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가 다음달 제주도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도내 배달대행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후발 주자 쿠팡이츠가 다음달 20일 제주시, 27일 서귀포시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25일 제주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아직 정확한 공식 입장은 없다"고 했지만 지역별 프로모션 기간을 두고 신규 배달 파트너를 적극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톡 쿠팡이츠 입점 도우미 채널로 제주 입점에 대해 문의하자 다음달 중 상륙 예정이란 답변을 받았다. 제주지역에서는 신제주 구간을 기점으로 이미 가맹주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 ㄱ 배달대행업체 신제주 총판을 운영하는 A씨는 "(우리) 가맹점에 쿠팡잇츠 관계자가 찾아왔다. (업주가) 이미 배달앱도 깔았더라"고 전했다. 구제주 구간에서 영업하는 ㄴ 업체 관계자도 "프렌차이즈를 중심으로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도내 업체는 난색을 표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막강한 영업력이 있는 대기업이 들어오면 경쟁력 없는 영세업자들은 다 죽으라는 소리"라며 "'배달료 후려치기'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도내 라이더들 생각은 달랐다. 

상황은 이렇다. 도내 배달료는 업체당 차이가 있지만 원래 1.8㎞당 3000원 선이던 것이 최근 최대 2.5㎞당 3000원까지 내려갔다. 배달 거리는 늘었지만 배달료가 같으니 시간당 버는 금액은 낮아진 셈.

라이더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단건 배달은 배달앱 사업자 부담이 크다. 따라서 후발주자인 쿠팡이츠가 육지에서 라이더 충원을 위해 꺼내든 카드가 바로 높은 배달료였다. 눈이나 비가 내리는 등 기상 악화 시 두배 넘는 날씨수당도 내걸었다. 

쿠팡이츠는 도내 배달료를 4㎞에 5000원으로 표준화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정보는 쿠팡이츠가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이 금액이 현실화 되면 라이더들은 현재 평균금액(2㎞당 3000원)보다 더 높은 배달 수입을 챙길 수 있다. 당연히 배달료가 낮은 기존 업체는 라이더 수급이 불안정해 지고, 라이더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가맹점 역시 떨어져 나가게 된다. 기존 업계가 난색을 표할 만 하다. 

그러나 라이더들에게는 환영할만 한 일이다. 쿠팡이츠로 옮기면 단거리 배달료가 오를 뿐 아니라 날씨수당도 받을 수 있다. 지금껏 꿈쩍도 않던 기존 업체가 쿠팡이츠 '덕분에' 배달료도 올리고 날씨수당도 도입하면 라이더들의 선택지가 많이질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배달노동자 B씨는 "업체는 무조건 반발이 심하겠지만 날씨수당 등 배달수수료 체계가 현실화 될 수 있다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쿠팡이츠 입점 자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다만 "기사(라이더) 공급과잉 시 육지처럼 '배달료 후려치기'에 들어갈까 그건 염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렇다. 문제는 라이더 수급이 안정화 됐을 때다. 쿠팡이츠가 최근 본색을 드러낸 바, 라이더들이 바라는 상향 평준화는 '한여름 밤의 꿈'일 수 있다. 

배달료 인상과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사태가 맞물리자 육지에서는 쿠팡이츠로 라이더가 몰리기 시작했다. 빅테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월간 순이용자수는 지난해 5월 3만8000명에서 올해 1월 48만명으로 늘었다. 8개월만에 1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그러자 쿠팡이츠가 배달료를 3100원에서 2500원으로 20% 후려쳤다. '쿠팡 본색'에 전업 라이더들은 집단 휴무로 대응했지만 결국 쿠팡쪽이 웃었다. 점심 피크시간에 평소보다 1만원 넘는 배달료를 책정하자 부업 라이더들이 대거 몰린 것. 당시 우려했던 배달대란은 일어나지 않았고, 배달료를 조정하며 최소비용으로 라이더를 수급하겠다는 전략은 성공했다. 

이에 B씨는 "이 때문에 쿠팡이츠 입점을 마냥 좋아할 수 만은 없다"며 "(노동자로써) 가장 좋은 대안은 도내 배달대행업체가 제살 깎아 먹는 가격 덤핑을 지금이라도 멈추고 배달 수수료를 현실에 맞게 인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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