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농업 65건의 기사가 있습니다.

  • [말랑농업]제주 음식에서 배우는 지속가능한 농식품체계

    [말랑농업]제주 음식에서 배우는 지속가능한 농식품체계

    관광객에게 제주를 대표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부분은 흑돼지구이, 생선회, 갈치조림, 고기국수라고 대답한다. 제주의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다. 몸국, 자리물회, 보리빵, 오메기떡 정도를 더 보탤 뿐이다. 하지만 시골 출신인 나는 국으로는 배추국, 미역국, 콩국, 호박잎국, 각제기국, 구살국, 멜국, 정각냉국, 우미냉국 등을 반찬으로는 마농지, 자리조림, 우럭콩조림, 호박탕쉬, 콥대산이무침, 양하무침, 자리젖 등을 먹고 자랐다. 이처럼 제주를 대표하는 음식과 실제로 제주사람들이 먹어왔던 음식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또한 산업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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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협
    2022-12-27
  • [말랑농업]경자유전 원칙은 어디로…

    [말랑농업]경자유전 원칙은 어디로…

    먹거리 생산수단인 농지가 투기의 대상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양도세를 감면받기 위해 실경작자인 임차인과 구두로 계약하여 농업경영체등록을 하고 공익직불금을 받는 부재지주도 많다.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국회의원 시절 탈당 권고를 받았던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에서 이루어진 여섯 차례의 인사청문회에서는 농지관련 문제가 네 차례나 쟁점이 되었다. 농지법 위반 혐의로 강병삼 제주시장과 이종우 서귀포시장은 고발당했고, 양덕순 제주연구원장은 잘못을 시인했으며, 이선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대표이사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지난 9월에는 주말 체험농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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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협
    2022-12-13
  • [말랑농업]단풍, 생명을 잇기 위한 몸부림

    [말랑농업]단풍, 생명을 잇기 위한 몸부림

    여름 내내 맹위를 떨쳤던 초록의 잎들이 낙엽으로 떨어져 거름으로 돌아가고 있다. 검붉게 익은 열매들은 새들의 입과 똥구멍을 거쳐 씨앗으로 뿌려지고 있다. 나무는 이렇게 스스로 떨구고 스스로 먹힘으로써 생명을 이어간다. 단풍잎도 생명을 잇기 위한 몸부림의 산물이다. 갈잎나무들은 추운 겨울에 대사활동을 왕성하게 하면 잎과 줄기가 지닌 수분 때문에 얼어 죽게 된다. 그래서 갈잎나무들은 최저기온이 5℃ 이하로 내려가면 겨울을 날 준비를 시작한다. 갈잎나무는 먼저 잎자루와 가지 사이에 떨켜층을 만들어 수분과 양분의 이동통로를 막는다.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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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협
    2022-11-15
  • [말랑농업]양파지를 담그며

    [말랑농업]양파지를 담그며

    각시가 미소 띤 얼굴로 양파가 들어있는 대야를 가리켰다. 양파를 까라는 무언의 지시다. 머뭇거렸다가는 평화가 깨질 것이 뻔하다. 얼른 칼을 집어 꼭지와 뿌리를 잘랐다. 상처를 입은 양파가 ‘프로페닐스르펜산’이라는 최루가스를 발사하여 눈물샘을 자극했다.프로페닐스르펜산은 수용성이다. 따라서 물에 적신 칼로 양파를 썰면 눈이 덜 따갑다. 그럼에도 굳이 손으로 줄기 비닐을 한 꺼풀씩 벗겨내었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이렇게 눈물을 질질 짜며 마음껏 울어본단 말인가? 속으로는 부평초처럼 흔들리면서도 겉으로는 큰 바위 얼굴을 하고 살아가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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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협
    2022-11-01
  • [말랑농업]‘월정사 가는 길’을 걷기 위해서는

    [말랑농업]‘월정사 가는 길’을 걷기 위해서는

    ‘가장 걷고 싶은 가로수길’ 제주시 사진 공모전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정실마을 ‘월정사 가는 길’의 구실잣밤나무들이 잘려 나갈 운명에 처했다. 행정당국은 이미 ‘전국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비자림로의 삼나무 900여 그루와 설촌 때부터 주민들과 애환을 같이해온 제성마을의 벚나무 12그루를 무참히 베어냈다. 그런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5일 ‘도민이 행복한 제주숲 만들기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제주도는 2026년까지 663억원을 투입하여 도시바람길숲,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등을 조성하고, 도로변과 중앙분리대 등 자투리 공간을 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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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협
    2022-10-18
  • [말랑농업]오영훈 도정, 그린워싱 의심에서 벗어나려면

    [말랑농업]오영훈 도정, 그린워싱 의심에서 벗어나려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계 환경중심도시 제주실현’이라는 올해 제주특별자치도의 도정 목표에 삐딱이 후배가 딴죽을 걸었다. 도시는 자연 파괴를 전제로 하는데 환경중심 도시라는 어휘가 성립하느냐는 물음이었다. 후배에게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필자는 논리적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나름의 당위를 역설하는 비굴한 개량주의자 신세로 전락한다.사르트르의 희곡 에 나오는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대사처럼 ‘지구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주범은 너와 나를 포함한 인류 자체다’라는 언설은 얼마나 명쾌한가? 그렇다고 인류를 지구에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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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협
    2022-10-04
  • [말랑농업]배추 모종을 심으며

    [말랑농업]배추 모종을 심으며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배추 모종을 다시 심었다. 태풍 힌남노에 얼 먹은 배추들이 시들시들하다가 축 늘어졌기 때문이다. 75㎝ 너비의 이랑에 줄 간격 50㎝, 포기 간격 50㎝로 해서 60여 포기를 심었다. 각시가 배게(일정한 면적에 많은 작물을 심는 것;편집자) 심으면 면적도 덜 차지하고 잡초도 덜 날 텐데 왜 성글게 심느냐고 했다. 너무 촘촘하게 심으면 웃자라 잎줄기가 연약해지고, 병충해도 많이 발생한다고 했다. 작물을 재배할 때는 작물 사이에 적정거리를 확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적정거리는 작물 고유의 부피·크기, 생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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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협
    2022-09-20
  • [말랑농업]추석 선물 고르는 기준

    [말랑농업]추석 선물 고르는 기준

    기상관측 이래로 가장 많은 열대야 일수 52일을 기록한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 여전히 한 낮에는 햇볕이 뜨거워 그늘을 찾게 되지만 새벽에는 찬 공기에 이불을 찾게 된다. 벌초도 끝냈고, 배추 모종도 심었으니 추석이 바로 코앞이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 맞는 세 번째 추석이다. 올 추석은 사정이 나아져 가족들과 차례 음식을 먹으며 정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각시님이 추석 선물 때문에 고민이 된다고 한다. 합리적인 가격에 받는 분이 기뻐할 의미 있는 선물을 고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는 입을 구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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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협
    2022-09-06
  • [말랑농업]양돈과 청정 제주는 공존할 수 있을까

    [말랑농업]양돈과 청정 제주는 공존할 수 있을까

    제주의 여름은 검정색으로 인해 더욱 푸르다. 농작물에 따라 명도와 채도가 달라지는 푸른 밭들은 흑룡만리의 검은 돌담으로 인해 더욱 짙푸르고, 푸른 바다는 먹돌보다도 까만 제주남방큰돌고래 떼가 일으키는 하얀 포말 때문에 더욱 검푸르다. 제주음식을 더욱 제주답게 하는 것도 흑돼지, 흑우, 다금바리 등 현무암처럼 검은빛을 띤 식재료이다. 그중 흑돼지구이는 관광객들이 제주에 오면 꼭 먹어보아야 하는 음식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힌다. 그런데도 “흑돼지가 변소에서 키우던 그 똥돼지가 맞나요?”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나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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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협
    2022-08-23
  • [말랑농업]밀과 콩을 재배하는 이유는?

    [말랑농업]밀과 콩을 재배하는 이유는?

    해리 포터Harry Potter의 potter는 도자기공, 앨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einstein은 벽돌공, 리즈 테일러Liz Taylor의 taylor는 재단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도자기공이 마법을 부리고, 벽돌공이 상대성이론을 가르치며, 재단사가 보라 빛 눈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유쾌하다. 상상은 Farmer 가문이 밀을 수확하면, Miller 집안이 방아를 돌려 밀가루로 만들고, Baker 가문이 그 밀가루를 반죽하여 빵을 굽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성씨를 통해서도 밀이 서양의 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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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협
    2022-08-09
  • [말랑농업]개천용보다는 잡종

    [말랑농업]개천용보다는 잡종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대를 나와 사법고시를 패스한 첫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과 같이 서울대를 나온 고시 출신으로만 국정원장·금융위원장·공정위원장·국세청장·대통령비서실장을 지명했고, 서울대[11명(57.9%)]와 고시 출신[9명(47.4%)] 위주로 내각을 꾸렸다. 윤 정부의 인사는 대한민국에서는 시험만 잘 치면 부와 명예는 물론 높은 지위를 쉽게 얻을 수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를 알기에 좀 산다는 부모들은 자식들의 하늘 입장권을 사기 위해 온갖 수단을 활용하고, 때로는 편법과 반칙까지 저지른다. 반면에 그 축에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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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협
    2022-07-26
  • [말랑농업]맥주예찬

    [말랑농업]맥주예찬

    비가 쏟아질 것 같다가도 끝내 오지 않는 날씨가 한동안 계속되었다. 장마철인데도 과수원 구석에 심은 수박과 노각은 가뭄에 지쳐 자라는 것을 잊었다. 밤더위를 먹은 감귤들도 지천으로 떨어졌다.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어서 퇴근 후에 과수원으로 달려가 물을 주었다. 내 몸도 땀으로 흠뻑 젖었다. 집에 돌아와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김추자의 ‘봄비’를 틀어놓고 맥주를 마셨다. 입은 시원함에, 눈은 관능적인 춤사위에, 귀는 화염이 터지는 것 같은 목소리에 완전히 압도됐다. 에포케의 순간이었다. 그렇게 필자는 ‘하루 끝자락에 마시는 차가운 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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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협
    2022-07-12
  • [말랑농업]밭보다 씨가 중하다

    [말랑농업]밭보다 씨가 중하다

    제주의 6월을 대표하는 작물은 단연 단호박과 초당옥수수다. 최근 단호박과 초당옥수수가 서부지역 월동채소를 재배했던 밭들을 점령해 나가면서 제주의 봄 풍경이 바뀌고 있다. 단호박 생산량은 2019년 746톤에서 2021년 2610톤으로 3.5배 늘었고, 올해 재배면적은 450ha에 이른다. 초당옥수수 생산량은 2019년 23톤에서 2021년 905톤으로 39.3배 증가했고, 올해 재배면적은 296ha이다. 단호박은 베타카로틴(4,783㎍/100g), 칼륨(435㎍/100g), 비타민C(25.99㎍/100g) 등 영양소가 풍부하고,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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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협
    2022-06-28
  • [말랑농업]위선과 산수국

    [말랑농업]위선과 산수국

    나는 산수국에 대해서 무섬증이 있다. 어릴 적 외할머니로부터 원한에 사무쳐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귀신들이 도체비고장(도깨비꽃)으로 피어난다고 들었다. 안개가 자욱이 낀 소나무밭 구석에서 푸르뎅뎅하게 핀 꽃들 사이로 붉게 빛나는 꽃들이 올라오는 모습은 정말이지 도체비가 살아나온 것 같았다. 그래서 그때는 지네를 잡으러 돌아다니다가도 산수국이 보이면 일부러 피해 갔었다. 나중에 식물을 공부하면서 우리가 아는 산수국꽃은 꽃받침이 변해서 된 헛꽃이고, 산수국꽃 색깔은 자라는 토양의 성질에 따라 산성이면 푸른색을, 알칼리성이면 붉은색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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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협
    2022-06-14
  • [말랑농업]‘누굴 뽑을까?’ 식물의 생존전략에서 배우다

    [말랑농업]‘누굴 뽑을까?’ 식물의 생존전략에서 배우다

    고향 동네 어귀에서 여름 내내 그늘을 만들고 시원한 바람을 뿜어내는 멀구슬나무가 연보라색 꽃을 많이도 달았다. 큰 딸의 팔짱을 끼고 걷던 어머님이 “별나게도 고장을 하영 단 걸 보난 저 낭도 나추룩 죽을 때가 다 된 모양이여(별나게 꽃이 많이 달린 걸 보니 저 나무도 나처럼 죽을 때가 다 된 모양이다;편집자)”라고 하신다. 식물들은 죽을 때가 되면 온 힘을 다 짜내어 꽃을 왕창 피운다. 종을 유지하려는 눈물겨운 소신공양이다.식물들은 빛, 물, 양분 등 생육환경이 좋으면 생식생장에는 관심이 없고, 키와 덩치를 키우는 영양생장에만 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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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협
    2022-05-31
  • [말랑농업]메마른 가슴을 선홍빛으로 물들이다

    [말랑농업]메마른 가슴을 선홍빛으로 물들이다

    살랑거리는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의 간지럼을 느끼며 아라동역사문화탐방로를 걷습니다. 낙엽들이 썩어서 만든 흙길이 주는 푹신함이 발바닥을 통해 가슴까지 올라옵니다. 까불이 작은딸도 부드러움을 느꼈는지 말이 조곤조곤해집니다.바늘잎 나무, 넓은잎 나무, 굽어서 기는 나무, 우뚝 선 나무들이 각자의 푸른색을 뿜어내는 숲 속에서 온몸이 붉게 타는 나무가 눈길을 끕니다. 각시가 “그늘진 숲 속이라 그런가? 진달래꽃이 참 늦게도 피었네”라고 혼잣말을 합니다.제가 작은 소리로 “‘신달위’라고도 불리는 참꽃나무예요”라고 정정합니다. 각시가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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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협
    2022-05-17
  • [말랑농업]기후위기는 왜 불평등한가

    [말랑농업]기후위기는 왜 불평등한가

    생명체는 어느 정도 자라면 스스로 성장을 멈춘다. 그래서 지구에는 끝없이 성장하는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단 하나의 예외가 있긴 하다. 암세포다. 그러나 암세포도 끝없이 반복하는 세포분열 때문에 숙주를 죽게 하고 자신도 결국은 죽는다. 스스로 성장을 멈추지 않으면 죽음밖에 없다는 사실을 자연 세계는 명징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그 누구도 경제만큼은 성장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생산이 줄어들고, 생산이 줄면 고용과 소득이 줄어들고, 고용과 소득이 줄면 소비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에 행복도 당연히

    연재칼럼
    고기협
    2022-05-03
  • [말랑농업]개민들레에 관한 단상

    [말랑농업]개민들레에 관한 단상

    수분매개자를 유혹하기 위해 동시에 피었던 벚꽃들이 아빠와 밤길을 걷는 딸들의 자지러진 웃음소리에 다 떨어지더니, 겨울 동안 낮은 포복을 했던 ‘서양금혼초’들이 고사리를 꺾는 사람들의 발소리에 노란 머리를 곧추세웠다.제주사람들은 서양금혼초를 ‘개민들레’라고 부른다. 개복숭아, 개나리, 개살구처럼 민들레에 ‘닮았지만 별 볼일이 없는’ 이란 뜻을 지닌 접두사 ‘개-’를 붙인 것이다. 개민들레는 토종민들레는 물론 서양민들레와도 다르다. 서양민들레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100년이 넘었지만 서양금혼초는 들어온 지 40년도 되지 않았다. 서양

    연재칼럼
    고기협
    2022-04-19
  • [말랑농업]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말랑농업]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노자의 도덕경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그 공을 다투지 않고, 모든 이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무른다. 또한 안주하거나 고정되지 않고, 상황에 맞게 끊임없이 자기를 바꾼다. 막히면 돌아가거나 기다렸다가 넘쳐야 흐른다. 억지나 거스름이 전혀 없다. 농사는 자연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다. 환경과 때에 맞추지 않으면 사달이 난다. 밭벼가 잘 되는 식양토에 땅콩을 심으면 썩어버리고, 너무 일찍 심거나 너무 늦게 거두면 피해를 입는다. 김매기도 제때 하지 않으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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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협
    2022-04-05
  • [말랑농업]밥의 위상이 흔들린다

    [말랑농업]밥의 위상이 흔들린다

    “선생님! 햇살을 받고 자라는 햇양파, 햇사과는 ‘햇-’이라고 쓰는데 햅쌀은 왜 ‘햅-’이에요?” 학생 시절 국어와 수학을 가르쳤던 선생님이 ‘햇-’은 ‘당해에 난’의 뜻을 가진 접두사인데 쌀과 결합할 땐 햅쌀이 된다며, 말에는 공식이 없으니 무조건 외우라고 했다. 그 의문은 송나라 사신 손목이 지은 ≪계림유사≫에서 풀렸다. 손목은 353개의 고려 말 발음을 한자로 적으면서 동시에 소리 나는 ‘ㅂㅅ’을 두 음절로 나누어 ‘보살(菩薩)’이라고 기록했다. 당시 ‘쌀’은 ㅆ+ㅏ+ㄹ이 아니라 ㅄ+ㅏ+ㄹ’이었던 것이다. 그런 연유로 ‘메+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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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협
    202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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