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차 동심으로
어제 밤엔, 옆 침대에서 나는 철 침대의 삐꺽거리는 소리에 잠을 설쳤습니다.
대부분의 알베르게 침대는 나무 침대라 삐꺽거리는 소리가 크지 않은데, 철 침대는 너무도 요란 합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크게 들립니다. 여기저기서 삐꺽 삐꺽 하는 소리에 잠은 안 오고 신경이 예민해집니다.
5시 50분'나초'와 함께 일어나 부엌에서 어제 '나초'가 사 온 음식으로 아침을 먹고 6시 45분에 알베르게를 나섰습니다. 오후 12시 30분 경, 이탈리아 인 '루시아노'와 스페인인 '마뉴엘'과 동행했습니다.
30분을 걷다가 철길을 건너더니 철로 옆의 벤치에 모두 앉았습니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이 곳 부터 4.6km 구간은 철로를 따라 걷는 위험한 길이므로 열차를 타고 가는게 좋다고 합니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나는 그들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점심 후 알베르게 앞 잔디밭에 앉아 일기를 쓰며 쉬고 있노라니, 견학온 듯한 학생들이 내 앞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먼저 '나는 한국인인데 카미노 길을 걸으려고 왔다. 너희들은 한국에 대해 아는 게 있느냐?'고 물으니 동양 사람이 신기한 듯 이것저것 질문을 하였습니다.
남북한 관계, 태권도 등에 대해서 얘기하고는 사진 찍자고 하니 너도나도 같이 찍겠다며 야단들이었습니다. 잠시 동안이나마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즐거운 추억거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모그로' 마을 도착 직전, '루시아노', '마뉴엘', '나초'가 앞서 걷고 있습니다.


엄마 젖을 맛있게 먹고 있는 귀여운 아기 소 나도 매일 저 젖을 커피에 타서 먹고 있다고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보이는 마을이 '산티에나'입니다

-'나초'는 젖은 양말을, 스페인인은 신발과 양말, 상의를 배낭에 매달고 걷고 있는데 뒤에서 보니 무척 힘들어 보입니다.
'산티에나' 마을 초입의 모습

왼쪽의 학생들이 들어가고 있는 곳이 알베르게 입구입니다.



나도, 힘껏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아디오스'라는 인사와 함께~~~
시내 풍경입니다
무척 자유로워 보이는 독일인 대학생

이 학생과는 며칠 후에 다시 만났습니다.
대자로 들어 누워 쉬고 있는 어느 순례자
스페인 모녀 순례자가 알베르게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10여일 후 다시 만났는데 61세의 어머니는 잘 걷는데, 대학생인 딸은 발에 물집이 생겨 잘 걷지 못하여, 수시로 버스로 이동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일본인 '쇼지','히데꼬'부부와~

내 누이도 오사카에서 살고 있다면서, 작년에 산티아고에서 만난 일본인 할머니와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그때서야 약간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 후론 다시 한 번도 만날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13일차 부담스러울 정도의 나에 대한 '나초'의 배려
평소에는 5시 이전에 눈을 뜨곤 했는데 오늘은 5시 50분 자명종(진동)이 울려서야 겨우 눈을 떴습니다.
주위가 조용하기에 다시 잠을 자다가 시끄러운 소리에 깨어보니 6시 30분 이었습니다.
그 새 잠이 든 모양입니다. 아마도 어제 피곤했던 탓이리라~~
'나초'는 이미 나갈 준비를 마치고 있었습니다.
손짓을 하여 밖으로 불러내어, '나는 오늘 좀 천천히 걸을려고 한다. 그러니 당신먼저 가거라. 나중에 알베르게에서 만나자' 고 했더니 한사코 손을 저으며 "괜찮으니 천천히 볼일 보고 나오라"고 합니다.
자기는 밖의 벤치에서 기다리고 있겠노라고 하였습니다.
사실은, 오늘부터는 혼자 걸을려고 했던 것인데~~
그동안 소홀했던 침 공부도 하고, 나만의 사유시간을 가지려 했건만 그것도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알베르게에서 나와서 직진을 하여 30분 가량 걸었는데도 화살표시가 안 보였습니다.
지나가는 자가용 운전자에게 '나초'가 물어보니 자세히 알려 주었습니다.
그가 알려준 대로 걸었으나 그 길은 정식 까미노 길이 아니고 자전거 순례자들이 가는 아스팔트 길이었습니다. 한 시간 후 마을에 들어서서야 정식 카미노 길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한 참 동안 길을 가리켜 주고 있는 주민

-떨어져서 걸으니 한결 낫습니다. 사진도 눈치보지 않고 마음대로 찍을 수 있고, 사색도 즐길수 있으니~동행하면, 사진 찍는동안 동행자가 멈춰 서 있는 게 부담스럽고, 걸음도 자신도 모르게 빨라지며, 쉬고 싶다고 말하는것도 거북스럽습니다.
아마, 오늘도 같이 걸었다면 이런 사진을 찍지 못했으리라~ 왜냐면, 이 사진을 찍기위해 시간을 오래 지체했기 때문입니다.
눈길을 끄는 아름답고 독특한 모양의 성당


-중간에 합류하여 간식을 함께 먹었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도 나 보고 먼저 먹으라 하고, 음식을 먹고 난 후 쓰레기는 자신이 챙기는 등, 일반적인 서양 사람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이 모든 것들은 나 하고 다니면서 새로 생겨난 습관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가 하는 것을 보고 배운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집 마다 고유의 특성이 돋 보입니다
지붕, 벽, 처마,창문 등 꼼꼼히 살펴보면 다른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창문 베란다에는 어김없이 화분이 놓여있습니다


캠핑카와 텐트들이 왼쪽에 보입니다. 나도 저 들처럼 캠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듭니다. 허나, 내 성격상 한 곳에 오래 머물지는 못할것 같습니다. 혹시 내 몸속에 방랑기질이 있는걸 아닐까? 여건만 된다면, 일년 365일을 배낭여행만 하면서 살고 싶기도 하므로~~
어느 집 앞에 놓인 간이 '바르'

할머니와 손자가 장사를 하는 모양인데 가격도 저렴하였습니다. 배낭속에 음식이 있었지만, 이 곳에서 간단한 간식과 더불어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나초'가 내게 빵을 먹겠느냐고 묻고 있는 장면입니다. 간식 후 나초와 다시 떨어져서 걷습니다
-보이는 마을을 지나면 바다가 바로 눈 앞에 보일 것입니다. 바다가~~
미소가 예쁜 자전거로 순례를 하고 있는 스페인 처녀들 길가에서 선블록을 바르고 있길래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흔쾌히 승낙하며 예쁜 포즈를 취해 주었습니다.
야외 식당에서 점심을~

시내 구경을 하다가 1시 반에 점심을 하였습니다.
난 솔직히 배가 불러 전혀 점심 생각이 없는데도 그 놈의 정이 뭔지, 도저히 '너 혼자만 먹어라, 난 배가 불러 안 먹을란다'하고 말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공원 잔디밭에 누워 잠시 휴식을 즐겼습니다.

걸어가 보니, 어느 개인의 동상이었습니다. 옆에는 파란 잔디가 새파랗게 깔려있고, 드문드문 벤치도 있습니다. 마을 주민인 듯한 사람 몇이서 얘기하며 쉬는 모습도 보입니다. 나 역시 잔디밭에 누워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며 잠시 휴식을 하였습니다
해안 풍경
-해안은 어느곳이든 너무 예쁩니다.
바다 색갈, 하늘 색갈,그 리고 주위의 녹색의 산과 황색지붕을 한 스페인 집들이 잘 어우러져 한폭의 멋진 풍광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알베르게 앞에서~

말솜씨가 좋은 '루시아노' -어느 곳에 있든지 좌중을 사로잡는 말 재주가 있습니다. 특히 여자에게~
핀란드인 '엘리나'도 큰 대자로 벌렁 누웠습니다

덴막 대학생 '세실리'와~

얼굴 생김새랑 옷 색갈까지 마치 부녀지간 같아 보입니다~~
어느 가게의 해학적인 마네킹 들



06:40-13:30(6시간 50분), 알베르게:20유로(저녁,아침포함)
어제는 길을 잘못 안내해서 미안하다며, '나초'가 어제 저녁에 갈 코스를 미리 사전 답사하고 아침 거리도 준비해 놓았습니다. 자판기에서 밀크 커피 한 잔에 과자, 사과 한개씩 먹고 출발 하였습니다.
중간에 핀란드 부부 '사카리'하고 '반하'와 30여 분간 동행 하였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의 과잉친절에 대해 서로 얘기 하였습니다. 길을 물어 보면 너무 오랫동안 장황하게 설명한다면서 작년에 프랑스 길을 함께 걸었다는, 부인의 걷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부부 모두, 사뿐 사뿐 힘들이지 않고 빠른 속도로 걸었습니다.
핀란드에 비해 날씨가 너무 더워 약간 힘이 들지만 걷는데는 문제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얼굴과 팔이 타서 너무 아프다며 보여주는데 빨갛게 익어 있었습니다.
걸으면서 수시로 썬블록을 바르는데도, 너무도 다른 일기에 피부가 적응하기가 힘든 모양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난 운이 좋은 편입니다. 더운 지방에 살다보니 이 곳의 더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온도는 거의 40도를 오르내리지만, 습도가 없어서 땀도 거의 안나고 참을 만 하기 때문입니다.
다리를 건너 '산 빈센떼'에 들어서니 '라레도'에서 만났던 한국인 00선생이 막 펜션에서 출발 했다면서 반깁니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외국에 살고 계셔서 그런지 부담없는 대화를 30여분 간 하며 동행하다가 헤어졌습니다.
옛 성당을 개조하여 대학으로 쓰고 있다고 합니다


소풍 나온 듯 사쁜 사쁜 걷고있는 핀란드 부부의 모습
-가벼운 배낭을 진 것만 보더라도 걷기 프로인 줄 알 수 있습니다. 여자분은 덥다면서도 반 소매를 입고 있어서 팔 과 얼굴이 새 빨갛게 익었습니다.
걷는 도중에도 남편이 계속해서 선크림을 발라 줍니다. 그 앞에서 걷는 '나초'는 나를 의식한 듯 일부러 천천히 걷는 것 같습니다.


산 빈센토 마을 전경입니다.

어느 집 담벼락에 붙여진 순례자 상징물 들~~

-인사 한 마디에 힘이 절로 납니다.
나도 큰 소리로 '부엔 카미노'하고 외치며 오랫동안 손을 흔들었습니다.
아! 스페인의 친절은 언제 어디서든 너무 감동적으로 내게 다가옵니다.
꽃을 사랑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스페인 사람들~



알베르게 정문
-'부스띠오'에서 '꼴룸부레스'까지는 아주 가파른 경사 길입니다. 맨 먼저 알베르게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놓고 쉬고 있으니, 동시에 많은 순례객들이 들이 닥쳤습니다.
서로 좋은 위치(안쪽 아래)의 침대를 잡기 위해 오자마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난, 남들이 싫어하는 문 쪽 침대를 선호하기에 일부러 뒤에 섰습니다.
왜냐면, 아침에 나갈 때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조용히 먼저 나갈수 있기 때문입니다. 헌데 제일 마지막에 들어가 보니, '나초'가 내 자리를 이미 제일 안 쪽 가장 좋은 자리에 잡아 놓았습니다.
이렇게 신경쓰는데 내 어찌 '나초'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