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함께 주차단속을 해야 하는 구청 산하 공사 직원이 공무원 대동 없이 버젓이 혼자 사설 견인차를 타고 다니며 차량을 무차별 견인해가는 현장이 CBS에 포착됐다. 게다가 이 직원이 견인장을 붙이면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설 견인차들이 바로 견인해가는 장면도 역시 취재진에 잡혔다.

지난 3월 22일 밤 서울시 구로구 개봉동의 한 거주자우선 주차구역. 사설 견인차 한 대가 이 지역을 지나가다 멈췄다. 이어 조수석에 타고 있던 구로구청 산하 시설관리공단 직원인 A씨가 이 견인차에서 내리더니 한 승용차에 견인장을 붙였다. 그러자 사설 견인차는 바로 견인 준비를 마쳤고 A씨가 다시 조수석에 오르자 단속된 차량을 끌고 유유히 현장을 떠났다.

며칠 뒤 구로구 가리봉동의 또 다른 거주자우선 주차구역. 이번에는 A씨가 공단 소유 공영 견인차를 타고 다니며 부정 주차된 차량에 견인장을 붙였다. 그러자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설 견인차가 즉시 견인했다.

이렇게 몇 대를 적발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사이 3대의 사설 견인차가 그 뒤를 바짝 따라 붙었다.

▶구로 시설공단, “욕 먹을 짓 뭐하러 하나” 완강히 부인

시설공단측에 이런 내용을 확인하자 공단측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펄쩍 뛰었다. 공단 관계자는 “주민들이 뻔히 보고 있는데 단속 차량과 사설 레커차가 어떻게 한꺼번에 움직이며 견인하겠나. 그건 법에 어긋나기도 하지만 욕 먹을 짓이다”라고 완강히 부인했다.

또 현행 주차장법에 따르면 공무원이 아닌 공단 직원은 혼자 주차단속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다만 단속을 벌이다 비리를 저지를 경우에만 공무원과 같은 처벌을 받게 된다. 그만큼 주차단속 업무가 민감한 사안임을 법이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사실 구로구청에는 시설공단 직원이 사설 견인차와 함께 무차별 주차단속을 한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아 왔다. 지난 5월 말에는 구청장실 옆 민원실로 B(42.여)씨가 찾아와 “주차 공간이 많아 잠깐 대놨을 뿐인데 무차별 견인해갔다”며 2시간 가량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B씨의 차량을 견인해간 직원은 A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설공단측도 비슷한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공단 관계자는 “하루 종일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 직원들이 밖에서 단속을 하고 있을 때 안에서는 전화 받느라 업무를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설공단의 한 관계자는 “구청도 A씨의 단속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5월 15일부로 구청 공무원 4명을 파견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말 CBS가 세 차례 이들의 주차단속 과정을 추적한 결과 공무원이 동행하는 것만 다를 뿐 A씨가 여전히 사설 레커차와 함께 움직이며 무차별 견인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현재 구로구 시설관리공단은 세금을 들여 자체적으로 3대의 공영 견인차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무슨 이유인지 사설 견인차에 단속 차량의 대부분을 견인시키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최근 공영 견인차 사업을 폐지하기까지 했다.

한편 구로구청은 CBS취재가 들어가자 시설공단측에는 ‘한 차례 경고한 뒤 다시 적발되면 견인 조치할 것과 견인업체와 동행 및 사전 연락을 금지할 것’이라는 공문을, 해당 사설견인업체측엔 ‘단속한 뒤 20분 경과 후 견인 조치할 것, 단속요원/단속 차량과 동행 금지’라는 공문을 각각 내렸다.<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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