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학연구센터운영기본계획'에 따르면 제주학연구센터(이하 '센터')는 국내외 제주학 연구자의 결집과 제주학 연구를 지원하는 공공성을 띤 제주학 거점 연구기관으로 설립되었다.
제주학은 지역학이다. 따라서 지역학이 갖고 있는 문제와 성격을 두루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학은 분과학문의 배타적 장벽을 허물어 해당지역의 성격을 명확히 설명하려는 연구이다. 지역의 독자성, 개별성과 특수성을 바탕으로 해당지역을 총체적으로 파악하려 한다. 말하자면 종합학문이다. 학제적 연구 혹은 간학문 연구이다.
분과학문 연구가 주류를 이루는 오늘날의 학문 풍토 속에서는 그 독립학문으로서의 자격은 얻기 어렵고 다른 여러 분과학문의 협동연구 프로그램'의 성격을 띠게 된다. 그러므로 제주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연구자의 협동적 자세와 상대 전문 영역에 대한 포용적 자세가 중요하다.
지역에 대한 관심과 이해·공감, 그 지역의 역사나 관습에 대한 지식·정보, 지역 언어 능력을 가졌다하여 (지역정보통일 수는 있으나)지역학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과학적으로 훈련된 자격을 갖추어야한다. '문화와 역사의 상대주의'라는 입장도 견지하고 있어야 한다.
여러 분과학문의 협동으로 제주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려는 학문적 노력은 백과전서적 성격을 띰으로써 '레텔(라벨) 학문'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된다. 제주인의 사회생활에 관한 기존의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종교학, 윤리학, 법학, 미학, 민족학, 문화사 등 모든 역사적·심리적·규범적 과학을 하나의 항아리 속에 집어넣고 그 항아리에다가 ‘제주학’이라는 레텔(라벨)을 붙여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비난이다. 기존의 다른 학문의 기초위에 성립된 종속학문으로서 그것은 사회과학의 백과전서일지는 모르나 하나의 독립과학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제주학이 과학이기 위해서는 제주적인 것을 현실 제주의 현실 속에서 추출해내어 그 고유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이것이 제주학의 장기 과제라고 본다. 제주적인 어떤 현상이 추출되어 학제적 연구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고 그 결과의 연구업적들이 집적 되었을 때 제주학은 독립 학문으로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이제 출범하는 '센터'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시점에서 제주학 연구는 제주를 대상으로 하는 인문·사회·자연과학 제 영역의 학문적 활동을 조장한다는 의미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다만 여기서 제주학의 성격을 논하는 것은 제주연구의 방향을 제시하고 그 활성화를 촉구하는 의미이다.
문제는 센터가 해결해야 할 학문 외적 과제가 만만치가 않다는 데 있다.
우선 태생적으로 정치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다. 센터의 설립이 학문적 논의 이전에 도지사의 정치적 공약사항이라는 점, 지사의 행정적 통제를 받는 제주발전 연구원에 하위 기구로 편제된다는 점이 그렇다.
다음으로 물적 조건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기구의 인적(센터장 1인) 물적(출발 시점의 예산 5천만원, 내년 예산배정 미정) 왜소성이 그것이다. 학문 활동에는 물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왜소한 물적 기반 위에서는 몇 몇 학문에 그 활동이 귀착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제주학연구의 종합성 총체성이 훼손되어 제주학은 그 지역학으로서의 자격을 잃게 된다.
셋째는 '제주관련 연구 지원이 제주어와 역사에 집중됐고 연구 성과는 분산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제주연구의 학문적인 편식으로 학문간 균형이 깨져있음을 말해준다. 센터의 출발시점에서 학문적 편애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2017년까지 독립 연구기관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주발전연구원 센터의 목표라고 하는데 그 때까지 갈 것 없다. 학문적 독립성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도지사의 의지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가능할 것이다. 현재 편제되고 지원되는 분산되어 있는 여러 기구들을 통합 재편하고 연구 인력을 합리적으로 조직화한다면 될 것으로 본다.
그동안 도정의 관심과 지원은 문예(문학과 예술)활동에 치우쳐서, 학술 분야는 소외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센터 설립이 제주 학술 진흥을 촉진하는 계가가 되길 바란다.<신행철 제주대 명예교수>
*이 칼럼은 제주불교신문에도 같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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