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1일 '창당 11주년'을 맞았지만, 정작 그 '시작점'을 놓고 당 안팎의 의견이 분분하다.

당 지도부는 이날 염창동 구 당사에서 옮긴 지 16개월 만에 여의도 중앙당사 입구에 현판을 다는 한편, 창당 11주년을 기념하는 기자 간담회도 가졌다.

박희태 대표는 간담회에서 "창당 11주년을 맞아 국민 심부름을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라며 "이제 10살을 넘었으니 성숙하게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상현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은 11년전 대한민국 기적의 역사를 이어가고 밝은 미래 창조를 주도하기 위해 탄생했다"며 "초심을 굳게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이날 당 안팎에서는 "왜 11주년이냐"며 볼멘 소리가 터져나왔다. 한나라당의 '전신'(前身)으로 여겨지는 민주자유당과 신한국당 시절을 당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창당 11주년'의 근거로 설정한 '시작점'은 15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회창 총재의 신한국당과 조순 총재의 '꼬마 민주당'이 합당한 1997년. 현재 한나라당의 정강 정책과 당헌 당규 역시 이때 모두 탄생했다.

그러나 사무처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의 역사는 최소한 1990년 3당 합당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며 "창당 11주년이 아니라 창당 18주년이 맞다"고 주장했다.

'무늬'만 바뀐 정당사(史)에 연연하기보다는 정치적으로 어떤 함의를 갖느냐가 주요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

한나라당 사무처의 '공채 1기'가 민자당 창당 당시 뽑힌 '민자당 1기'인 점도 이를 반영한다는 얘기다.

김영삼 전 대통령측 역시 '창당 11주년' 명명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김기수 비서실장은 이날 CBS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당이란 게 이름만 바꾼다고 달라지는 것이냐"며 "한나라당은 (그 전신들과) 쭉 이어져온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실장은 "한국 정당사가 짧은 기간 이뤄진 것이므로 훗날 역사가들이 정확한 평가를 내릴 것"이라면서 "민자당 태동은 '군정 종식'과 '문민정부'의 기로에 있었기에 역사적 의미가 심대하다"고 지적했다.<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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