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형근 건보공단 이사장. <노컷뉴스>
◈ 미네르바가 청와대로? - 속아서 죄송합니다^^

한국일보가 20일 신문에 편집위원 칼럼을 실었다. 서 모 위원이 쓴 '핵심 관계자와 미네르바"'라는 칼럼.

"청와대 핵심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정보 당국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찾고 있는 것은 경제관료로 기용하기 위해서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이 아무리 소망교회 신도라는 끈끈한 정으로 연결돼 있지만 경제를 살리는 데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칼럼을 접한 다른 언론사들이 깜짝 놀라 관련 기사를 송고했다.

조선일보 - "청와대, 미네르바 처벌하는 게 아니라 경제 관료로 기용한다는 주장에 진위 여부 주목" 중앙일보, 오마이뉴스, 데일리 서프라이즈 등도 이 칼럼을 인용해 비슷한 기사를 실었다.

그러자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도 급히 국회브리핑룸에서 기자들을 만나 논평을 냈다.

"이동관 대변인은 미네르바를 경제관료로 기용하겠다는 청와대 관계자가 누구인지 밝혀라. 미네르바를 검거해 수사하겠다고 하더니 경제 관료로 기용하겠다고 하고 도대체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오락가락하며 변명과 거짓을 일삼는 불량학생 같은 정부가 아니냐"

그러나 서 위원의 이 칼럼은 사실이 아닌 패러디임이 밝혀져 언론은 황급히 정정보도, 민주당은 황망하여 논평 취소.

서 위원 칼럼의 첫 문장과 마지막 주석에서 패러디를 암시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들어 청와대의 주요보직을 맡은 비서관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논평과 해설에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라는 익명을 남발한다. 현실 공간에서는 익명을 즐기는 그들이 사이버 공간의 익명을 가장 심하게 단속하는 이유는 알려진 것이 없다"

들여다 보면 당연히 패러디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미네르바를 경제 관료로 기용하고 싶다고 말했다면 1면 머릿기사로 올라가야지 왜 기사로는 빠지고 편집위원 칼럼에 들어 있겠는가.

서 위원 왈 "한국 사회의 독해능력이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 당신을 '버럭 형근'으로 명명합니다

국회 쌀 직불금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4명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현장조사를 나갔다.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저격수로 이름을 떨친 정형근 전 한나라당 의원

민주당 의원들 - 쌀 직불금 조사는 여야가 따로 없는 사안이다. 총리실이 불법 수령 의혹이 있는 공무원 명단을 제출하라고 해서 정부 부처들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이냐.

정형근 이사장 -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공단이 개인정보자료를 목적 외에 사용하는 것이라 곤란하다. 국민이 맡긴 개인정보는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 - 이러면 국정감사법과 국회 증언감정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정형근 이사장 - 건강보험공단 고유업무에 대한 감사라면 백번이라도 받겠다. 그러나 공단 자료는 국정조사에 쓰라고 있는 게 아니다. 왜 여기 오셔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법적으로 안된다. 국정감사에 내면 국정조사에도 갖다쓸 것이라 감사 때도 안 내놓은 것이다.

김종률 의원 - 건강보험공단은 대한민국 공공기관이 아닌 것이냐. 지금 국회의 국정조사다. 상위법, 하위법 따질 문제가 아니다. 감사원은 건강보험공단이 명단 제출하면 국정조사위원회에 그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데 건강보험공단은 뭐냐, 치외법권 지역이냐.

정형근 이사장 - 명단이 실린 자료를 보여 줄 수는 없지만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무실에 가 건강보험공단이 개인정보를 얼마나 철저하게 보호하고자 애쓰는 지 보여주겠다.

정형근 이사장이 결국 3층 정보관리실로 야당 의원들과 기자들을 안내했다. 정보관리실은 출입제한구역이라 기자들이 모두 들어갈 수는 없고 대표를 뽑아 풀취재팀을 구성했다, 그런데 풀취재팀 중 일부 기자가 공단 직원들에게 출입을 저지당했고 기자들이 "정형근 이사장이 풀취재를 허락했는데 왜 막느냐"며 직원들에게 항의하며 시끌벅적.

이 때 정형근 이사장이 얼굴이 벌개진 채 갑자기 버럭, "이게 무슨 짓들이야!"

무슨 짓?

김종률 의원 - 국회의원에게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최규성 의원 - 장난하시는 겁니까, 우리 오늘 쇼하는 것 아니에요.

정형근 - (급수습 들어가며) 이제 그만 합시다. 그만 합시다. 이 정도까지 했으면 됐지 않습니까. 협조하지 않았습니까(뭘?) 기관을 지킬 책임이 있는 기관장으로서 더 이상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민주당 의원들 - 오늘 내로 검토해 자료 제출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법대로 하겠다.

정형근 - 그러면 법대로 해라. 검토는 해보겠는데 처음 얘기한 그대로다.

이렇게 소동이 끝나고 정형근 이사장은 '버럭 형근'이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공단 내부회의 시간에 그랬다는군,

"압수수색 영장 가져오면 몰라도 어림없다. 딴데도 있는데 왜 우리만 갖고 그래~" <노컷뉴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