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태풍이 지나가고 

숲속에서 들리는 우렁찬 매미소리.. 

무더운 날씨, 강한 햇살을 피해 그늘지고 시원한 곳을 찾는다면 

걷기에 좋은 길, 역시 한라산 둘레길이 최상이다.

5.16 도로변, 기계소리와 땀으로 범벅이 된 검게 그을린 얼굴 

여름 가지치기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그저 고맙게 느껴진다.

[한라산둘레길: 수악길]
[한라산둘레길: 수악길]

자연을 만나는 환상숲길 '한라산 둘레길' 

수악길은 돈내코 탐방로에서 이승악 사이 11.5km 구간으로 

수악(물오름), 보리오름, 이승이오름 등이 분포하고 

수악길 중간에 있는 신례천은 한라산 사라오름 남동쪽에서 발원하여 

보리오름 서쪽에서 합류, 5.16 도로의 수악교와 수악계곡을 거쳐 남원읍 신례리로 흐른다.

수악계곡은 5.16 도로 건너편 선돌계곡과 함께 팔색조의 도래지로 알려져 있다.

[삼나무]
[삼나무]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수악(물오름) 

삼나무와 소나무가 조림되어 울창한 숲을 이룬 둘레길은 

입구로 들어서자 하늘을 향해 쑥쑥 자란 삼나무가 빨려들 듯 숲길로 안내한다.

하늘 전체를 가리는 초록빛 베일이 눈앞에 펼쳐진다.

[수악(물오름 입구)]
[수악(물오름 입구)]

한라산과 서귀포 앞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물오름 

과거 오름 꼭대기에 물이 고여 있어 

물오름이라 불리는 수악은 5.16 도로변에 위치해 있다.

[수악 전망대]
[수악 전망대]

계단 없이 올라가는 길이 예쁜 숲길 

나무가 주는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완만한 탐방로 따라 걷다 보면 

금세 정상의 전망대가 눈앞에 버티고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탁 트인 서귀포 앞바다와 

자연이 선사하는 초록의 아름답고 웅장한 한라산은 

소나무에 가려 전경이 다소 가려졌지만 그저 바라만 보아도 힐링이 된다.

전망대는 산불 감시초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서귀포 앞바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서귀포 앞바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한라산']
[전망대에서 바라 본 '한라산']
[수악길 표지판]
[수악길 표지판]

수악길의 새로운 시작점 

이승악까지 남은 거리는 3.5km임을 알려준다.

[한라산둘레길]
[한라산둘레길]
[으름난초]
[으름난초]

회색소음도 비껴가는 여름숲 

숲 속은 조용한 듯 하지만 햇빛과의 전쟁을 치르고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듯 하지만 무질서 속에 질서를 유지한다.

거대한 바위를 뚫고 뿌리를 내리는 생명 강한 나무 

켜켜이 쌓인 낙엽 위로, 얕은 뿌리가 지상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 고목은 

쓰러져 썩어가지만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한다.

[잣성]
[잣성]
[콩짜개덩굴]
[콩짜개덩굴]
[애기모람]
[애기모람]
[무엽란]
[무엽란]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어두운 숲 

나무 그늘 밑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부생식물은 

광합성을 하지 못하여 부엽토에서 양분을 얻어 살아가는 식물이다.

낙엽 위로 노란 입술을 내민 스님들이 들고 다니던 지팡이 '버어먼초' 

낙엽 위로 자태를 드러낸 '영주풀'  

밟을까? 조심조심...

[버어먼초]
[버어먼초]
[영주풀]
[영주풀]
[애기버어먼초]
[애기버어먼초]

매미가 울어야 여름이 무르익듯 

생명을 잔뜩 머금은 풍경 하나하나가 고맙고 

나뭇잎 사이로 간간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고맙고 

숲 속에 머물고 있는 친구들과 눈 마주쳐도 고맙고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수북이 쌓여있는 사각사각 나뭇잎 밟는 소리도 고맙고 

길동무가 되어주는 청량한 새들의 소리 

울창한 여름숲의 들려주는 이야기에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하천경고판]
[하천경고판]

신례천(새기네)을 따라 펼쳐지는 이승악 생태숲길에는 

손바닥을 펼친 것처럼 깊이 갈라지는 '단풍나무' 

삼지창 모양을 한 '황칠나무'의 멋스러움도 만날 수 있고 

숲이 주는 청량감과 편안함에 돌길로 이어지는 불편함도 잊게 해 준다.

참꽃나무, 모새나무, 붉가시나무 등이 군락지를 이루고 있고 

구실잣밤나무, 조록나무, 참식나무, 동백나무, 후피향나무, 비쭈기나무 등의 난대성 수목과

이나무, 서어나무. 졸참나무 등의 낙엽수와 곰솔 등의 침엽수가 혼재한다.

상록수와 낙엽수들이 울창하게 자라 숲바다를 이루는 숨어 있는 숲길로 

과거 수백 년 동안 거대한 숲을 만들어냈다.

[생태숲길 2코스]
[생태숲길 2코스]

신례천(새기네)을 따라 걷는 이승악 생태숲길 

신례리의 옛 이름은 예를 존중하는 마을이란 뜻으로 '예촌'이라 불렀고 

중산간 지대의 초지는 축산과 감귤재배를 주업으로 하고 있다.

남원읍 서부에 위치한 신례 1리는 

동쪽으로 위미1리, 서쪽으로 하례리와 접하고 있고 

이승악과 수악 등의 기생화산과 서쪽으로는 신례천이 위치하고 있다.

남원읍 신례리에 위치한 이승악은 해발 539m로 

신례천을 따라 걷는 생태숲길 가운데 있는 나지막한 오름이다.

오름의 모양새가 슥·삭(살쾡이의 제주어)처럼 생겼다는 설과 

살쾡이가 살았다는 설에 의해 '이슥이오름' 또는 '이승이오름'이라 부른다.

신례 공동목장 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이승악 순환코스(3km)인 이승이오름 산책로, 

신례천 생태숲길인 생태탐방로 1코스(최두만이소~올리소)와 2코스(3.1km)가 있다.

[구분담]
[구분담]

구분담은 일제강점기 국유지와 사유지를 구분하기 위해 쌓은 돌담으로 

당시 일제 당국은 토지조사를 실시한 후 토지소유자가 명확하지 않아 

미신고된 국영 목장지 일부를 국유지로 편입했는데 

토지 소유권 분쟁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신례리 주민들은 현재 이승악 일대에 남아있는 이 돌담을 '구분담'으로 부르고 있고, 

이 구분담은 신례리 마을에서 집집마다 출력하여 돌을 운반해 와 직접 쌓았다고 한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밞는 소리 

수북이 쌓인 낙엽길에 발자국을 남긴다.

카펫 위를 걷는 듯 푹신하고 낭만이 묻어나는 낙엽길 

흙을 밟는 느낌의 행복에 묻혀 걷는 낙엽길은 마음의 휴식처가 되어준다.

[숯가마터]
[숯가마터]

이승이악 서편능선 하단부에 

단독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마로 반지하식의 석축요로 

전체적인 형태는 반원형을 띠고 있다.

[해그믄이소]
[해그믄이소]

일반적으로 하천이 불규칙하게 침식되어 굴곡이 심하나 

'해그문이소'로 이어지는 하천은 넓게 펼쳐진 융단이 깔린 모습으로 

하천 아래로 발을 디디면 높은 절벽 위로 하늘 높이 뻗은 

구실잣밤나무가 숲터널로 하늘을 뒤덮고 있고 

하천 절벽은 병풍이 펼쳐진 듯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해그믄이소]
[해그믄이소]

'해그문이소'의 '해그문이'는 

나무가 울창하고 하천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밝은 대낮에도 해를 볼 수 없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소'는 하천 단면의 깎아지른 절벽 밑으로 깊게 물이 담수되어 검푸른색을 띠고 있고

떨어지는 하얀 물기둥과 깎아지른 절벽이 시선을 압도한다.

[해그믄이소]
[해그믄이소]
[바위손]
[바위손]
[너구리꼬리이끼]
[너구리꼬리이끼]
[솔이끼]
[솔이끼]
[석송]
[석송]
[뱀톱]
[뱀톱]
[사철란]
[사철란]
[털사철란]
[털사철란]
[붉은사철란]
[붉은사철란]

깊은 계곡과 우거진 숲, 

자연의 숨결을 느끼며 심호흡하며 걸을 수 있는 

돌담과 숯가마 터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만날 수 있는 신례천 생태탐방로 

제주만의 독특한 숲길로 모두에게 에코힐링할 수 있는 장소로 

여름 끝자락을 붙잡고 걸었던 숲 속은 걷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어준다.

나뭇가지 사이로 잠시 파란 하늘이 열리고 초록빛 가득한 여름향기로 채워가는 

해그문이소에서 머문 반나절은 긴 여운을 남긴다.

고은희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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