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천바레당 푸더진다' 시집 표지.

"이 땅의/ 저영 매날/ 먼 질 걸엉/ 하늘로 올르는 거 보난/ 나가 죽엉/ 땅 소곱에 가도/ 사름덜은 나를/ 하늘아래에 갔덴 고를로고나 "<지평선 전문>

양전형 시인이 최근 제주사투리 시집 "허천바레당 푸더진다"를 발간했다.

이 시집은 전체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보름"에서는 자연이나 주변의 사물들을 통해 지천명 나이의 제 자신을 투사해 내고 있다.

'지천명', '산성비' 등의 작품에서 시인 자신의 애환이 짙게 배어난다. 또한 시인의 실제로 체험했던 것을 생생한 사투리로 울려 퍼지고 있다.

이래 저래 힘들고 아픈 세월을 살아온 제주사람들에게는 제주사투리가 단순히 의사소통 수단의 차원을 넘어 제주사람들의 내면을 우려내면서 독특한 언어문화를 이루어 내고 있다.

제2부에 실린 '돗통시', '새비꽃 드릇질', '씨암톳' 등의 작품에서 체험하지 않은 사람은 좀처럼 묘사해 낼 수 없는 부분들을 거의 소설적 묘사력으로 그려내고 있다.

또한 시인은 사투리 속에 가족애가 빛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오라동에서 태어나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듯 시인의 성실함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라리 메마꽃' 연작에서도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성실성의 이번 사투리 시집에서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해설을 쓴 고정국 시인은 "기존의 시인들이 펴낸 사투리 시집의 내용이 대부분 과거에 머물고 있는 반면 시인은 당시의 언어로서 이야기 하는 점, 거기에다 시적전개와 사투리 활용이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고 평했다.

이 시집은 단순히 사건에 대한 줄거리의 나열이나 개인의 푸념의 차원을 넘어 제주사투리의 예술적 상상력까지 접근하고 있다는데 가치를 찾을수 있을 것이다.

양전형 시인은 1953년 오라동에서 태어났고, 1995년 한라산문학에 시 "오라동 메꽃"외 5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도두봉 달꽃', '나는 돌이다', '길에사는 민들레' 등이 있고, 제3회 열린문학상, 제5회 제주문학상을 수상했고, 제주문인협회 사무국장과 한라산문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제주감귤농협 동제주지점장으로 재직중이다. 다층. 값 6000원. <제주투데이>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