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신 여성 항일운동가 이경선 선생이 건국훈장을 받았다.
국가보훈처는 26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 출신 이경선 선생을 독립유공자로 포상한다고 밝혔다.
이경선 선생은 1914년에 제주도의 가파도에서 이도일과 김응주의 딸로 태어났다. 이도일은 일제강점기 시절 산남지역(제주도 남부지역) 유통업을 바꿔놨다고 일컬어질 정도로 탁월한 사업수단을 가진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대정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로 유학해 동덕여고보에 재학하던 중 동맹휴업을 이끌었다. 항일독서회활동을 하다가 악명 높은 종로경찰서에 두 번이나 연행조사를 받았다.
졸업한 후 조선직물주식회사 인견공장에 노동자로 취업해 일제강점기 아래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여성노동자들의 생존권투쟁을 이끌다가 1934년에 체포돼 1년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석방 이후 일본으로 유학해 고베에 있는 의학전문학교에 입학했으나, 1941년에 효고현 경찰에에 체포당했다. 석방된 뒤 고베약학전문학교에 진학했지만 다시 한 번 치안유지법위반으로 체포되돼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고, 긴 옥살이를 겪었다.
해방이후 서울에서 열린 조선부녀총동맹 결성식장에서 많은 사람들의 박수속에 입장해 선전부를 맡았다.
1947년 부친 이도일 선생이 대정중학교 초대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이경선 선생도 고향으로 돌아와 대정중학교 교사로서 물리화학을 담당했다.
여성항일운동가 이경선 선생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취재해온 제주출신 고진숙 작가는 "많은 대정지역 사람들은 이경선 선생을 훌륭한 연설가로 기억하고 있다"며 그간의 취재기록을 풀었다.
고 작가에 따르면 그는 여성들의 권익향상에 대한 강연에서 동네 부녀자들은 물론이고 남성들도 대거 참석하여 수많은 인파를 몰고다녔다고 한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독립적인 기질의 그녀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으나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항일운동에만 전념, 일경에 무려 5번 체포되고 3년간의 투옥생활을 겪었지만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해방 후 제주는 그녀가 헌신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1947년 3.1절 발포사건으로 시작된 제주 4.3의 회오리 속에서 묻지마연행을 당했고, 일본으로 밀항하여 약국을 경영하며 생계를 이었으나 제주에는 돌아오지 못했다.
고 작가는 "지난 3월 1일 3·1절 기념식에서 이경선은 쓸쓸한 독립훈장 애족장을 서훈 받았다. 보훈처에서 자체 발굴해 서훈한 것이다. 다행히 서훈소식을 그녀의 유일한 혈육인 남동생 이경암이 알게 됐고, 국가보훈처 경기북부지청에서 서훈식을 열어 줬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경선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역사동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고진숙 작가는 '청소년을 위한 제주 4.3'을 비롯해, '이순신을 만든 사람들', '우리 근대사의 작은 불꽃들', '역사를 담은 토기', '역사를 담은 도자기', '문익점과 정천익', '새로운 세상을 꿈꾼 조선의 실학자들' 등을 펴냈다. 매주 첫 째주 수요일에는 제주투데이에 [제주옛썰]을 게재하고 있다.
