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2021-11-27 00:09 (토)
[기고] 법 앞에 평등한 세상을 염원하며 
상태바
[기고] 법 앞에 평등한 세상을 염원하며 
  • 문정욱
  • 승인 2021.10.26 1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정욱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제주지방법원공무직지회 조합원
문정욱 조합원

저는 제주지방법원에서 공무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제주지방법원 시설관리직으로 입사했으니 근무기간은 1년을 조금 넘겼을 뿐입니다.

1년을 겨우 넘긴 제가 공무직에 대해 뭘 알겠습니까?

그런데, 법원에서 첫 월급을 받았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저를 제외한 다른 분들은 이곳에서 경력이 몇 년씩 되고 많은 분은 20년을 넘긴 분도 계신데 제 월급과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20년을 법원에서 한결같이 일해왔던 분들의 월급이 이제 갓 입사한 신입 직원과 같았던 것입니다. 법원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일하는 사람이 달라진 것도 아닌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올해 저희는 대법원과 교섭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교섭에서 쟁점이 됐던 사안 중에는 공무직의 인건비 문제가 있었습니다. 법원 공무직은 법관이나 법원공무원과 달리 인건비 예산이 제대로 편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업비에 인건비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사업비가 축소되면 공무직들의 인건비가 축소되고, 사업비를 반납하라는 지침이 내려오면 공무직의 임금이 줄어드는 결과가 초래됩니다. 올해 역시 사업비 예산을 반납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합니다. 법관이나 공무원들은 인건비 예산이니 지침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임금이 지급되지만 공무직들은 사업비속에 임금이 들어있다보니 고스란히 피해를 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공무직에게 지급하는 임금이 법원에게는 사업의 일부에 불과한 비용이었던 것입니다. 1회용 종이컵이나 휴지처럼 말이죠. 사람으로 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희는 당연히 법원의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법원은 공무직을 구성원이 아닌 사업비용으로만 봐왔던 것입니다.

이외에도 현장에서 일하면서 불합리하다고 느낀 부분들은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저는 법원이 먼저 솔선수범해서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밖으로는 법과 원칙, 정의와 평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법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것들에 대해서 눈감고 귀막고 입을 틀어막는다면 누가 법원을 신뢰하고 존중하겠습니까?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최고 존엄의 사법부인 법원에서부터 ‘법 앞에 평등’한 가치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저는 첫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한 층 더 무거워졌습니다. 코로나를 핑계 삼아 점점 악화되거나 정체되고 있는 사업장이 저희 법원뿐만은 아닐 겁니다. 이대로 간다면 제 아이가 자라서 직장에 다닐 나이가 되었을 때가 되면 어떨지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저는 제 자식이 저처럼 불합리하고 공정하지 못한 노동환경에 던져지는 게 싫습니다. 저는 제 자식이 컸을 때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저는 투쟁합니다. 국민 기본권의 수호자라 할 수 있는 법원이 먼저 바뀌길 바라면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싸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