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이 보이는 '감귤밭']<br>
한라산이 보이는 감귤밭 (제주투데이 DB)

2050 한국의 농촌과 어촌은 어떻게 변할까. 제주 농어민들은 탄소중립 사회를 어떻게 살아갈까.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파리협정을 채택하고 2050 탄소중립을 약속했다. 2050 탄소중립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삼림∙연안∙탄소포집 활용 저장기술(CCUS) 등 흡수원을 통해 2050년까지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합의한 197개 당사국은 지난 10월 31일부 13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021년 유엔 기후 변화 회의(COP26)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안을 발표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총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하겠다고 천명했다. 종전보다 14%포인트 상향된 수준으로 이는 국내 전환(에너지), 산업, 건물, 수송, 농수출산, 폐기물, 수소, 탈루(연료연소) 부분의 정책 방향과 전환 속도를 가늠하는 나침반이 된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한다 해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 식량이다. 하지만 현재 농어촌 역시 온실가스를 적지 않게 배출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적지 않은 감축 목표치를 농수축산계에 제시했다. 이에 더해 한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 9월 제안한 메탄협정도 동참하기로 했다. 배출되는 메탄 배출량을 2030년까지 30% 감축하겠다는 국제협약인데, 문제는 농수축산에 끼칠 영향이 적지 않다. 

전체 온실가스 80% 이상이 이산화탄소, 메탄은 약 5% 정도다. 메탄 비중이 큰 편은 아니지만 이산화탄소의 약 21배 달하는 온실가스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료 연소나 산업 공정 등에서 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달리 메탄은 농업과 축산, 폐기물 분야에서 주로 발생해 일상 생활 바로미터다. 국내 메탄 배출의 경우 주식인 벼농사와 소비량이 많은 축산 분야 비중이 높아 식량안보를 지키면서 온실가스 감축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따라서 축산업 단체는 메탄 서약을 두고 "축산업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2018년 대비 2050 온실가스 배출량 (출처=탄소중립 시나리오)
2018년 대비 2050 온실가스 배출량 (출처=탄소중립 시나리오)

# 한국은 농수축산업 부문은 얼마나 줄여야 할까 

국내 농수축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전체 배출량(7억2760만톤)의 3.4%(2470만톤) 차지한다.

탄중위가 발표한 농수축산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에는 국제메탄서약에서 제시한 감축량까지 반영해 2018년 기준 2470만톤에서 2050년 1540만톤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이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 1800만톤으로 줄여야 한다.  

농수축산업 부문 기후위기 대응 전제는 △식량안보 향상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농촌과 농업 지속가능성 제고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생산∙소비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감축 가능한 기술과 정책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작물 재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화학비료 또는 유기물 투입을 통해 주로 배출된다. 우리나라 주요 식량작물인 벼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일방적으로 논에 물을 가두는데, 이때 볏짚, 퇴비 등 토양에 유입된 유기물이 혐기성 조건에서 미생물에 의한 분해가 일어나면서 메탄을 배출한다. 또 가축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가축의 소화기관 내 발효에 의한 메탄과 가축분뇨 혐기적 분해에 의한 메탄 및 아산화질소가 있다. 그뿐 아니라 농작물 잔사(찌꺼기)를 소각하는 과정에서도 메탄 및 아산화질소가 배출된다. (출처 2006 IPCC 가이드라인)
작물 재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화학비료 또는 유기물 투입을 통해 주로 배출된다. 우리나라 주요 식량작물인 벼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일방적으로 논에 물을 가두는데, 이때 볏짚, 퇴비 등 토양에 유입된 유기물이 혐기성 조건에서 미생물에 의한 분해가 일어나면서 메탄을 배출한다. 또 가축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가축의 소화기관 내 발효에 의한 메탄과 가축분뇨 혐기적 분해에 의한 메탄 및 아산화질소가 있다. 그뿐 아니라 농작물 잔사(찌꺼기)를 소각하는 과정에서도 메탄 및 아산화질소가 배출된다. (출처 2006 IPCC 가이드라인)

농수축산업 부문 배출량 가운데 88.6%가 농업과 축산 분야다. 대부분 비에너지 분야에서 배출하고 있지만 농기계(내연기관)나 시설농업 등 에너지 부분에서도 350만톤 배출한다. 따라서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농기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디젤, 가솔린 등 내연기관을 전기∙수소 등 친환경 동력원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저탄소 영농법으로 바꿔야 한다. 

탄중위 소속 이유진 농어업∙농어촌탄소중립위원회 위원은 지난 8일 제주도에서 열린 ‘탄소중립시대의 제주, 친환경 농업으로 가는 길’ 제3차 지역토론회에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농수축산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3.4%)은 그리 크지 않지만 2030년까지 농수축 부분에서 27.1%나 줄여야 한다. 농수축산 전체 배출량에서 거의 30%를 10년 안에 줄여야 하는데 그럼 농어촌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농어촌의 변화는 농어민 당사자 문제만이 아니다. 농수산물을 소비하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십수년째 제주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지난 12일 열린 대정읍 이장협의회(회장 양임복)에서 주최한 이장·사무장 역량강화교육에서 “농어촌 전환 과정 논의 선상에 농어민 당사자는 왜 제외됐냐”며 “같이 논의해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맞지 않냐”고 물었다. 

이날 이유진 위원은 “기후 재난과 식량 위기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식량안보를 향상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과제다. 현장에 계신 농어업인들이 배출량 저감 방안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데 정부의 일방적 감축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장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출처=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2021) Quelle: Prognos,, Öko-Institut, Wuppertal Institut (2021) 재구성.
출처=독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2021) Quelle: Prognos,, Öko-Institut, Wuppertal Institut (2021)

# 식량주권을 대하는 한국과 독일의 차이

이유진 위원에 따르면 독일 인구는 8202만명으로 2018년 배출량은 8억 5800만톤이다. 이중 농수축산업 부문 배출량은 7000만 톤으로 전체 배출량의 8%에 해당한다. 이 위원은 “한국 3.4%와 비교하면 독일의 배출량은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독일은 자동차 등 산업국이지만 농수축산업 부문도 매우 탄탄함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독일 NDC를 비교하면 두 나라가 농수축산업을 바라보는 차이가 확연이 드러난다.

한국과 독일이 제시한 NDC를 살펴보면 독일은 농수축산업 부문에서 발생하는 7000만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7%(5800만톤)를 줄이고, 2045년까지 2030년 기준 29%(4100만톤) 줄인다는 목표치를 내놨다. 식량안보 문제와 직결된 농수축산업 부문의 배출량은 서서히 줄여나가겠다는 의지로 한국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한국 정부(농림축산식품부)는 농수축산업 부분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과격(?)하게 제시했다. 2050년까지 1520만톤으로 줄이기 위해 현재 발생하는 2470만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7.1%(1800만톤)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농어촌 다 죽으라는 소리”라며 농림부가 제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뿐 아니다. 길어야 30년 후 진입할 탄소중립 사회에서 독일은 농수축산업 부분 탄소 배출량만 100% 남겼지만 한국은 산업 부문 배출량(5110만톤)을 가장 많이 남겼다. 탄소 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두 국가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 드러나는 지점이다. 

2030 NDC 상향안에 담긴 메탄 30% 감축안. (자료=탄소중립위원회 홈페이지)
자료= 2030 NDC 상향안에 담긴 메탄 30% 감축안.

또한 국제메탄서약 가입으로 탄소 전반 감축 목표에 더해 메탄 감축 목표를 따로 세워야 한다. 

관계합동부처가 10월 18일 제시한 2030 NDC 상향안 메탄 감축안의 경우 산업 공정 부문은 -13.3%다. 마이너스란 더 배출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농수추산의 경우 메탄을 20.9%나 감축해야 한다. 주로 벼재배와 축산 과정에서 메탄이 발생하므로 농수축산 부분 부담이 더욱 커진 셈.

이 위원은 “농어촌은 온실가스 배출원이기도 하지만 식량과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래 자원이기도 하다. 제주 역시 관광서비스업과 더불어 1차 산업 비중이 크다. 농수축 분야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현실성에 관해 구체적인 질문을 정부에 던져야 한다”고 했다. 

한국 2030 NDC 상향안

# 국내 감축수단은?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에서 제시한 농수축 부문 감축수단은 크게 연료 전환, 영농법 개선, 가축관리, 식생활 전환 이상 4가지다. 

연료전환 부분 계획은 어선∙농기계 연료를 전기나 수소로 전환하고, 농촌에너지 자립마을을 조성하는 등 화석 에너지를 재생 에너지로 전환한다. 

화학비료 저감, 친환경 농법 시행 확대 등 농경지 메탄·아산화질소 발생을 억제하는 영농법 개선도 꿰한다. 

특히 벼농사로 유발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논물 관리방식을 개선한다. 

농경지 질소질 비료 사용 저감과 바이오차(Bio-char) 등 신규 기술 확대도 추진한다. 바이오차란 목재 등을 300∼350도 이상 온도에서 산소 없이 열분해해 만든 숯 형태의 유기물로, 토양 살포 시 토양 내 탄소 저장 효과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가축관리 부분에서는 가축분뇨 자원순환 확대와 저탄소 가축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가축사육 과정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 가운데 48%를 차지하는 메탄가스 및 분뇨 내 질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저메탄·저단백질사료 보급도 확대한다.

채식 등 식생활 전환과 가축분뇨를 에너지로 바꾸는 시설 비율 확대 등도 감축 방안에 담겼다. 

문제는 농·축·수산 분야에서는 저탄소·저단백 사료 도입을 추진한다지만 국내 기술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다. 

'탄소중립 시대의 제주, 친환경 농업으로 가는길' 제3차 지역토론회가 지난 8일 오후 6시 제주특별자치도농어업인회관 2층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강의를 맡은 이유진 탄중위 위원. (사진=박소희 기자)
'탄소중립 시대의 제주, 친환경 농업으로 가는길' 제3차 지역토론회가 지난 8일 오후 6시 제주특별자치도농어업인회관 2층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강의를 맡은 이유진 탄중위 위원. (사진=박소희 기자)

# 준비한 만큼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이유진 위원은 “준비만 잘 한다면 농어촌이 기후위기 대응의 현장인 동시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농수축산업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농민·축산인·어민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제주 강연에서 만난 한 여성농민이 ‘기후변화는 최근 몇년 간 작황 피해 등 현실로 느껴지는데 농어촌이 탄소배출원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 아마 모르는 분이 많을 것 같다. 기후위기 실체와 농수축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공동 학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림부가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단지 숫자 상의 목표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농어촌 현장에서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선택지를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어민 중심 거버넌스 구축도 거듭 강조했다.

이 위원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면서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다. 가령 2050년 적정 사육두수는 얼마이고, 이로 인한 축산 농가 소득 감소는 어떤 식으로 해결 할 것인지. 벼농사의 경우 메탄 저감을 위해 모내기 후 추수 전후로 논물을 빼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를 농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농어촌 현장 목소리를 듣고, 토론하고, 합의를 도출하지 않으면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저 역시 현재 질문밖 할 수 없는 상황에 막막한 심정이기도 하다. 농촌과 어촌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준비한 만큼 위기를 넘길 수 있다. NDC 국제간 비교를 통해 방향성 논리를 개발하고, 2030년 NDC 작업반 논의를 통해 타당성과 현실성도 검토해야 한다. 농어촌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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