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는 당신의 얼굴도 이름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매일같이 YTN 사옥 앞에서 촛불을 밝혀 주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며칠 전 남편은 1,000 마리의 종이학을 받아왔습니다. 남편이 해고된 다음날 '오늘만 울겠다'고 결심했는데 종이학을 보며 울컥…. 또 울게 됐습니다. 사람에 의해 다친 마음 사람에 의해 치유를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6일 YTN 사측으로부터 해고통지를 받은 조승호 기자의 부인이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이다.

◈ 라면만 끓일 줄 알아도 그렇게는 안 산다

7월 들어서며 시작된 YTN 사태는 숱한 화제 속에 넉 달을 채워가고 있다. YTN 노조원 200여명의 릴레이 단식이 이어지고, 'YTN지킴이'라는 자발적인 시민 지지 모임이 결성되었다.

타 언론사 노조원들이 조를 짜 돌아가며 YTN 사옥 문을 함께 지키고 국제기자연맹까지 나서서 YTN 기자들의 공정방송 수호 결의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YTN 앵커들이 검은색 계통과 검은색 무늬의 옷을 입고 방송하는 이른바 방송사 초유의 'YTN 블랙투쟁'도 벌어졌다. 기자들 역시 검은색 계통의 옷을 입거나 '공정방송 수호'라고 적힌 배지, 리본을 단 채 국회 의사당, 금융감독원, 증권가, 월드컵 경기장, 화재사고 현장, 그리고 평양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어디 그뿐이랴. 멀리 이라크 아르빌에서까지 YTN 기자의 방탄조끼 위에는 공정방송 수호 리본이 모래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한편 YTN의 돌발영상 프로그램은 지난 7일부터 편성표에서 삭제된 채 방송되지 못하고 있다. '돌발영상'이 보여주는 재기발랄한 풍자와 패러디, 참신한 문제의식, 금기와 성역에 들이대는 깐깐한 도전정신, 그러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감탄할 만한 테크닉을 못 보는 것은 애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또 기자로서도 서운하고 안타깝다.

인터넷에서는 돌발영상 살리기 청원운동이 번지며 지금까지 2만여 명이 동참의 뜻을 표했다.

한편 구본홍 사장은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 동안 '10분 출근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YTN 노조원들에게 그리고 예전에 함께 일한 MBC 노조원들에게 가로 막혀 발을 들이지 못했다.

YTN 노조원들의 고통, 구본홍 사장의 굴욕을 지켜보노라면 고대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와 알렉산더 대왕의 일화가 떠오른다.

알렉산더 대왕이 거리에서 커다란 술통을 집 삼아 사는 철학자 디오게네스에게 '내가 뭘 해드릴까요?' 물으니 디오게네스가 "햇빛 가리지 말고 비켜서 주시오!" 했다는 대목은 유명하다. 그 다음에는 디오게네스와 동문수학하고 왕궁에 들어가 호의호식하며 지내는 동료 철학자 아리스토포스가 디오게네스를 찾아갔다. 마침 디오게네스는 막 콩깍지를 삶아 먹고 있는 중이었다.

아리스토포스 : "쯧, 왕한테 와서 고개 좀 숙이면 콩깍지 삶아 먹지 않아도 되련만…."
디오게네스 : "쯧, 콩깍지 삶아 먹는 것만 배우면 그렇게 굽실거리며 살지 않아도 되는데…."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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