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대 들어와 제주경제가 활력을 잃으면서 곳곳에 어려움을 낳고 있다. 우선, 도민소득 기준으로 전국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0년말 기준으로 도민소득이 1만 6350불에 불과하여 16개 시·도 가운데 꼴찌에 맴돌고 있다. 울산이 4만 6000불, 충남 3만 3000불, 전남이 2만 8000불을 달성한 것으로 본다면 울산의 3분의 1수준에 그치고 있다.
경제성장률도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 3년간 제주경제 성장률이 연평균 1.8%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제주와 경쟁관계에 있는 충남과 경기도가 각각 8%와 4.6%를 실현하여 거침없이 질주하는데 반해 제주경제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제주경제내 곳곳이 어렵지 않은 곳이 없다. 농업은 감귤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감자 등 밭작물도 시장개방 파고로 농촌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재래시장은 골목상권이 활력을 잃으면서 매출 감소에 몸살을 앓고 있다. 건설업은 과당경쟁과 공사수주의 한계 때문에 경영수지 난에 허덕이고 있다. 관광산업도 지난해 일본 후꾸시마 원전 사고로 반짝하고 있으나 주요 해외 관광지와 비교할 때 가격 및 매력도 면에서 경쟁력이 내몰린 상태이다. 나아가 도내 경제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청년실업이 만연하여 16%가 넘어 최고조에 달해 있다.
이렇듯 제주경제가 장기적인 불황을 겪고 있는데, 그 원인은 어디에 있나? 한마디로 제주경제의 대외적 환경변화에 의한 적응위기에 기인하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서 나타난 우리나라의 IMF14조, GATT18조 졸업이라는 국제경제질서의 변화를 맞으면서 제주경제는 적응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을 졸업하면서 관광과 농업분야의 대폭적인 시장개방이 오늘날 제주경제를 위기의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한 때, 1990년 이전만 하더라도 제주경제는 거침없이 질주하였다. 관광산업과 농업의 괄목할 성장으로 제주도는 복지농촌, 신혼 관광의 메카로 명성을 날렸다. 그것은 연평균 12%씩 성장한 농업, 연간 13%씩 성장해 준 관광산업 때문이다. 그 결과 도민 1인당 소득은 1960년도 전국의 0.73% 수준에 불과하던 것이 1990년 1.03%에 이르러 괄목할 성장을 달성한 바 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 제주경제는 크나 큰 대외적 경제환경 변화를 겪는다. 우리나라는 1989년 국제경제질서상 IMF14조를 졸업하여 IMF8조에 진입하고, 1990년 GATT18조를 졸업하여 GATT11조에 진입하는 대외적 경제환경 변화를 맞게 된다. 우리나라가 IMF8조에 진입하면서 단행된 것이 해외여행 자유화조치이다. 그 결과 제주관광은 신혼관광의 메카라는 명성은 사라지고,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또한, GATT18조를 졸업하고 GATT11조에 진입하면서 제주도산 농산물의 전면 개방을 가져온 UR파고를 맞게 되었다. 한 때, 1980년대 고소득 작목이었던 바나나·파인애플과 감귤·감자 등의 농산물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시장개방을 가져온 것이 1993년 타결된 UR협정이다. 요컨대, 오늘날 제주농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농산물 시장개방은 UR이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오늘의 제주경제의 적응위기는 IMF14조 졸업, UR 등의 국제경제 환경변화에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어저께 발효되는 한·미FTA와 앞으로 추진될 한·중FTA에 있다. 지난 1995년에 발효된 UR이 오늘의 제주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는데, 하물며 한·미FTA와 한·중FTA가 추진될 때 제주경제에 대한 파급 영향은 어떻게 될까? 도저히 상상이 안된다.
최근 제주경제에 급속한 환경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환경변화가 이와 같이 빠를 때는 당연히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환경변화에 제대로 적응하고 있는지 민·관 모두가 스스로를 살피고 인식과 행동을 조정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김태보 한국사학진흥재단 사무총장·제주대 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