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행철 제주대 명예교수.
임진년(壬辰年) 새해는 정치 바람을 타고 왔다. 총선(4월 11일)과 대선(12월 19일)이 치러지는 ‘정치의 해’이다. 새해 정치지형은 요동치고 있다.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면서 MB정권은 퇴장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권력지형이 바뀌는 해이다. 러시아(3월 4일, 대선), 프랑스(4월 22일, 대선), 중국(10월 중, 공산당 전국대표자대회), 미국(11월 6일, 대선), 인도(7월 중, 대선) 등 20여 개국에서 정권이 변동 혹은 이양된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시민사회의 강풍이 불어 시민사회 후보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정당은 여․야할 것 없이 초라한 모습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정당정치의 위기다. 이제 시민들이 직접(정당을 거치지 않고) 정치에 뛰어드는 것이다. 시민들의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정치권이 그 본래의 취지에 충실하지 못하게 되면서 비 제도권인 시민사회가 그 대체적 주체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기존 정당들은 해쳐 모여, 재조직화가 가속화 되는 형국이다. 특히 야당(민주당과 민노당)은 시민사회 진보세력과 통합하여 당명을 변경 재편하였다. 재야의 보수세력의 정치권 진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예컨대, 한반도선진화재단). 시민사회가 정치권에 진입, 정치권력의 핵심으로 등장하는 기세다. 여당(한나라당)은 여당대로 ‘재창당 수준’의 쇄신작업을 버리면서 당명도 변경하리라 한다.

중앙집권적 권력구조 속에서 이런 정치바람은 제주에도 또한 불어오고 있다. 꼭 시민사회의 정치 진입의 형식이 아니라하더라도 지역 정치 지형에 있어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역 ‘시민통합’ 세력이 민주당과의 합당을 이루었다. 어떤 시민운동가는 ‘정당인’으로 변신하였다. 그는 지역의 유력 시민단체의 임원으로 일해 온 사람이다. 그가 말하는 대로 “시대의 요구를 기존 정당정치, 대의정치가 어떻게 이를 수용해 낼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임은 틀림없다.

앞으로 더욱 지역의 정당 조직이 재충전, 쇄신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그래야 제주지역 정당도 몰락하지 않고 새로운 정치 환경에서 거듭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다급한 문제는 4월 총선이다. 3개의 국회의원선거구의 잠재적 후보들이 뛰고 있다. 1월 말 현재 제주지역의 정치지형을 언론보도에 의거 관견하여 보면 기존의 정치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제주의 어떤 지역방송이 사회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 결과, 예비후보에 대한 선호도는 제주시 갑, 을 및 서귀포시 등 세 선거구 모두에 같은 경향을 보인다. 현직 국회의원들이 각 30% 이상의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들 모두가 소속되어 있는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에 비해 크게 우세한 형국이다.(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 38.4%, 한나라당 30.5%) 그들에게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시민사회 무소속 후보가 등장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는 막강하게 떠오르는 시민사회의 힘을 업게 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제주에는 ‘궨당’ 문화라는 게 있다. 모든 선거에서 ‘궨당’은 정당에 우선하는 영향력을 갖는다. 이 ‘궨당’ 문화의 요소를 누가 더 잘 조직화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외의 변수도 적지 않다.

우선 태도가 정해지지 않은 20%이상의 무응답 부동층이 있고, 정당별 공천과정이 남아 있다. 공천 후 공천에서 배제되는 자의 향배의 문제가 있다. 더구나 아직 선거일까지 시간이 남아있다. 이 기간에 유권자들에 덜 알려진 후보들이 선전 여부가 관심사이다. 기존의 정당에서는 여야 공히 기득권 포기 혹은 공천 물갈이를 공언하고 있는 터이다. 이외의 정치신인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공약 발표와 상호 토론과정이 남아 있다.

제주 유권자들이 다뤄줬으면 하는 차기 총선후보의 주요 공약은 FTA대책, 해군기지 갈등해소, 신공항, 4.3해결, 기초단체 부활 등이다. 이는 4년 전의 유권자의 요구와 엇비슷하다. 현역 의원의 책임론이 대두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 중앙의 정치상황이 어떻게 변하느냐 하는 것도 변수이다. 안철수의 정치권 진입, ‘국민생각’당(2월 중순 창당 예정) 등 새로운 정당의 출현, 대선주자들의 등장과 그들에 대한 국민적 지지의 향배는 선거에 즈음한 제주 지역정치 지형에 크게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임진년의 ‘임진(壬辰)’은 간지(干支)의 해석 상, 흑룡(黑龍)에 해당한다. 흑룡은 기성의 기반을 깨고 하늬바람 타고 날아오르는 비룡(飛龍)의 형상이다.

“桃李不言 下自成蹊”(도리불언 하자성혜, 『史記』‘李將軍列傳’)라 했다. 복숭아나무 자두나무는 말하지 않아도 그 밑에 스스로 길이 생긴다는 말이다. 품격과 도리(桃李)의 매력을 갖추고 있다면 그 밑에 자연히 사람이 모이게 되어있다. 이점 임진년 시운(時運)을 타고 ‘비룡’이려는 자는 명심할 일이다.<신행철 제주대 명예교수>

*이 칼럼은 제주불교신문에도 같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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