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지도자에게 사회통합의 자세와 역량은 정치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사회통합은 정치의 목표여야하기 때문이다.
지역단위 에 있어서도 다를 바 없다. 지방정치권 지도자들은 지역사회의 통합을 그 정치 지향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글에서 (제주)도민통합을 생각해보려는 이유이다.
제주 도민통합이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는 판별하기 쉽지 않다. 그에 대한 연구들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근래 조사 자료를 보고 미루어 생각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2010년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사회통합위원회 2010-1’)가 있다.
사회통합의식에 관한 조사보고서인데 그 보고서에서는 사회통합의 최소조건을 기회균등의 보장이라 보고 그에 대한 의식을 조사한 지역별 내용을 담고 있다.
그에 따르면 제주특별자치도는 5점 만점 기준으로 2.57로써 광주.전남(각 2.31), 대전.충남(각 2.50) 다음으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울산광역시를 뺀 15개 시.도 중 11위이고, 평균(2.63)에 못 미치고 있다.
이는 제주사회가 사회통합을 위한 전제조건 중 하나인 기회균등이 위협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는 정도가 낮으므로 갈등도 그만큼 커질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조사 자료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12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결과다.
보도에 따르면 제주특별자치도는 6.29점으로 5등급을 받았는데 이는 4등급의 서울, 부산, 전남, 경남에 이어 16개 시.도 가운데 최하위의 성적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신뢰도는 정치사회적 투명성과 상관관계가 있고 이 투명성은 청렴도와 관계된다.
청렴하면 투명해지고 투명하면 신뢰가 싸인다. 이런 면에서 보면 제주 공공기관의 낮은 청렴도는 투명성의 결여를 초래하고 이어서 신뢰 상실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제주의 사회통합 여건은 취약하고 사회갈등은 빈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신뢰성의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다.
사회지도층의 부정적 이미지가 강할수록 신뢰 수준은 더 낮아지는 것임으로 사회지도층(특히 정치지도층)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는 노력을 행하지 않고는 신뢰는 요원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어른집단’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사회지도층 특히 도를 대표하는 고위 인사라 한다면 ‘노블레스 오불리주’(noblesse oblige. 귀한 신분에 무거운 책무)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이점은 우리 지역사회의 통합을 위하여 백 번 강조해도 모자라다.
2010년 3월 한국사회학회의 학술심포지엄 ‘한국의 사회갈등과 통합방안’의 발표에서 보면 조사대상 81%의 사람들이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사회통합에 필요하다고 응답하고 있다. 문제는 사회지도층의 실천이다.
이 정치의 계절에 생각해 보면, 선거에 따른 정치지도자들 간의 정치갈등은 도민사회의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정치지도자들의 말과 행동의 불일치는 사회적 신뢰수준을 떨어뜨린다.
종래 선거 등 정치과정에서 시작하여 그 결과 파당적 갈등이 존재하였다고 보는데 특히 2000년대 들어서면서 도지사선거의 후유증으로 나타난 후보 진영 간의 갈등은 제주사회의 인간관계에 금을 그어놓는 심각한 갈등이다.
공무원사회의 인사권과 관련하여 더욱 그러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과정에서의 공무원 ‘줄 서기’ 혹은 ‘줄 세우기’는 그 갈등의 원죄인 듯하다. 이런 갈등이 제주사회의 통합을 저해한다.
금 18대 대통령선거 캠프가 구성되면서 제주의 많은 지도급인사들이 각 후보 진영으로 흩어져 모여 있는 형국이다.
득표활동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자신의 정치 소신에 따라 맞는 후보 진영에서 그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다만 그런 노력의 과정이나 결과로 자칫 제주사회 유명인사들 사이에 관계의 단층선이 만들어질 것임을 우려한다. 그렇게 되서는 제주사회 도민통합에 해롭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제주정치사에서 도지사 등 선거과정에서 나타나는 파당적 결속이 도민 통합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대선후보 각 진영의 제주 지도자들은 선거가 끝난 뒤 편 가르기 하지 말고 제 자리로 돌아와 제주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회통합의 대열에 앞장서시기 바란다. 이웃나라 중국의 국내외정책 지침이 있다. 구동존이((求同存異)란 게 그것이다. 다름을 존중하면서 기본원칙에 합의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오늘날 그들은 욱일승천((旭日昇天)하고 있다.
우리 제주 지도자(특히 정치지도자)들, 다름(異)을 존중하면서 도익(道益)이라는 같은 목표(同)를 추구하는 데 힘을 모아 도민사회 통합의 책무를 다해야할 것으로 생각한다.<신행철 제주대 명예교수>
*이 칼럼은 제주불교신문에도 같이 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