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에서 조교사는 다른 스포츠로 비교하면 감독에 해당된다. 기수는 다른 스포츠로 비교하자면 선수다. 일부에서는 경마에서의 선수는 경주마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경주마의 능력이 70%, 기수의 기승술이 30%를 차지하는 현상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물론 경마에서는 경주마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이 점이 경마와 일반스포츠가 다른 점이다.
가령 축구나 야구나 골프나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스포츠에서는 기구나 도구 장비의 역할보다는 사람 즉 선수의 능력이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축구공보다는 박지성의 능력이 중요하고 야구공보다는 류현진의 능력이 중요하고 골프공보다는 최경주의 능력이 우선시 된다. 경마에서의 경주마는 일반 스포츠로 따지면 일종의 도구나 장비다. 그렇지만 축구공이나 야구공이나 골프에서의 장비와 공과는 다르다. 생명력이 있기 때문이다. 생명(사람)과 생명(경주마)이 절묘한 하모니를 이룰 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다.
그래서 경마를 ‘스포츠의 왕’(King of Sports)이라고 한다. 또한 모든 과정이 철저한 경쟁체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꽃’이라고도 한다. 다른 스포츠에서는 사람의 능력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기 때문에 승부조작을 하기로 맘먹으면 언제든지 그렇게 할 수 있는 개연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경마는 소위 도구인 경주마의 능력(70%)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수가 승부조작을 시도하더라도 능력(30%)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성공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기수가 승부조작을 시도하면 100% 달성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 한국경마다. 선진경마국에서는 승부조작이라는 이미지조차도 떠올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동안 한국경마에서는 부정행위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한번 면허를 취득하면 평생직업으로 보장돼왔다. 면허갱신이 있긴 하지만 부정행위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본인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한 자동적으로 면허가 갱신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바뀌게 되었다.
KRA한국마사회는 6월30일 2014년도 조교사·기수 면허 갱신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10명의 관계자들이 경고 조치를, 2명의 관계자들이 주의 처분을 받았으며, 부경 김성현 조교사와 제주 김정일 기수는 면허갱신이 불허됐다. 이에 따라 김성현 조교사가 운영 중이던 부경 6조 마방 역시 7월 1일부로 해체돼 경주마 및 마필관리사 모두 새로운 소속조를 찾아 떠났다.
한국마사회법 제14조에 의거하면 조교사·기수 면허를 부여받은 자(외국인 기수·군 휴직자 제외)는 매년 면허갱신 심사를 받아야 한다. 올해의 경우 6월 1일부터 13일까지 이루어진 경마본부 심판심사를 거쳐 6월 26일 면허전형위원회의 최종 심사를 통해 면허 갱신 여부가 결정됐다.
경고 및 주의 조치는 각 경마본부 심판전문위원이 대상자를 면접 후 심사 및 의결 처리하게 되는데, 총 네 가지 경우에 해당되는 관계자에 한한다. 경주마 수탁관리두수가 경마계획상 조교사 연평균 수탁관리두수의 40% 미만인 조교사, 실 경주 기수 평균 기승횟수의 20%미만인 기수, 경주성적· 제재사실 등의 평가결과가 마사회장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자, 경마 시행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건강상 이유로 장기간 업무수행이 곤란한 자가 해당되었다.
나아가 3년 내에 통산 2회 이상의 경고를 받거나, 경주기승횟수가 실 경주 기수평균 기승횟수의 10% 미만인 기수, 3년 내 경주전개 부적절·능력발휘 불량·전 능력 불발휘로 상벌위원회 또는 심판위원의 제재를 2회 이상 받은 자는 갱신이 불허된다.
이번에 면허갱신에 실패한 김성현 조교사와 김정일 기수의 경우 3년 내 2회 이상의 경고를 받은 경우로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전원은 2015년 6월 30일까지 면허가 갱신됐다. 경마도 일종의 프로스포츠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긴 하지만 안정적인 직업으로 여겨지던 조교사 기수라는 직업이 불안정한 상황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바라보니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