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오후 2시 제주시 소재 몬딱가공소에서 '2023 제주 공유경제 활성화 포럼'이 개최됐다. (사진=박소희 기자)
지난 5월 31일 오후 2시 제주시 소재 몬딱가공소에서 '2023 제주 공유경제 활성화 포럼'이 개최됐다. (사진=박소희 기자)

공유경제란 물건을 기존의 '소유'에서 '공유'의 개념으로 바꾸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사용하는 협업 소비를 말한다. 영어로는 셰어링 이코노미(Sharing Economy)라고 번역한다. 

그러나 '셰어링 이코노믹'은 산·바다·공기·땅·물 등 자연을 비롯해 공동체 문화나 행동 양식까지 포괄하기는 협소한 개념이다. 

따라서 한정된 자원으로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공유경제 개념을 '커미닝 이코노미(commoning economy)'로 다시 정립하고 협소한 '경제'가 아닌 '도시' 혹은 '사회'로 의미를 확장한 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시장은 경제와 사회를 분리시키지만 공유사회는 경제와 사회를 통합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지난 5월 31일 오후 2시 제주시 소재 몬딱가공소에서 '2023 제주 공유경제 활성화 포럼'이 개최됐다. 

2023 제주 공유경제 활성화 포럼 사회를 맡은 엔스페이스 정수현 대표 (사진=박소희 기자)
2023 제주 공유경제 활성화 포럼 사회를 맡은 엔스페이스 정수현 대표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도,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센터장 박용원),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상임대표 강호진), 앤스페이스가 공동 주최한 이 포럼은 '제주형 공유도시의 지향점과 로드맵'을 주제로 제주대 김자경 교수, 경기도 김홍길 사회적경제육성 과장, 잇지제주 고시연 대표가 발표자로 나섰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공유경제 또는 공유활동 활성화를 위한 정책, 행정 기업, 단체의 협력 지점 발견'을 주제로 박용원 센터장, 제주시소통협력센터 민복기 센터장, 뉴블랙 한완희 이사가 자리를 채웠다. 

#'공유경제' 개념부터 정리하자

'제주 사회에서 바라보는 공유의 깊이와 넓이'를 주제로 발표한 김자경 교수는 제주의 무형 문화 유산인 '수눌음'을 강조하면서 공유경제 개념을 축출(Sharing)에서 생성(commoning)의 경제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제주 수눌음 경제 원형 탐구를 통한 '커먼즈 경제(Commons economy)'로 제주형 공유경제를 만들어 가자는 제안이다.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지속가능사회연구센터 김자경 학술연구교수(사진=박소희 기자)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지속가능사회연구센터 김자경 학술연구교수(사진=박소희 기자)

김 교수는 제주의 내일, 혹은 제주의 가치가 담보된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커먼즈(The Commons: 자원을 장기간 돌보기 위한 사회 체계)와 커머닝(Commoning: 집단적 이익을 위한 공동체의 자원관리를 돕는 사회적 실천들과 규범들)의 관점에서 시장경제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자본주의 사회는 공동체에 속하는 자원을 사유화하고 상품화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으로 대표되는 공유경제 역시 개인이 소유한 자원을 나눠쓰는데 국한된다. 

커먼즈는 (개인의) 자원만을 말하지 않는다. 자원과 공동체, 필요한 자원을 관리하기 위해 해당 공동체가 만들어내는 규약·가치·규범들 모두를 포함한다. 물·대기·지식·전통·생물다양성·기후 모두 커먼즈다. 이를테면 누구의 것도 아닌 '모두의 바다'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속가능한 상태로 관리하고 이용하는 것이 커먼즈 핵심이다. 

김 교수는 제주의 경우 마을공동목장의 경우 목축계, 마을공동어장의 경우 어촌계 같은 커먼즈 플랫폼이 존재하며 이는 무임승차를 방지하고 자원을 희소하지 않게 만드는 장치를 고안한다고 했다. 

그는 "커먼즈 운영구조를 살펴보면서, 커먼즈는 그 자체의 단위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마을공동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면서 지속가능성과 회복력을 갖출 수 있는 삶의 단위인 '마을'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 '경제'가 아닌 '사회'로 공유 정책 설계해야

경기도에서 사회적경제를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김홍길 과장은 '공유경제'가 아니라 '공유사회'로 용어를 정리했다. 

경기도 사회적경제육성과 김홍길 과장
경기도 사회적경제육성과 김홍길 과장

'공유가 정책이 된다는 것의 함의'라는 주제로 발표한 김홍길 과장은 제주도와 세종특별자치시만 관련 조례가 없다면서 "가장 늦지만 제주지역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조례를 만드는 것도 좋겠다"고 했다. 

다만 "타 지역의 경우 '공유'라는 포괄적 개념을 적용한 조례가 있는 반면 '공유경제'로 한정한 조례들도 있다"면서 제주에서는 '공유사회(커먼즈)' 조성을 위한 조례로 만들 것을 제언했다. 

'생산된 제품을 다수가 공유해 사용하는 협력적 소비'를 의미하는 협의의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아닌 집단적·협력적으로 생산·거래·소비·이용·관리하는 사회구성체로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는 김홍길 과장의 제안은 김자경 교수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김 과장도 제주의 수눌음을 강조했다. 

수눌음은 함께 품을 교환한다는 의미로 협동노동을 넘어 마을공동체가 개인의 안전망을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김 과장은 공유사회 조성을 위한 정책으로 제주의 특징을 살린 '수눌음촉진활성화조례'를 제안했다. 개인 중심의 사회운영체계를 공동체성에 바탕을 둔 사회운영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실효성을 얻으려면 공유사회 거버넌스 기반 조성, 사회적 자본 조달 모델 정립, 공유정보 거버넌스 확립 등도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박용원 센터장(사진=박소희 기자)

박용원 센터장은 "사회적경제의 경우 관련법과 제도가 존재하지만 공유경제는 그렇지 않다"면서 "공동체를 포함한 공유자원을 조사하고, 활성화 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 관련 제도나 정책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자 제주도 정창보 사회적경제 팀장은 "공무원 시각으로는 공유사회 육성을 위해서는 공유자산 조사 등을 시행할 수 있는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기존 '제주특별자치도사회적경제기본조례'와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 할 지 별도의 조례를 제정해야 바람직 할 지 고민되는 지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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