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에서 공모한 '가고 싶은 가로수 길' 사진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월정사 가는 길'. 제주도의 도로확장 공사 계획으로 인해 가로수 구실잣밤나무들이 사라질 위기다.(사진=제주시 제공)
2020년 제주시에서 공모한 '걷고 싶은 가로수 길' 사진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월정사 가는 길'. 제주도의 도로확장 공사 계획으로 인해 정실마을 길의 구실잣밤나무와 벚꽃 터널이 사라질 위기다.(사진=제주시 제공)

제주시가 사진공모전을 통해 최우수작으로 꼽은 ‘걷고 싶은 가로수길’ 사진 속의 가로수를 뽑아내고 해당 구간의 도로를 확장하기 위한 토지수용 및 보상절차가 올해 80% 가까이 이뤄진다. 제주 행정 당국은 내년에 도로 확장공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신제주 KCTV에서 월정사로 이어지는 아연로 2개 구간(정실마을 길)의 도로확장 공사를 위해 올해 토지보상비 1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 도로는 빼어난 가로수 풍광으로 인해 제주시내 드라이브코스로 손꼽힌다. 구실잣밤나무 터널, 벚꽃 터널로 이어지는 이 정실마을 길을 찍은 사진은 제주시에서 2020년에 공모한 ‘걷고 싶은 가로수길’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도로를 넓히는 공사를 목적으로 지방채를 발행해 토지 수용과 보상 절차를 밟고 있다.

제주시 도시건설국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토지보상률은 KCTV 쪽 구간은 38%가량, 월정사 쪽 구간은 74%이다.

토지보상률이 높은 월정사 쪽 구간 먼저 도로 확장공사가 추진된다. 올해 토지보상비 지급이 완료되면 월정사 쪽 구간의 토지보상률은 80%에 가까워진다.

제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80~90%의 보상이 완료되면 공사를 추진한다. 토지보상률이 높은 월정사 쪽 구간 먼저 도로 확장공사를 위한 실시설계 등 본격적인 절차를 밟게 되는 것. 제주시는 현재 2023년에 공사 계획을 잡고 있다.

20m 확장 공사를 위한 토지 보상 절차가 진행 중인 아연로(정실마을 월정사-KCTV  구간, 분홍색 표시).(사진=김재훈 기자)
도로 폭 20m 확장 공사를 위한 토지 보상 절차가 진행 중인 아연로(정실마을 월정사-KCTV 구간, 분홍색 표시).(사진=다음 지도)

특히, 가로수 처리 계획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제주시 관계자는 <제주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가로수 처리 계획에 대해 향후 주민의견을 받아서 검토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로 확장 공사가 이뤄지면 가로수들은 결국 베어내거나 다른 곳으로 이식하게 된다. 구실잣밤나무들의 수령이 많아 이식하는 경우 생존률이 높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는 ‘전국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바 있는 비자림로를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며 큰 갈등을 낳았다. 비자림로 벌목 직후 시민들이 공사 중단 및 대안 모색을 요구하며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하지만 제주도는 여전히 비자림로 확장공사 강행 의지를 밝히고 있다.

비자림로와 유사한 상황이 정실마을 길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제주시가 선정한 ‘가장 걷고 싶은 가로수길’의 풍경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공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전에 서둘러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도심 녹지공간의 중요성과 보행자의 권리가 대두되고 있다. 정실마을 가로수길도 도로확장이 아닌 보행로 확장을 통해 보행자들이 편하게 걸어다닐 수 있는 보행로를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만하다. 그렇기에 제주시 역시 ‘걷고 싶은 가로수길’ 사진공모전 최우수작으로 정실마을 '월정사 가는 길'을 선정한 것은 아닐까.

신세계면세점 측이 4차선 확장 공사를 하겠다고 밝힌 아연로 벚꽃길.(사진=김재훈 기자)
도로 확장공사가 추진되면 사라지게 되는 정실마을길(아연로) 벚꽃터널.(사진=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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