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와 지역주민들이 자체 조사한 제2공항 인근 철새도래지 및 조류 발견 지역. (사진=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공)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와 지역주민들이 자체 조사한 제2공항 인근 철새도래지 및 조류 발견 지역. (사진=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공)

어떤 욕망은 터무니없이 질기다. 질길 뿐 아니라 위험하다. 제주 제2공항은 그런 질기고도 위험한 욕망의 덩어리 중 하나다. 생명을 위협하는 항공 안전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제2공항 입지선정 시 항공기-조류충돌 영향 평가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굳이 제주 동부 철새도래지 벨트 한복판에 공항을 건설하겠단다.

영남권 신공항은 물론, 면적이 19.7km²에 불과하고 인구 5000명이 안 되는 흑산도 신공항 입지 선정 때도 실시한 조류충돌 영향 평가를 제주도에서는 하지 않는다. 끝까지 제주에서 가장 철새가 많은 곳에 제2공항을 짓겠다는 것이다.

세월호참사 이후 안전 문제가 부각됐으나 국토부는 이렇듯 안전 문제에 눈감아버렸다. 국토부가 제시했던 제2공항 후보지 중 어느 곳이 조류충돌로부터 안전한지 도민은 영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위험한 욕망의 피해자는 누가 될까.

(사진=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공)
제2공항 부지 인근의 새떼(사진=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공)

국토부는 현재 환경부가 반려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용역을 발주해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가 반려한 가장 큰 사유는 조류충돌 및 철새도래지 보전 문제다.

조류충돌 예방 계획과 철새도래지 보전 계획이 상충된다는 것이다. 조류충돌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주 최대 철새도래지 훼손이 불가피하다. 철새도래지를 보전하려면 조류충돌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상충된 두 계획을 어떻게 해결하겠냐는 것이다.

도민들은 제2공항의 조류충돌 위험성 문제를 알고 있다. 2021년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공식적으로 실시한 도민 여론조사 끝에 반대가 우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끝내 도민여론을 배반했다. 도민의 뜻을 확인한 것만으로는 영 부족했던 모양이다.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0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제2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렸다(사진=이길훈 제공)
지난 10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제2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렸다(사진=이길훈 제공)

 

영리병원 공론조사 결과를 존중하겠다던 입장을 번복할 때 이미 원 전 지사의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는 확인됐다. 민주주의를 딱 이 정도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제2공항 공약으로 내세우고 원 전 지사를 국토부 장관으로 내정하면서, 도민 갈등이 다시금 첨예해지고 있다. 제2공항의 위험성 문제를 방관하며 자신만 옳다고 우기는 정치인의 정치놀이에 지역 사회와 주민들은 시름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윤석열 정권의 출범에 맞춰 제2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렸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제주 시민사회는 조류충돌 위험 문제를 평가하지 않은 제2공항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원희룡이라는 위험한 욕망을 목격했다. 그 둘을 뽑아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제2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렸다(사진=김재훈 기자)
지난 10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제2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렸다(사진=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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