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제주도청에서 제주도를 상대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원희룡 지사(왼쪽)가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질의하는 내용을 듣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사진=제주투데이 DB)

“‘양치기 소년’처럼 결국 자신의 거짓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제주도민들에게 버림받고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18일 원희룡 제주지사를 향해 일갈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원 지사가 “도민만 바라보겠다”라고 말한 뒤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으로 합류하며 중앙정치 행보에 나선 데 대한 지적이다.

원 지사의 ‘중앙정치’를 향한 갈구는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원 지사는 지난해 태풍 링링을 대비하기 위해 열린 한 회의에서 ‘조국’(전 법무부장관)과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는 모습이 MBC 카메라에 포착되며 망신을 샀다. 태풍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 열린 상황판단회의에서 부하직원의 보고에 집중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검색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에 많은 도민이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이 문제는 원 지사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국정감사에서 “태풍으로 인한 도민들의 피해 최소화에 골몰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원 지사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며 “도정을 제대로 못 챙기면서 다른 데 신경쓰지 말고 도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달라”는 지적을 받자 원 지사는 “1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검색한 건데”라며 ”다음부터는 30초도 안 하도록 하겠다”고 응수했다. 검색의 시간이 문제일까? 재난에 대비하는 태도의 문제다. 도민은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답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원 지사는 도민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제주도의 상황이 말이 아니다. 도지사로서 여느 때보다 도정 운영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이다. 기존에 다른 정치적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취소하거나 축소하며 도정을 살펴야 할 때다. 제주도의회는 원희룡 제주도정이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도록 돕는다는 명분으로 2월 임시회를 취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종료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원 지사는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으로 합류하며 자신의 정치 행보를 펼치는 모습에 제주도의회는 머쓱해지고 말았다.

원 지사는 도민들의 기대와 코로나19 대응에 전념하라는 제주도의회의 배려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도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원 지사의 약속은 거꾸로 보면 어떻게 됐든 도정 공백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태풍 링링 상황판단회의에서 도민에게 사과를 하기보다 자신의 이름 검색을 “30초도 안 하도록 하겠다(하긴 하겠다?)”던 원 지사의 발언이 겹친다.

제주의소리는 한 논설위원 칼럼에서 원 지사의 이와 같은 행보에 대해 “민심을 들끓게 한 것은 도민과의 약속 파기였다. 미심쩍었지만, 그걸 깨리라고는 예상하기 힘들었다. 스스로 ‘도민만 바라보겠다’ ‘도정에 전념하겠다’는 맹세를 숱하게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엔 정당 입당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며 “약속을 어기게 되자 원 지사는 곧바로 수습에 나섰으나, 정치행보는 오히려 더 빨라졌다.”고 지적했다.

사실이다. 지금 도민들은 ‘제주의 아들’이라며 제주로 돌아와 도지사 자리에 앉은 원 지사가 도민에게 한 약속을 어기며 '거짓말 정치인'의 아이콘 성장하는 모습을 아프게 목도하고 있다. 거짓말을 일삼는 아들을 둔 부모의 아픈 마음을 원희룡 지사는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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