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가 침구 시술을 할 수 있다는 과거 보건복지부의 유권 해석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헌법-법률-명령-규칙의 순서인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보면 하위법인 ‘의료법 시행규칙’이 상위법인 ‘의료법’을 무시(?)한 하극상이다. 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헌법 유린을 행정부가 앞서 조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

<지난호에 계속>
동양의학전문학교는 그로부터 2년뒤 동양대학관이라는 명칭의 4년제 을종대학(乙種大學)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전쟁이 발발하고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해지면서 문을 닫았던 동양대학관 대신 한의학 교육을 전담한 곳은 서울한의과대학이었다. 1951년 양의사와 한의사의 존재를 동시에 인정하는 이원제 국민의료법이 통과되자 한의사들은 피난 수도였던 부산에 서울한의학과대학을 세웠다.

서울이 수복되자 한의사들은 서울한의과대학을 동양의약대학으로 이름을 바꿔 서울 안암동에 터를 잡았고 얼마 뒤 다시 동양의과대학으로 개칭하였다.

그러나 한의사들이 대학을 직접 운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동양의과대학은 한의사회가 재정난에 봉착하면서 운영이 어려워졌고 국가에서 제시한 대학시설 기준에 미달되어 폐쇄 조치를 당할 위기에 몰렸다.

이때 동양의학대학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이가 경희대 조영식 총장이었다. 1965년 동양의학대학은 그렇게 경희대에 흡수되었다.

#탕약술만 아는 한의사들 교과과정 침구술 배제하다

동양의과대학이 경희대에 흡수되면서 한의학과가 개설되었을 때 나는 기대에 부풀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공고하게 이원화되었던 의생과 침구사가 이제 전통한의학의 틀 안에  함께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조선의 전문의 제도처럼 한방의사와 침구의사가 협력하여 의학을 발전시키고 병자를 구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탕약술만 아는 의생 출신 한의사들은 탕약술 일색의 교과과정을 확정하고 침구술은 배제한 채 교육을 시작했다.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여러차례 개정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의대 교과과정이 탕약술 중심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한의과대학이 침구과대학으로 바뀌기 전에는 탕약을 하는 한의학과에서 침구의 비중이 더 커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2000년 전국한이과대학협의회에서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의과대학에서는 6년 동안 평균1.408시간을 침구학 및 침구학 관련 과목에 배정하고 있는데, 이렇게 시간을 배정한 것도 오래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는 침구 교수가 있다고 하나 그간 한약을 전문으로 하는 교육기관이었기 때문에 침구 교육의 맥을 이를 수는 없었다.

게다가 돈벌이가 안된다고 하여 침구를 천시하고 침구계와 대리양상이 극에 달해 정통침뜸의 맥을 이어 가르칠 사람이 제대로 없었다.

침구 관련 교과시간이 이제  1408시간이라는 이 사실을 그대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 시간은 2~3년의 전문대학 과정에서 얼마든지 소화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한약에 대한 공부와 병행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집중적으로 침구 공부를 할 수 있고, 일본처럼 얼마든지 필요한 침구 시술자를 배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병원에서 포기한 환자 회생시키는 재야 침구인들

실제로 김대중 정부시절 김원길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문대학에서 침뜸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과정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그래서 한국의 한의대 교육과정과 일본의 침구전문대학 교육과정을 검토하고 중국의 중의대 침구과와 미국·유럽에서 실시하는 침구전문 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을 참고하여, 우리나라 전문대학에서 실시 할 수 있는 침뜸 교육과정안을 마련하여 보건복지부장관실에서 논의한 바 있다.

처음에는 3년제로 하여 침뜸 교육과정안을 만들어 논의했는데 2년제 정도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다시 2년제로 수정한 침뜸교육과정안을 제출했다.

지금 장관이 바뀌어 그  안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침끔 교육과정을 계속 연구하고, 그에 걸맞는 교재를 지금부터라도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곧 침뜸의학 전문 교육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학이나 문화센터 등의 각급 사회교육기관에서는 침뜸 교육 붐이 일고 이다. 특히 <뜸사랑> 정통침뜸교육원에서는 침뜸의학의 핵심적인 내용으로 1년 정도의 침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기초·중급·고급과정으로 나누어 이론은 물론 실기를 모두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과정 승급을 위행서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임상 실습을 포함한 전 과정을 마친 사람들은 침뜸 시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이는 이미 침구사인 내가 인정한 사실이고, 뜸사랑 봉사처를 찾는 환자들을 통해 검증이 된 사실이다. 그동안 쉬쉬해서 그렇지 무면허 침구인들 가운데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대단히 많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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