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사(大役事)다. 제주 역사상 처음 있는 매머드 사업이다.

그러기에 도민 사회가 슬렁거린다. 들떠 있는 기분이다.

2025년까지 4조1천억원이 투입되는 ‘제2공항 건설 사업’은 일거에 제주의 경제 지형을 바꾸어 버릴 만큼의 국가 대형 프로젝트다.

지난 10일 국토부는 ‘제주지역 공항 인프라 확충 타당성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제주공항 확충과 함께 “2025년 개항을 목표로 성산읍 지역에 제2공항을 건설 한다”는 내용이다.

성산읍 일대{온평·신산·난산·고성·수산 등) 500만 평방m 부지에 3.2km 규모의 남북 활주로 1본을 건설, 연간 2500만명 수용능력의 공항을 개항 한다는 것이다.

이번 국토부의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 발표’는 “현 공항 확장이냐”, “새 공항 건설이냐” 등을 놓고 지리하게 벌여온 지난 25년간의 비생산적인 논쟁을 한 번에 삼켜버렸다.

제주 공항 인프라가 현 공항과 새로운 제2공항 등 상호보완의 2개의 신·구 공항 체제로 결정됨으로써 공항 관련 변수는 사실상 사라져 버린 것이다.

제주공항 인프라 문제는 ‘1+1 투톱 공항 체제’로 상수(常數)가 되었다.

따라서 이제 논점의 포커스는 제2공항건설 등 2개 공항 체제가 제주의 모든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과 제주미래 발전 방향에 모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제주미래발전 방향의 화두로 ‘제주 르네상스 시대 개막’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유럽 문명사에서 말하는 르네상스가 “문예부흥과 과학혁명의 토대가 만들어진 경제발전 시기‘라는 일각의 해석에 동의한다면 ’제주 르네상스의 꽃‘은 제2공항 건설의 대역사를 토대로 피어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의 표현이다.

‘제주 르네상스 시대’는 말장난 수준의 성급한 장밋빛 꿈만은 아니다. 하기 나름이다.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지원과 도와 도민공동체의 역량을 결집한다면 무모한 일은 아니다.

다만 ‘제주 르네상스의 꽃’을 피워 낼 때까지의 역경과 인고의 세월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 내느냐가 핵심적 키워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데스가 했던 말로 전해진다.

티베르강 기슭의 조그마한 도시국가로 출발했던 로마가 융성한 로마 제국을 이룩하기까지 장기간에 걸친 전쟁의 고통과 역경 등을 극복해야 했던 역사적 사실을 요약한 말이라 했다.

왜 뜬금없는 로마 이야기인가. 모든 일의 성공과 성취에는 역경과 인고의 세월을 거쳐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제주 르네상스‘도 그렇다. 제2공항 건설만으로 그런 시대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온갖 역경, 갈등과 고통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기대해 볼 수 있는 꿈이다.

그러기에 제2공항 건설 사업계획은 제주도와 제주도민들에게는 기대와 희망을 갖기도 하지만 시련과 역경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풀어야 하는 인고의 세월을 예약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만큼 기대와 우려가 반반인 프로젝트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제주가 소득 4만불 시대가 될 것이고 제주경제가 2배 이상 커질 것이라는 성급한 장밋빛은 아껴두는 편이 낫다.

기대가 실망으로 변해버린다면 절망적 상황으로 떨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부풀었다가 꺼져버리는 기대보다는 망외의 소득이 더 기분 좋은 일이다.

꾸미지 않고 말한다면, 지금 도민사회의 시선은 미래를 보지 않고 있다. 눈앞의 현실만이 관심이다.

‘공항이 들어설 예정지의 토지보상비가 얼마나 될 것인지‘에 더 관심이 있다. 땅값이 관심이고 기대는 남보다 많은 보상비 수령 여부다.

부동산 투기바람은 이미 광풍(狂風)수준이다. 미쳐버린 것이다.

도 전역에  부동산 투기 돌개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제2공항 건설 예정지인 성산읍 5개 마을 부동산 41%가 외지인이 차지하고 있다.

용역 결과 발표 이전에 투기가 이뤄진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제주도가 용역결과 발표 당일 제2공한 건설 예정지인 성산읍 일대를 토지거래 허가 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것이 부동산 투기바람을 얼마나 잠재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부동산 투기바람은 제2공항 건설 용지 확보에 대한 뇌관이나 다름없다. 보상비 등과 관련하여  최대 갈등 요인이 부동산 투기와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제2공한 건설의 최대 걸림돌이 된 것이다.

건설 예정지내 거주 주민의 이주 대책이나 항공기 이착륙 소음피해 주민에 대한 피해보상비 시비도 같은 맥락이다.

원희룡지사는 “도정이 앞장서서 이들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제2공항 건설로 부담과 불편, 아픔과 희생을 겪어야 하는데 특별한 배려와 보상이 뒤따라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도민 모두의 전폭적인 협력과 역량 결집을 호소했다.

물론 도민의 결집된 역량과 협력이 사업추진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견인차역할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이것이 도민의 희생과 고통만을 전제로 해서는 곤란하다.

도민의 희생과 고통을 요구하기 전에 정부와 제주도정이 도민에게 진솔하게 다가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와 도정의 자기노력과 의지, 투철한 봉사정신으로 도민을 설득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제2공항 건설에는 미래를 향한 긍정적 측면 못지않게 공동체를 붕괴 시킬 수도 있는 부정적 측면 역시 존재한다. 이를 관과 해서는 곤란하다.

당장은 대세와 분위기에 눌려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침묵하는 다수가 있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얼마든지 거칠고 큰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이견(異見)을 조율함에 있어 원도정의 진정성과 역량 발휘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요구되는 것이다.

지역주민 피해와 갈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산업구조 배치 등에서 발전 소외지역을 배려한 세심한 지역균형 발전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할 당위가 여기에 있다.

‘제주 르네상스 시대 개막’을 위한 원지사의 뛰어난 지략과 지혜, 의지와 인내, 소통과 설득을 통한 강한 추진력을 뭉뚱그린 ‘원희룡식 프로젝트’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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