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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 현장에 쌓여 있는 준설토.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 현장 인근 피해 주민들은 수로에 야적장이 있어 물이 빠지지 못하고 흘러 넘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엄문희 활동가)

제14호 태풍 '찬투' 영향권에 접어든 가운데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하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 현장 인근 농가 주민들이 수해를 호소하고 있다.

고성수 강정마을회 부회장은 15일 제주투데이와 통화에서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가 진행된 이후 인근 농가 침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또 피해를 입을 까 14일 새벽 2시부터 지금까지 전전긍긍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고 부회장은 “재난재해 대책 없는 마구잡이 식 공사로 인근 비닐하우스 등 농가 5곳이 지난달 큰 피해를 입었다”며 "강정에서 40년 간 농사를 지었지만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다"고 분개했다. 

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는 지난 2017년부터 12월부터 총 사업비 214억원을 투입해 길이 2.08㎞의 도로를 신설하고 440m 구간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55m의 교량 1개소도 들어선다.

서귀포 상수원인 강정천 냇길이소 상류 방향 300미터에서 해군기지와 일주서로를 잇는 4차선 교량공사가 지난해부터 본격화되면서 강전천이 범람하는 등 인근 농가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피해주민들 말에 의하면 1차 피해는 지난 8월 2일 발생했다. 제주지방기상청 확인 결과 당시 강정동 강수량은 21.5㎜. 홍수 피해가 발생하기 어려운 적은 강수량이었지만 감귤 등 만감류 비닐하우스 4곳과 인근 저지대 감귤 타이벡 농가 1곳이 수해를 입었다.

 지난달 2일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 인근 농가 주민들이 비로 인한 농작물이나 시설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엄문희 활동가)

1차 피해를 입은 농민들이 제주도 건설과를 찾아 재해예방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담당 관할이 아니라며 서귀포시청 안전총괄과로 해당 문제를 떠넘겼다.

이들은 다시 서귀포시청 안전총괄과와 감귤농정과를 찾았지만, 서귀포시는 대천동사무소에 문의하라고 했다. 다시 대천동사무소에 민원을 넣었더니 "도청에 문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고 부회장은 "막상 공사를 시작하고 나니 그에 따른 피해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한다"며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에 나서서 반대하지 않았던 것은 당연히 그에 따른 피해 대책을 행정이 마련해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14일 피해주민들이 사정해서 다시 파낸 공사장임시저류지. 양수기로 물을 빼냈음에도 불구하고 만수상태다.(사진=고성수 마을부회장)
14일 피해주민들이 사정해서 다시 파낸 공사장임시저류지. 양수기로 물을 빼냈음에도 불구하고 만수상태다.(사진=고성수 마을부회장)

별다른 대책도 없이 한 달 만에 태풍 '찬투' 영향권에 접어들자 1차 피해 농가들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새벽 2시부터 나와 상황을 지켜보며 직접 공사 인부에게 부탁해 임시저류지를 파는 등 대책에 나선 것. 

피해 주민들은 배수로 단절, 임시저류지 폐쇄, 곳곳에 쌓여 있는 야적장 등을 수해 원인으로 꼽았다.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로 인해 배수로가 끊기자 빗물이 흘려내려가지 못하고 흘러넘쳤고, 이로 인해 하우스 아래 농가주택 한 곳도 돌담이 무너지는 등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강정천을 지키는 사람들(이하 강지사)은 "피해 소식을 듣고 현장에 일찍 달려간 강지사 측은 도로공사 주변으로 피해가 집중되어 있었다"며 "비가 올때를 대비해 물이 나갈 경로를 충분하게 확보하지 않은 상태로 야적지가 조성됐고, 도로공사로 지면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저지대가 된 농장과 비닐하우스에 대한 대책이 충분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피해 당사자인 고성수 부회장은 임시저류지 관리 허술이 농가피해를 키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류시설이란 우수(빗물)가 유수지 및 하천으로 유입되기 전 일시적으로 모아 바깥수위가 낮아진 후 방류해 유출량을 감소시키거나 최소화 하기 위해 설치한다. 

고 부회장은 "실수로 1000톤 가량의 공사장 임시저류지를 실수로 준설토로 덮었다는데, 그후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고 했다. 우수유출저감시설인 공사장 임시저류지가 폐쇄됐었다는 소리다.

그는 "막아 놓은 임시저류지를 다시 파달라고 요청했는데, 도청은 업체 말만 듣고 대책을 마련했다고 했다. 막상 가보니 50톤 규모로 파놨더라. 태풍 찬투 영향권에 접어들어 집중호우가 시작되자 피해 농가 주민들은 새벽부터 현장에 나와서 업체에 사정사정해서 500톤 이상으로 저류지를 다시 팠다"고 했다.

지난 14일 오후 4시 기준 강정동 강수량은 189㎜. 1차 피해 당시보다 9배 이상 내렸지만 "다행이 전과 같은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1차 피해가 발생하기 전부터 공사장 저류지 확보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계속 해온 강지사는 "지난 연초 2차 수돗물유충 발생 당시 파손된 송수관에서 넘친 물이 저류지를 넘쳐 하천으로 흘러들어가며 오염을 발생시킨 적 있다. 이에 근본적으로 상수도보호구역에서 대형 도로공사가 강수량 많은 시기에 계속 진행된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9~10월에 태풍 발생 빈도가 높다는 것이다. 

기상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10년간 태풍이 가장 많이 발생한 달은 연평균 5.3개의 태풍이 발생한 9월이다. 10월에는 연평균 3.7개가 발생했다.

고 부회장은 "태풍이 올 때마다 평생 애지중지 키운 나무 쓸려갈까 전전긍긍해야 하냐"며 "재난피해예방조치를 왜 주민들이 구걸해야 하냐"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공사 시행 주체인 제주도는 책임있는 태도로 나서서 예방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후속 조처에 대한 건설국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담당자는 이틀동안 부재중이었다. 

한편 강정마을 주민 31명이 제기한 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은 지난 3일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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