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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에 세워진 양용찬 기림비..."당신 꿈꾼 미래에 우리 노력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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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에 세워진 양용찬 기림비..."당신 꿈꾼 미래에 우리 노력 바친다"
  • 박소희 기자
  • 승인 2022.02.17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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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총학, 17일 오전 11시 제주대서 제막식 진행
(사진=제주투데이)
제주대 인문대학 1호관 앞 잔디광장에 건립된 양용찬 열사 기림비. (사진=제주투데이)

산화 30년만에 제주대학교로부터 졸업장을 수여받은 고(故) 양용찬 열사의 기림비가 그의 모교에 세워졌다. 

제주대 총학생회(53·54대)는 17일 오전 11시 제주대 인문대학 1호관 앞 잔디광장(진앙터)에서 양용찬 열사 기림비 제막식을 진행했다. 

양 열사는 30년 전 겨울 제주도 난개발을 우려하며 “제2의 하와이보다는 우리의 삶의 터전으로서, 생활의 보금자리로서의 제주도를 원하기에 특별법 저지, 2차 종합개발계획 폐기와 이를 추진하는 민자당 타도를 외치며 이 길을 간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분신, 생을 마감했다.  

(사진=제주투데이)
제주대 총학생회는 17일 오전 11시 제주대 인문대학 1호관 앞 잔디광장에서 양용찬 열사 기림비 제막식을 진행했다.  (사진=제주투데이)

이날 인문대 김동윤 학장, 사학과 장창은 학과장,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강봉수 제주대 윤리교육과 교수, 현경준 53대 총학회장, 양우석 현 총학회장, 제주대 민주동문회 김용택 회장 등 학교 관계자들이 제막식에 참석했다. 

더불어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서귀포시),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고광성 이사장,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김택진 전 대표, 도의회 정민구 부의장, 전농 제주도연맹 김윤천 의장, 정의당 제주도당 김정임 부위원장, 민주노총 제주본부 부장원 사무처장, 김경훈 시인 등도 자리를 빛냈다. 

유족대표로는 양 열사 친형인  양용호 씨가 참석, 그는 기림비 건립을 추진한 학교 및 시민사회 관계자들에게 감사 마음을 전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번 기림비 건립은 양 열사 산화 30주기를 맞아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제주대 민주동문회, 총학생회, 인문대학생회 등이 제주대 측에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제막식은 양우석 현 총학회장과 현경준 전 총학회장의 추모사를 시작으로 김경훈 시인의 추도시 낭송, 김동윤 학장과 위성곤 의원의 인사말,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순으로 진행됐다. 

김경훈 시 '그대는 불로 오시라' (편집=박소희 기자)
17일 양열사 기림비 제막식에서 낭송한 김경훈 시 '그대는 불로 오시라' (편집=박소희 기자)

명예졸업식 수여와 기림비 건립 추진에 앞장 섰던 현경준 전 총학회장은 이날 추모사를 통해 "이곳을 (인문대 잔디광장) 진앙터라 하는데 이제야 그 뜻을 알 것 같다. 당신의 울림, 그리고 우리 선배들의 울림이 만든 사회의 지진이었고, 그 중심이 바로 진앙이었다"다면서 "진앙터, 이 땅에서 찬란한 미래를 꿈꾸었을 당신께 우리의 노력을 바친다"고 말했다. 

1991년 양용찬 열사 상화 당시 제주대 총학회장을 맡았던 위성곤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양 열사 정신을 계승해 지속가능한 제주를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양 열사는 1966년 9월 서귀포시 신례리에서 태어나 1985년 제주대 사학과에 입학했지만, 학업을 중도 포기하고 서귀포나라사랑청년회 활동에 참여, 1991년 11월 7일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반대를 외치면서 산화했다. 

양용찬 열사께 바치는 추모사
-현경준 전 총학회장-

세계의 관광지 제2의 하와이보다는 우리의 삶의 터전으로서, 보금자리로서 제주도를 원한다.

열사여, 이제야 우리가 이렇게 모였습니다.

30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열사께 졸업 증서와 열사를 기억할 기림비를 바칩니다.

진앙터, 이 땅에서 찬란한 미래를 꿈꾸었을 당신께 우리의 노력을 바칩니다.

처음 인문대학에 입학하여 이 곳을 진앙터라, 인문대학 학생을 진앙인이라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한참을 헤매었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 이제야 조금이나마 왜 진앙이라 하는지 알겠습니다.

당신의 울림, 그리고 우리 선배들의 울림이 만든 사회의 지진이었고, 그 중심이 바로 진앙이었습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용기를 남겼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이 생각납니다.

그는 우리 600년의 역사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뒤로 빠져라, 비겁함을 가르쳤던 역사”라고 하였습니다.

아무리 강한 바위일지라도, 내가 계란만큼 약한 존재일지라도, 비겁하게 숨지 않고 부딪혔던 당신의 용기는 30년이 지난 저희 후배들에게도 큰 용기가 되고 있습니다.

숨지 않겠습니다. 당신을 기리는 이 마음을 기억하여 당당히 맞서 싸우겠습니다.

스물 다섯의 나이, 그 연약한 줄기가 피어낸 꽃이 쉬이지지 않도록 오래도록 기억하고 용기있게 이겨 내겠습니다.

끓어오르는 스물 다섯의 피가 마르지 않도록 함께 우리의 마음을 데우겠습니다.

우리의 제주가 제주다운 모습으로, 아름다운 우리의 고향이 될 수 있도록, 당신의 용기와 함께하겠습니다.

당신을 기억합니다.

오, 나의 선배, 제주를 위한 불꽃.

열사여,

이제는 외롭지 마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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