로 올라서고 롯데가 2위로 부상하는 전환기를 맞았다.

이때 도내 면세점 총 연간매출이 전년보다 25%나 증가한 1013억9400여만원으로 아직까지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9.11테러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축소로 2002년에는 875억원으로 20%나 줄었고 지난해는 750억원으로 잠정집계되고 있는 것에서 보듯 업계는 지속적인 매출저하로 심한 경영난에 시달려왔다.

이는 주요고객인 일본인 관광객이 9만8000여명에 그쳐, 제주방문 외국인 관광객중 가장 많은 26%나 감소한데다 그마저도 구매력이 떨어지는 계층이 대부분이어서 면세점 매출저하는 더 컸다.

# 신라.롯데 쌍두체제 올해 전략은

지난해 한진면세점이 문을 닫은데 이어 제주국제공항 외국인 면세점 입찰에서 롯데가 낙찰됨으로써 관광공사까지 나간 도내 외국인 면세점 시장은 이제 쌍두체제로 재편됐다.

두 면세점은 올해의 경우 지난해의 부진을 훌훌 털고 새롭게 약진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특히 공항의 면세점까지 운영하게 되면서 힘을 얻은 롯데는 이번 참에 신라를 밀어내고 선두에 나서겠다는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롯데는 상품구성을 고가품 위주로 하고 공항 외국인 면세점 운영에 따른 판촉을 강화하며 시내권에서 밀리는 부분을 공항에서 커버한다는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라는 루비이똥과 에르베스 등 자신들만이 취급하는 유명브랜드를 포함한 앞선 상품력과 시내권이라는 지리적 여건을 앞세워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매출을 지난해보다 15% 증가한 수준으로 잡고 있는 신라는 시내권을 나눠 가지던 한진의 몫을 흡수하고 일본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내세워 업계 1위를 지켜 간다는 전략이다.

2년 연속 매출하락에 시달리면서 쌍두체제로 재편된 도내 외국인 면세점 업계가 과연 올해는 어떤 모습을 그려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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