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말하자면 항공안전을 위협하기 위한 전방위적 협업 매뉴얼이라 할 수 있다. 항공안전 문제, 특히 항공기-조류충돌의 위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효과적이다. 전방위적인 협업이 필요한 작업인 만큼 관계자들은 필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공항 입지 선정을 위한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를 전혀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유력 후보지에 철새도래지가 가까운 경우에는 더욱 그런 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 공항 부지가 철새도래지가 인접한 곳이라면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는 배제는 더욱 고려할 만하다.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공항 부지에서 가장 먼 철새도래지에 대해서만 거론한다. 가까운 철새도래지들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굴도록 한다.

사전타당성 용역진은 조류충돌과 관련해서는 보고서에 단 한 글자도 담지 말아야 한다. 세계적인 공항설계 업체가 비슷한 시기에 다른 지역의 공항 입지를 선정하며 조류 영향 평가를 수행하더라도 한국의 사전타당성 용역 업체는 보고 배우지 않도록 한다.

이 같은 과정은 연쇄적일수록 좋다. 예비타당성 조사 연구진도 가장 먼 철새도래지만 거론하도록 한다. 문제가 커질 수 있는 가까운 철새도래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 신공항기획과 관계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조류충돌과 관련한 본격적인 문제 제기가 나올 때까지 입을 꾹 다물어야 한다. 만에 하나 공항 입지 선정 과정에서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면 그제서야 비로소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곧 대책이 나올 것처럼 자신만만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 사이 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의 단체장, 예를 들면 도지사는 개인 유튜브 계정을 개설하고 도민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비전문가들이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고 있다고 홍보하는 것이 좋다. 조류충돌과 관련해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비전문가들이 무조건 반대를 하고 있다고 무시하면 된다. 

이와 관련해서 국토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한다. 혹여 문제제기가 줄기차게 이어지면 국토부, 정부의 책임으로 돌린다. 도지사 자신에게는 책임과 권한이 없다고 우기면서 혹시 모를 책임은 피할 수 있도록 면피용 쥐구멍 하나 마련하는 방안을 마련하면 좋다.

우여곡절 끝에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단계에 진입하면 환경부 장관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공항 건설 계획에 대해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공항 입지가 부적절하니 다른 후보지들을 대상으로 조류충돌 위험성 비교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는 검토의견을 제시하면 환경부 장관은 이를 무시하도록 한다. 이때 국토부 장관은 별다른 말 없이 웃으면 된다. 환경부 장관은 국토부 장관이 웃는 것이 보기 좋다. 도지사는 사이좋은 둘을 멀찍이 지켜만 봐도 마냥 좋다.

국책연구기관인 KEI가 공항 후보지 별 조류충돌 위험성 비교 평가를 해야 한다고 지적해도 도지사는 계속 입을 다물고 있도록 한다. 여태껏 비전문가들의 문제제기라고 치부하면 됐지만 KEI가 조류충돌 문제를 거론하며 공항 입지가 부적정하다고 발표한 이상 '말빨'로 대충 수습하기는 어렵다.

상황이 이와 같을 때는 차라리 유튜브 방송에서 도정 운영과 아무 상관없는 대학 친구를 거론하거나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서 ‘어그로(Aggro, 상대방에게 적의를 갖게 하여 관심을 유도하는 행위)’를 끌도록 한다. 그래야 태풍대책회의 등 '지겨운' 도민안전을 위한 회의 시간에 부하직원이 보고할 때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면 기사 한 줄 찾아 읽을 수 있다. 괜찮다. 과감하게 우스꽝스러워지고 손가락질 받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지는 책임을 당장은 모면하는 것은 숱한 구태정치인들이 선택하는 '정치생명 연장술'의 한 방편일 따름이다.

아, 지역 도의원들이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공항 입지 문제를 점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을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 도의원들은 어떤 압박에도 굴복하지 말고 자신의 권한을 강화하는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공항 입지에 대한 점검 권한은 도의원들에게는 사치스러운 권한이기 때문이다. 능력이 되어야 그런 권한을 챙기려는 노력도 하는 법이다. 공항 입지에 대한 점검 같은 것은 지역 시민들이나 할 일이다. 공항 입지 점검과 공론화 등의 작업이 도의원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도의원들은 공항 문제와 관련해서 최대한 말을 아끼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도민의 안전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이익에 따라서 표를 던지면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있어서 대통령과 청와대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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