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슴없이 ‘축복’이라고들 했다. 상당수 도민이 그랬다.

일부 이해관계 주민사이에서는 ‘저주’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축복의 팡파르’가 됐든 ‘저주의 굿판’이든 이는 제주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음이다.

변화의 크기와 영향력은 토네이도 수준의 맹렬한 회오리바람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성산읍지역에 들어서게 될 ‘제주제2공항’ 이야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서귀포 성산읍 온평리 등 일대에 ‘제주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건설 예정부지는 온평, 신산, 난산, 수산, 고성리 등 다섯 마을에 걸쳐있다. 이들 지역 495만평방m에 사업비 4조10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제주개발역사상 가장 큰 국책사업이다. 제주공항문제는 제주 최대 현안이었다. 오랜 세월 도민 염원이 쟁여진 숙원사업이었다.

서울이나 부산 등 뭍 나들이 하는 제주사람의 90%이상이 항공편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기에 제주도민 입장에서 항공편은 사실상 대중교통 수단이다. 생활의 일부분이다.

그런데도 비행기 표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항공료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항공편 좌석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항 인프라 확충은 그래서 제주도민 뭍 나들이 불편이나 경제적 부담과 연동돼 있다.

제주지역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도민 체감의 단순 논리로는 ‘제주제2공항 건설’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의 대안이다.

‘항공편 이용이 쉬워지고 저가항공 경쟁으로 싼값 항공편 선택 폭이 넓어 질 것’이라는 기대만으로도 ‘제주제2공항 건설’은 제주도민에게 ‘희망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

여기에다 굴뚝 없는 제주관광산업의 획기적 발전을 담보할 수 있다면, 제주의 경제발전 속도를 몇 십 년 앞당길 수 있다면, 혁명적 융복합 산업구조 개편을 통해 ‘제주르네상스의 꽃’을 피워낼 수 있다면, 그리하여 제주도민 삶의 질을 높여 행복을 엮어 낼 수 있다면, ‘제주제2공항 건설’은 분명 ‘축복이자 선물’이다.

환경 훼손, 식생파괴, 소음공해, 주민갈등 등 부정적 측면을 섞지않는다면 그렇다.

어디에도 ‘빛과 그림자’는 있게 마련이다. 아른거리는 장밋빛 기대가 물거품이 돼 절망의 나락(奈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지나친 기대와 조급성을 경계해야 할 이유다.

공항건설의 순기능만을 보려는 거시적 안목이 ‘빛’을 이야기 했다면 공항건설을 반대하는 공항 예정지 지역주민은 ‘그림자’를 보고 있다.

공항건설 계획을 ‘저주의 굿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반대논리가 어디에 있든 충분히 이해는 간다. 나름대로 설득력도 갖고 있다.

조상대대로 물려온 땅을 가꾸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어느 날 갑자기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쫓겨 날 위기에 처했다면 누구라 좋다고 춤을 출 것인가.

밤낮 없이 비행기 소음 공해에 시달리며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한다면 누구인들 가만히 앉아 있을 것인가.

따라서 그들의 반대 목소리는 이렇게 처절한 생존적 몸부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희생과 고통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픔을 달래주고 고통에 함께 동참하여 위로하는 지역 공동체의 지혜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도 진정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그들에게 다가서야 한다.

열 번 아니면 몇 백번이라도 제주제2공항의 불가피성을 이야기하고 이해를 이끌어내어야 한다.

 돌팔매를 맞더라도 일관성있게 끈기와 인내심을 갖고 접근한다면 그들의 마음도 열릴 것이다.

‘청계천의 경험’은 끈질기고 집요한 설득의 교훈이다.

반대주민들은 소음피해를 이야기하고 있다. 공항예정지 결정과정에서 의견수렴이 없었다고 했다. 밀실결정에 대한 거부감이다.

그러나 만약 그들의 말대로 공개된 예정지에 대한 의견 수렴과정을 거쳤다면 어떻게 됐을까.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더 큰 혼란이 야기되었을 것이고 사전정보 유출 논란 등 사실상 입지 선정은 백지화 되었을 터다.

반대 주민들도 이러한 부작용을 모를리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연결고리로 이주대책, 소음피해 저감 대책, 이주지역 및 피해지역 주민 피해보상과 생계지원대책 등 모든 가능한 옵션들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의 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겠는가.

반대주민들도 대화자체를 아예 거부하고 무조건 반대만을 능사로 삼는 것은 곤란하다. 생산적인 자세가 아니다.  대화에 나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얻을 것은 얻고 줄것은 주는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제주제2공항 계획’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책사업이기 전에 제주의 미래발전과 직결된 사업이기 때문이다.

제주의 운명이 여기에 달렸다 해도 무방하다. 성사 여부 또는 성공여부에 따라 제주의 운명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감정적이고 경직된 반대 논리나 난폭한 개인주의적 목소리 키우기보다 개인과 마을과 지역과 제주를 위한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지혜가 필요한 일이다.

실용주의적 접근이 요구되는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 더 큰 것에 집착하는 지나친 욕심이 사태를 그르치고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야기 시켰던 예는 우리가 여러 차례 경험했던 바다.

경부고속도로 사업, 인천 국제공항 건설 사업, 새만금, 4대강 사업 등도 극렬한 반대가 있었다. 그 결과는 어떤가.

경부고속도로는 우리 경제성장과 산업화 성공의 동맥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천 국제공항은 세계 1위 공항의 지위를 유지하는 허브공항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반대가 항상 정의가 아님을 말해주는 사례들이다. 실패한 반대의 결과물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산과 경남, 대구,경북,울산 등 지자체에서는 동원가능한 모든 역량을 모아 속된말로 ‘박 터지게’ 신공항 유치경쟁에 매달리고 있다. 왜 그럴까. 지역발전 동력으로 작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제2공항을 놓쳐서는 아니 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주도 당국과 지역주민이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진지하게 공항문제에 다가서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주민 반대 움직임에 편승하여 이른바 ‘반대돌이’나 ‘직업적 시위꾼’이 슬슬 움직이고 있다는 우려할만한 소리도 들린다.

계획이 다듬어지기고 전에, 첫 삽질도 하기 전에, 사회적 합의를 어렵게 하고 방해 하려는 ‘작전세력(?)’이 준동한다면 정말 큰일이다.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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