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로망스 '나 홀로 길을 가네'  

러시아사람들은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 산책은 그들 생활의 일부이다.
아무리 춥고 눈이 펑펑 쏟아져도 그들은 걷는다. 그 끝도 보이지 않는 자작나무숲길을 왜 걷느냐고 아무도 이유를 묻지 않는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과연 나는 어떤 길들을 지나 여기까지 왔을까? 이제껏 걷고 또 걸어왔는데...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어디인가?

나 홀로 길을 가네
안개 속을 지나 자갈길을 걸어 가네
밤은 고요하고 황야는 신에게 귀 기울이고
별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네

하늘의 모든 것은 장엄하고 경이로운데
대지는 창백한 푸른빛 속에 잠들어 있다.
도대체 왜 나는 이토록 아프고 괴로운가?
무엇을 후회하고 무엇을 기다리는가?

아! 삶 속에서 더 이상을 바라지 않고
지나가 버린 날에 아쉬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나는 자유와 평온을 구하고 싶네
이제 내 자신을 찾기 위해 잠들고 싶어.

러시아의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는 그가 호소하듯 부르는 러시아 로망스 '나 홀로 길을 가네' 만큼이나  자신의 삶을 열심히 정열적으로 살아왔다.
세계 3대 바리톤으로 불리며 그의 아름다움과 호탕함 그리고 정열을 보여준다는 그의 무대는 이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러시아 예술을 가장 잘 표현하는 가수라 불리기도 한다.
"저는 러시아의 영혼과 문화를 사랑합니다. 그 예술적 깊이를 제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릅니다. 성악가가 아닌 제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제가 노래를 할 수 있도록 저를 만들어 준 러시아를 사랑합니다. 이번 연주회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제 삶은 현재 매우 행복합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하는 모든 이들도 행복할 것이라 믿습니다."

언젠가 연주회를 앞둔 그가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서 한 길을 걸어가는 아름다운 예술가의 모습을 읽었다. 그리고 감사할 줄 아는 그의 마음이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에 배어있음을 느꼈다.

늦은 밤. 나는  피아노 앞에 앉아 며칠 뒤에 있을 연주회 연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얘기했던 것처럼 나도 내 음악회에 온 관객들이 행복한 마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우상임씨는 제주대학교음악학과와 경희대학교 음악대학원을 졸업했다.  러시아 성페테르부르크음악원 마스터클래스를 연수하고 러시아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음악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제주 MBC FM 모닝쇼 '우상임의 모닝 클래식'을 진행하고 있다. 한라대학교 음악과 출강, 문화공간 자작나무숲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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