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은행은 자금 융자와 기술 원조를 통해 저개발 국가인 후진국의 빈곤 탈출과 산업화를 지원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 초부터 경제발전을 위해 전력, 도로, 항만 등의 분야의 건설을 위해 세계은행으로부터 공공차관을 들여와 성공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끈 나라로 꼽히고 있다.
사실 김용 총장이 세계은행의 차기 총재로 발탁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이 1960년대 이전 세계 최빈국에서 탈출한 세계은행의 수혜국으로서 가장 성공적인 모델인 한국 출신이라는 점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김용 총재 스스로 파이넨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어떻게 한국이 가난한 나라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번영하는 나라로 만들 수 있는지 지켜봤다.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다른 저개발 국가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성공 사례를 배우려는 국가들이 우리나라 경제부처의 방문에 러시를 이루고 있다. 특히 중남미, 아프리카,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의 경제 관료들은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성공적인 경제발전의 경험과 새마을 운동을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은 영국을 비롯한 구라파 선진국들이 200년간, 일본이 메이지유신 이후 150년간 걸렸던 경제발전을 한국이 40 여년 만에 달성한 비결에 대해 목말라 하고 있다. 그들이 볼 때 한국은 경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하였고, 한국의 상품은 세계 최고 수준에 달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성공은 자원, 자본, 기술 면에서 열악한 제주도의 경우에서도 1960년대 이후 30여년 간의 노력에 의해서 실현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척박하고 열악한 농촌에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바꾸어 보자는 비전과 강력한 리더쉽이 어우러져 1990년이 되면, 제주도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일생에 한번은 꼭 가고픈 관광지, 소득이 넘치는 복지농촌으로 탈바꿈하였다.
1960년대 이후 30년간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경제발전의 역동적인 원천인 공업단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경제발전과 소득을 창출한 곳은 제주도 뿐이다. 60년대 초 지역경제의 80% 이상이 농가 호당 평균 경작지가 1500평에 불과한 전통 농업 의존적 제주경제에서 30년간의 집중적인 노력에 의해 우리나라의 선진 관광지로 발돋움하면서 관광산업을 비롯한 서비스산업 중심의 경제체제로 전환되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공업단지를 건설하여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경남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경제성장을 기록하였고, 도민소득도 1960년 우리나라 전체 국민소득의 0.7%에 불과하던 것이 1990년 1.07%에 달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면서 제주도는 명실상부한 신혼관광지의 메카, 복지농촌으로 칭송을 받아 다른 지역주민들의 부러움을 샀다.
이는 1960년대 초 자원, 자본, 기술이 열악한 제주지역에 경제발전에 발 맞춰 세계적인 관광지로 육성하자는 비전과 국가 지도자의 열정적인 리더쉽이 어우러진 결합체가 주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제주경제내 급속한 환경 변화가 나타나면서 곳곳에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환경변화가 이와 같이 빠를 때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환경변화에 제대로 적응하고 있는지 민․ 관 모두가 스스로를 살피고 인식과 행동을 조정하는 노력, 곧 미래 비전과 통합적인 리더쉽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김태보 한국사학진흥재단 사무총장·제주대 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