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보 한국사학진흥재단 사무총장·제주대 경제학과 교수.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으면서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10년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변화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어느 때에도 경험하지 못한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놓이게 될 전망이다. 제주특별자치도에 기초한 제2단계의 국제자유도시계획이 2021년을 목표로 개시되었으나, 그 정책환경이 녹녹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정치적 환경이 불투명할 전망이다. 올해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4월)과 대통령을 뽑는 대선(12월)이 있는데, 그 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국제자유도시의 성공적인 추진에 대한 기여는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장밋빛의 홍· 카프로젝트의 구상 발표나, 사법권과 국방· 외교권을 빼고는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규제를 전면적으로 풀겠다는 공약은 헛 구호였음을 우리는 익히 경험한 바 있다.
 
경제적 측면의 변화도 엄청날 전망이다. 한· 미FTA가 발효되어 이미 한·EU FTA와 더불어 바야흐로 FTA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곧 이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터키, 남아공과의 FTA체결계획의 로드맵 외에 중국과 일본과의 FTA를 검토하고 있어 우리경제는 세계시장에 완전히 통합될 전망이다.
 
국경이 없어지고 상품과 생산요소, 자본이 자유롭게 흐르게 되는, 생산시장과 판매시장이 단일화된다. 이젠, 국경선이 방어선이 될 수 없다. 세계에서 노임이 가장 싸고, 기술 및 품질이 우수한 나라나 지역에서만 농업 및 공업생산이 이루어질 것이다. 곧 최고의 품질, 최저가 생산, 최고가 판매의 원칙이 지켜지는 무한경쟁시장이 닥치고 있다. 한 나라 안에서 똑같은 물건을 더 비싸게 생산하는 기업이나 농업생산자가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이 무한경쟁시장은 최강자 하나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도태되어야 하는 개방경제질서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제주경제는 급속한 국제경제 환경변화로 적응의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우리는 이미 개방파고를 겪은 바 있다. 한 때, 제주에서 농사를 지어 부자가 될 수 있었던 바나나, 파인애플은 1991년 시장개방으로 사라졌다. 중산간 일대에서 겨울감자 농사를 지어 고소득을 올렸던 것도 감자시장개방으로 무너졌다. 마찬가지로 감귤은 시장개방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유통· 건설시장개방으로 골목상가가 5천여 개가 사라지고 건설업체도 휘청거리고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제주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이들 산업의 시장개방과 무관하지 않다는데 있다. 최근와서 제주경제가 도민소득 기준으로 볼 때 전국 최하위를 맴돌고 있다. 2010년말 기준 도민소득이 1만 6350불에 불과하여 16개 시· 도 가운데 꼴지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울산이 4만 6000불, 충남 3만 3000불, 전남이 2만 8000불을 달성한 것으로 본다면 울산의 3분의 1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제주경제의 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3년간 지역경제 성장률이 1.8%로 급격히 떨어졌는데, 충남과 경기도가 각각 8%, 4.6%를 실현하여 거침없이 질주할 때 제주경제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나?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에 초일류 농업생산자, 기업가가 되지 않고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데 기술개발, 품종개량, 농업구조개선 등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그간의 노력은 충분한 건지. 우리는 국제화, 개방화한다면서 내향적 시각에 갇혀 있지는 않은지. 배타적 지역주의, 소승적 이기주의 그리고 획일적 가치관에서 하루 빨리 탈피하여 개방적인 국제화의식을 높여 나갈 자세는 되어 있는지.
 
새로운 국제자유도시 10년시대에 급격한 환경변화를 맞고 있다. 환경변화가 이와 같이 빠를 때는 당연히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환경변화에 제대로 적응하고 있는지 민· 관 모두가 스스로를 살피고 인식과 행동을 조정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김태보 한국사학진흥재단 사무총장·제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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