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4·3문화예술제 ‘우리의 4·3은 푸르다’에 참가하기 위해 마임공연을 연습중인 볍씨학교 친구들.(사진=볍씨학교)
청소년 4·3문화예술제 ‘우리의 4·3은 푸르다’에 참가하기 위해 마임공연을 연습중인 볍씨학교 친구들.(사진=볍씨학교)

나는 저학년 때부터 볍씨 청소년 언니들이 하는 연극을 보았다. 연극을 하는 언니들이 정말 대단해 보였고, 재미있어 보였다. ‘나도 저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배우라는 꿈도 생겼다. 그래서 엄마에게 연기 학원에 가고 싶다고 했고, 조그만 연극 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그렇게 7학년이 되었고, 드디어 학교에서 연극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연극은 청소년 과정에서 필수이기 때문에 7학년, 8학년을 지내는 2년 중 한번은 해야 했다. 나는 연극을 하고 싶었고, 빨리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7학년 연극을 시작 하게 되었다. 

그런데 너무 힘들었다. 물론 재미있는 점들도 있었지만 힘든 것들이 더 많았다. 나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고,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화를 내야하는 장면에서 화를 잘 내지 못했고, 앞을 보며 대사를 해야하는데 눈치보며 시선이 계속 흔들리기도 하고, 정말 단순한 걷기 동작을 할 때도 자신감 없이 땅만 보며 걸었다.

코멘트를 듣고, 바꾸려고 해도 변화가 없었다. 나 때문에 연습이 계속 멈추니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좋아했던 연극이었지만 그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었고, ‘그냥 안하겠다고 할까?’ 이말을 할지 말지를 몇 번이나 고민했다. 그래도 끝까지 마치고 싶고, 내가 도중에 그만두면 연극에 큰 피해를 준다는 생각에 끝까지 해보기로 했다. 그땐 정말 배우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연극은 끝나있었고, 그래도 끝까지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8학년 1학기 때 나는 잠깐 일반학교에 갔다가 다시 볍씨로 돌아왔다. 이상하게 일반학교에 가면서도 연극을 못한다는 게 아쉬웠고, 돌아오자마자 연극을 하고싶었다. 그래서 연극 스토리가 거의 다 잡힌 중간에 연극에 들어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들어가게 되었다. 

8학년이 되어 연극을 할 때도 이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코멘트가 거의 없었다, 자신감도 더 생기고, 더 재미있어졌다. 7학년 때의 연극은 ‘힘들었다’로 기억 하는데 8학년 땐 정말 재미있게 했다.

배우라는 꿈은 더 커졌다.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연극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연극이 좋았던 이유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어 집중해서 그 사람을 이해하고, 그 사람이 되어보는 것 같아서다. 푹 빠져서 집중하고 다른 배우와 스텝들과 호흡을 맞춰서 하는 점도 매력이 있다.

제주 학사에 오니 마임을 배운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마임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기대되었고, 재미있게 배웠다. 요즘은 마임 공연 준비를 하고 있다. 장면을 만들고, 의상도 입어볼때면 육지에서 연극 했던 게 떠오른다.

마임은 대사가 없으니 더 이해가 잘 되도록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물을 더 잘 이해해야 하고,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가 분명해야 한다. 난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할머니 역할인데 처음에는 너무 막막하고, 아무 생각이 안 나서 계속 제자리 걸음이었다. 연극처럼 대사가 있으면 마임만큼 많은 고민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기에 마임이고, 그것이 마임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마임은 대사가 없는 만큼 표현하는 사람의 정성이 생기고, 보는 사람도 더 집중해서 보게 된다.

막막했던 시간이 지나고 계속 생각해보니 이젠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조금은 알게 되었고, 또 어떻게 표현할지도 조금은 생각났다. 마임도 연극처럼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다 하고 나면 잊지 못할 좋은 기억이 될 것 같다. 벌써 7학년 때 연극을 한지 2년이나 지났지만 그때의 느낌이 남아있고, 그립기도 한 것처럼 말이다.

또 내 꿈이 연기를 하는 것이고, 뭐든지 많은 경험을 해보면 좋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공연 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시간들, 공연에 올릴 그 순간이 기대 된다.

박주하

저는 1학년 때부터 볍씨에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중간에 제주학사가 너무 힘들 것 같고, 공부도 너무 늦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일반 학교에 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제주학사라는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 싫어서 다시 볍씨로 돌아와 제주를 선택했습니다. 잠깐 나를 위해 성장할 생각이 없다고 착각도 했지만 이번에 많은 이야기도 듣고, 생각해보면서 나를 위해서 성장하고 싶어서 온 것이었다고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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