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의 벌목된 삼나무들(사진=제주투데이DB)
비자림로 벌목된 삼나무들. (사진=제주투데이DB)

제주 비자림로 확장 공사재개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자림로는 법종보호종 서식지 파괴와 삼나무 대규모 벌채 등 환경 훼손 논란 등으로 세 차례에 걸쳐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23일 영산강유역환경청 등에 따르면 이번 주 내로 제주특별자치도에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에 따른 환경영향 저감대책에 대해 보완을 요청할 것으로 확인됐다.

비자림로 도로 공사는 제주시 구좌읍 대천교차로와 금백조로를 잇는 2.9㎞ 구간 도로를 확·포장하는 사업으로 삼나무 대규모 벌채 논란과 함께 공사구간에서 팔색조와 두점박이사슴벌레, 애기뿔소똥구리 등 법정보호종이 발견돼 지난 2019년 5월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영산강유역환경청(이하 환경청)은 도에 환경영향 저감방안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제시했고 이에 도는 중앙분리대와 갓길 폭 등을 축소하고 팔색조 등의 대체 서식지 마련을 대안으로 제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도가 지난해 5월 공사를 재개했다가 환경청이 ‘사전 통보 의무 불이행’으로 공사 중단을 요청하자 과태료까지 물고 공사를 다시 멈췄다. 

24일 오전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와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비자림로 공사를 찬성하는 주민 등이 비자림로 공사 구간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제공)
지난 2019년 9월 24일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와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비자림로 공사를 찬성하는 주민 등이 비자림로 공사 구간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제공)

이후 도는 계획 변경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고 법정보호종 동물을 포획해 이주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도가 환경청에 제출한 계획서 등에 따르면 애기뿔소똥구리의 경우 지난해 9월22일부터 10월31일까지 408개체를 포획해 까그래기오름 등으로 방사했다. 

두점박이사슴벌레는 같은 해 10월13일부터 10월31일까지 포획 이주할 계획이었으나 단 한 개체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유충이 서식할 것으로 추정되는 활엽수 고사목 등을 인근 서식지로 이동시켰다. 

제주도 관계자는 “(팔색조 등)조류는 날아다니기 때문에 (포획 이주를)할 수 없고 애기뿔소똥구리와 두점박이 사슴벌레의 포획 이주는 지난해 10월 모두 마무리됐다”며 “지금은 동면 시기라서 다 땅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출현 시기가 되면 다시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도는 ‘포획 이주’ 용역이 마무리된 뒤 지난해 11월 다시 환경청에 환경영향 저감방안을 제출했다. 

이에 전문가는 애초에 법종보호종 동물 전 개체를 포획 이주한다는 계획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은 “포획해서 대체 서식지로 방사하는 방법은 하다하다 안 되면 하는 마지막 방법이고 단 한 번도 성공한 사례가 없는 방안”이라며 “1개월 만에 이주를 시켰다는 건 얼토당토하지도 않고 환경청에서 이에 대해 인정한다면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서식지를 옮길 수밖에 없다면 1년 내내 채집을 해서 개체에게 가장 좋은 서식지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옮기기까지 3년 정도의 시간을 준다면 100%의 성공까지는 안되겠지만 90% 정도의 성공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물론 사후 모니터링도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제주도가 공개한 비자림로 공사 후 예상 조감도.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지난 2018년 제주도가 공개한 비자림로 공사 후 예상 조감도.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환경청 관계자는 “제주도의 의견을 받았는데 보완 요청할 부분이 좀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씀드릴 수 없지만 법정보호종과 관련된 내용이다. 다만 대체 서식지를 마련하는 방안은 마지막 수단으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적용하기엔 부적절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영향평가법(제40조)에 따르면 승인기관(환경청)은 해당 사업이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공사 중지명령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같은 법(제47조)에 따르면 사업자는 승인기관과 변경협의 절차가 끝나기 전에는 해당 사업에 관한 공사를 해선 안 된다고 쓰여있다. 

한편 비자림로 공사는 제주시 구좌읍 대천교차로와 금백조로 입구(2.9㎞)를 잇는 왕복 2차로를 왕복 4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다.

도는 환경영향 저감방안을 마련하며 차선폭은 3.5m로 유지하면서 기존 8m의 중앙분리대를 1.5m로 축소하고 갓길 폭을 줄이는 등 총 도로폭을 19.5m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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